10여년 전에도 꼭 지금처럼 긴장을 했었다.
서 있다가도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고 가슴이 터져 나갈 것처럼 통증이 심했다.
참고말고가 아니라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버린 아찔한 순간들이 며칠 이어졌었다.
건강이라면 자신했던 나는 당황했고 급기야 큰 종합병원을 찾게 되었다.
증상을 이야기하고 드디어 심장조형술이라는 다소 까다롭고 어려운 검사를 하게 되었다.
손목의 동맥을 잘라서 마이크로카메라를 넣어서
심장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핏줄을 촬영하는 검사이었다.
검사를 들어가기 전에 남편한테 검사 동의서에 서약을 하게 했다.
만약에 촬영 도중 막힌 핏줄이 있으면 뚫을 거고 뚫다가 사망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검사에 동의 한다는 서약서.
좀 살벌하고 기분나쁜 동의서지만 안 할 수도 없었다.
호흡이 순간적으로 턱 막히고 털썩 주저 않을 정도로 가슴통증이 심했으니까.
손목에 카메라를 넣는 검사와 운동을 하면서 가슴에 여러 군데 이상한 전선줄을 연결한 조사를 했다.
손목에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야릇한 통증이 있었고, 모니터에서는 내 심장으로 가는 모든 핏줄이
가늘게 굵게 꿈틀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검사과정을 모니터를 통해서 보호자와 검사자에게 다 보여주는데 전혀 이상 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다가 순간 힘이 좌악 빠지도록 후련했다.
죽을 때 까지 심장문제는 걱정없겠다는 속 시원한 대답을 받았다.
운동을 하면서 했던 조사에서도 별 이상은 없었다.
다만 검사 결과에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직장이냐는 다소 의외의 질문을 받았다.
양로원의 할머니들을 모시고 사는 직업이라고 했더니 묵은 감정들이 쌓인 신경성이라니..
나 스스로는 훌훌 털고 개방적인 성격이라 여기며 살았는데 착한 척 털털한 척 하는 성격 속에는,
참으려고 했고 나만 착하게 살면 다 좋은거라며 여기는 마음들이 앙금처럼 남았을거라고....
그런 마음들이 어느 날 갑자기 터져 나온거니까 앞으로는 화도 좀 내고 속 상한 이야기도
하면서 살라고 진단을 내려줬었다.
그 진단을 받고 화를 낸다던지 속엣말을 주저리주저리 한건 아니었다.
그래도 심한 병이 아니라고 여겨지니 거짓말같이 가슴통증이 사라졌다.
할머니들 일이야 늘 있는 일상이고 수련회도 많아 변하는 봉사자들 문제도 적진 않지만
그래도 편하게 쉽게 생각하기도 했던지라 크게 어렵진 않았다.
뭘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둔한 머리가 가슴으로 내려 앉아서 그런 일이 있었다니 우습기도 했다.
큰 병명이 안 나온건 좋았는데 그 당시 검사비가 엄청 났던 것 같다.
그래도 큰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은 기념으로 남편한테 큰 꽃화분을 선물 받았던 것 같다.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데 이깟 꽃화분이 대수냐고.
그런데 요 몇 달 또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어깨가 오래 전부터 심하게 아팠는데 이제는 두통과 목에 통증 그리고 입안에는 온통 혓바늘까지.
어깨 통증이야 수련회마다 점점 늘어나고 만성적이라 크게 문제삼지 않았었는데,
목과 머리통증은 겁이 났다.
읍내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여러장 찍고 근육주사도 맞았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통증은 점점 심해지는데 목에 머리까지 아프니 혹시????
잠까지 설치게 되었다.
이 나이에 ............
종합병원에서 다시 정형외과쪽으로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근육이 손상을 입었다는 결론과
어깨뼈 위에 석회질이 좀 생겼다고 했다.그 부분이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디고 했고.
어깨근육이 비대해지면서 신경을 내려 눌린다는 이유도 된단다.
처방은 일을 좀 쉬세요.
저도 간절히 바라는 바이오만 쉽지가 않네요.
그런데 왜 두통과 목까지 아프냐는 의문이 생기고 신경외과에 재접수를 하고 시티를 찍게 되었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없는데 나만 지독하게 아프니 환장할 노릇이다.
무슨 우주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랄지?
둥그런 통 안으로 머릴 디밀게 하더니 움직이지 마세요~~
희안한 주사가 온 몸을 뜨겁게 달구게 하고.
항문서부터 뜨뜻한게 정말 이런 기분 이상해.
뇌사진을 찍어도 뇌압이나 혈관쪽 이상징후는 없슴.
아주 맑다는 속 시원한 대답.
다만 어깨 통증을 너무 오래 둔 결과 염증이 심해져서 그 통증이 위로 올라간 모양이라는 결론.
히유.....다행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생각하게 만든건 혓바닥이 퉁퉁 부은 건 무슨 이유?
어깨약이 너무 독해서 일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증세라니.
밥 먹기도 불편하고 혓바닥이 입 안 가득하니 말하기도 이상하다.
뻑뻑한게.
그래도 다른 질병이나 큰 이상이 없다니 안심이다.
검사비야 20여만원 날렸다지만 보험으로 처리하면 될테고,
아버지의 사망원인이 암이었고 막내오빠도 대장암으로 수술한 전력이 있어서 많이 놀랐다.
가족력이란 것도 있다기에 변색이 조금만 이상해도 겁이 더럭 나기도 했으니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했다지?
요즘 성인의 사망원인 중에서 암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내 몸의 작은 변화에도 긴장하게 된다.
얼마나 아름다운 계절인데 이런 고민이나 하고.
나이가 좀 더 들면 덜 억울해서 좀 느긋하게 되려는지?
파파할머니가 되어 오래 안 아프고 순간적으로 가면 모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