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월요일에 아파트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남편이 항암 투병중인데 3차 주사를 맞고 겨울이라 면역이 바닥이 난 상태라서
밖에 나가 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감기라도 걸리면 돌발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뭔가 소일할 것도 문제가 되고 움직여야 근육이 풀어지지 않으므로 궁여지책으로 만든
텃밭에 씨를 뿌렸습니다. 겨울이라서 베란다일지라도 밤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싹이 3주는 걸려야 나올것이라고 조언을 해주더군요
하지만 2월5일 아침 싹이 힘차게 올라왔습니다.
일주일만에 파랗게 돋아나는 새싹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랍니다.
밤에는 온도가 떨어질까봐 안방과 통한 사잇문을 열어주기도 하고
늘 습관처럼 온도계를 매달아 놓고 확인하면서 열심히 들여다 보곤 하였습니다.
남편은 어린싹들이 약하므로 햇살에 노출되면 죽는다로 창의 블라인드를 자꾸만 내려줍니다.
나는 햇빛을 많이 봐야 잘 자란다고 블라인드를 내리지 말라고 합니다.
두 아마추어 농부는 충돌합니다. 그늘지면 키만 껑쩡 크고 잘못된다고 우깁니다.
그런데 이 말못하는 새싹들이 왜 이리 사랑스럽고 기쁨을 주는지 신기합니다.
생명은 언어 그 이상인듯합니다.
말도 못하는 생명들에게 우리 부부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또 말을 합니다.
생명은 기쁨입니다.
내게 아무것도 제공하는 것이 없고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마냥 보이지 않는 기쁨을 안겨줍니다.
내가 이 상추를 뜯어 먹으면 수지 맞는다
돈이 절약되고 맛이 있게 먹을 수 있다
이런등의 조건때문에 기쁨과 기대와 즐거움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생명 자체가 존재자체가 기쁨입니다.
새싹들을 조금 있다가 솎아서 새싹 비빔밥을 해먹으라고 친구가 블로그에 덧글을 달아놓았네요
이 예쁜 아이들을 어떻게 꽉꽉 씹어먹느냐고 했더니
그럼 국을 끓여서 훌훌 마셔버리래요 ㅎㅎㅎ 많이 웃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입춘이었지요
우리 베란다 텃밭에 봄이 왔는데
항암치료 4차를 맞아야 하는 남편에게 새봄에는 건강의 기쁜 소식이 올줄로 믿습니다.
생명. 그 신비로운 행진에 동참하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