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음력으로 진짜 내 생일이 지났으니 올 해로 쉰하고도 두살
생각하면 아득 할 정도로 많은 나이다.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사람들이 들으면 떽끼~~ 야단치고 웃으실 나이지만
정작 본인 나는 심각하다못해 아주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언제 이만큼이나 얻어 잡쉈을까?
하루가 시작되나 싶으면 언제 저녁이고 한 밤중이다.
행사가 없는 요즘도 바쁘긴 매 한가지다.
행사 뒷정리에 또 다른 행사 준비.................
아들이 군에 가서 보낸 옷 보따리도 풀었긴 풀었는데
눈물은 커녕 보내 온 편지에 저 여자친구한테 심부름이나 시키는 발칙한 녀석
군에서도 아예 여자친구들한테 군에 간 남자친구 대하는 방법까지 가르쳐 주는 형편이다.
혹시나 사고칠까 봐..ㅋㅋㅋ
그러구러 아들은 군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고
인터넷 편지쓰기로 안부는 전했으니 안심을 할 것 같다.
아무래도 계모기질이 다분한지 애들이 외국에 나가고 군에 가도 눈물 한방울도 안 흘리는 독한 엄마다.
큰 딸 때만 언제 올지 모른다고 해서 찔끔했지 두번 세번째는 무덤덤........
잘 갔다 오고 건강해라 정도?????
공항에서나 부대 앞에서 펑펑 울었다는사람들을 보면
내가 이상한가 다른 사람들이 정상인가 헷갈린다.
이제는 막내까지 군엘 갔으니 난 분명 애들을 다 키웠다.
잘 키웠다는게 아니라 성인이 되도록 건강하게 다 키웠다는 이야기다.
이제부터는 성인들이니 스스로 제 갈길을 개척할 거고 나는 노후준비나 하면 되겠지
복학하고 공부까지야 봐 줘야겠지만 그 다음 문제는 각자 알아서 하기로 못 박았다.
나이들어 아이들한테 짐덩어리가 안되려면 지금부터 마음 단단히 고쳐 먹어야겠다.
언제까지나 애들 뒷감당이나 해 주다보면 나중에 빈껍데기만 남아 병까지 든다면
아무리 효자효녀들이라 해도 그리 반갑지 않은 부모가 되고 말 거라는 불안감이 든다.
내 자식은 자기 부모들이니 싫어도 자식된 도리를 형식적으로나마 한다손 치더라도
들어오는 며느리나 사위가 친자식 같이 살갑게 돌봐 주리라는 기대를 안하는게 나을 것 같다.
물론 착하고 이쁜 짓 하는 며느리와 사위도 많다.
그러나 그런 복을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치 로또에 걸릴 확률 같은 거라고나할지....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일선에서 은퇴나이는 자꾸 앞당겨지는 불안한 기성세대들
누구나 다 늙을거고 자식들한테 부모자리를 물려주고 떠나야 하는게 보통의 인생이라지만
우리가 흘린 땀방울이 결정체가 되도록 열심히 살았던 흔적들이 뒤따라오는 자식들한테
결코 부끄럽지 않으려면 어떻게 사는게 정답인지 주관식도 객관식도 다 어렵다.
부모의 자격으로 당연히 해야하는 희생이나 책임이 자식들한테 생색내기는 아니지만
하늘이 내려 주신 그 귀한 부모의 길을 시궁창에 버리는 그런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력이 다는 아니지만 그 부분이 부모 자식간의 관계까지 상당부분 차지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 인격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그 부분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봐 진다.
반듯한 인간성을 지닌 아이들로 키우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가정에서 하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외부로부터 받는 자극이나 쓸데없거나 악한 공해들이 난무하기에
애완동물처럼 우리에 가둬 놓고 주인의 취향에 따라 키우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성장동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위험하고 까다로운 고등동물인 것이다.
애완동물이야 맛있는 먹이만 잘 주고 이뻐해 주면 주인한테 맹목적으로 잘 따르지만
인간이라는 복잡하고 기상천외한 뇌를 가진 이 예측불허의 존재는 잘 길들여지지 않는다.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이다.
계절 바뀌면 년 내에 소출이 나오는 밭농사 논농사가 아니라 죽을 때 까지 수십년을 해도 답이 안 나오는
가장 고난이도 자식농사.
내게 사실은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식들이 제일 무서운 상대고 풀기 힘든 숙제인 것이다.
한꺼번에 몰아서 잘 하기란 어렵고 날마다 순간마다 내게 주어진 일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들을
나 스스로의 잣대에도, 남 보기에도 자식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들도록 살아가다보면
자식농사도 평작 내지는 풍작을 거두지 않을까????
말은 쉬운데 실천은 무지하게 어려운 평범 속의 비범이랄지....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입춘이 바로 내일이다.
눈 오고 바람 불고 땅은 얼어도 봄은 정확한 순서를 밟으며 이 시간에도 준비운동을 하고 있겠지?
겨우내 옥상에서 죽은 듯이 얼어 있는 야생화들도 쫑긋쫑긋 봄 기운을 엿듣고 있을 거다.
발바닥 시릴까 봐 밍크담요를 넣어 준 강아지 집에는 때 아닌 빨간 눈이 뭉텅뭉텅 몰려 다닌다.
강아지 두마리가 경쟁적으로 발기발기 찢어서 빨간 솜뭉치를 만들어 버렸다.
평면의 이불보다 입체적인 빨간 솜뭉치가 더 보드라운가 보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