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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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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전야


BY 그대향기 2012-01-15

 

 

 

막내인 아들이  군대에 간다.

대한민국에서 훈련이 가장 빡쎄다는 해병대에 자원입대로.

날씨가 좀 풀리면 가는 걸로 하지 하필 이 추운날 가냐니까

어차피 하는 고생인데 날씨 따져가면서 가고싶지 않단다.

 

학년말 시험을 치고 바로 내려 와서는 전국을 안방처럼 돌아다니더니

입대 하루를 앞두고  집으로 들어왔다.

대학에서 만난 친구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입대 턱을 단단히 대접받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집에만 꽁꽁 틀어벅혀 있다가 가는 꽁생원보다는 낫다.

 

평소에 용돈을 받으면 친구들 밥 사주는 재미로 다 쓴다던 아들이라 그런지

사 준 밥 만큼이나 얻어 먹고 가는 모양이다.

친구관계가 원만하다는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외톨이가 아니어서 좋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동서남북 전국 팔도강산을 훠~이 훠~이 한바퀴 다 돌고 왔다.

여유가 좀 되었더라면 가까운 동남아라도 여행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지만

지난 연말부터 지출이 지나치게 많은 일이 생기는 바람에 마음만 간절했고 그것도 못했다.

 

아침 식탁에서 할머니들은 기저귀를 차던 어린 아들이 장성해서 군대까지 갈 어른이 되었다며

감격해 하셨고 몸 성히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 주셨다.

다른 많은 엄마들은 아들이 군에 갈 때 펑펑 운다고 하던데 난 너무나 덤덤했다.

엄마인 내가 아들한테 장난스럽게 거수경례를 하며 \"충~~성~~!\" 을 외쳤다.

그리고는 아들의 등을 감싸 안아준 것 밖에.....

여러 말이 필요없었던 아주 잠깐 동안의 포옹이었다.

아들은 멋 적어서 씨익 웃기만 하고  \"잘 다녀오겠습니다~!\" 하고는 등을 돌린다.

 

내일부터 큰 행사가 있어서 내일 입대하는 아들을 부대 앞에서 이별할 기회는 없어졌다.

그래서 오늘 외갓집이 있는 경주서 자고 내일 오빠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아들이 가는 포항 오천의 해병대는 남편이 10년 동안 군 복무를 하던 곳이다.

나도 큰딸과 둘째 딸을 키우며 6년을 살던  동네이기도 하고.

기초훈련을 다 마치고 부대를 배치 받기 전에 부모님들을 모시는 자리가 있다니 그 날은 가 지겠지.

 

고등학생 때 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우리 애들이라 그런지 부모님들하고 헤어져 멀리 가는 일에

그렇게 큰 외로움이나 서운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도 애들을 떼 놓는 일이 자주 있어도 눈물바람을 날리고 가슴이 아파 몇날 며칠을 잠 못 자는 그런 일은 없었다.

늘 걱정하고 건강이 염려되는 건 사실이지만 울거나 몸살나도록 티 나게는 안하는 편이다.

오늘도 아주아주 쿨~~하게 아들을 보냈다.

 

마치 잠시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들인 것 처럼 너무나 평범하게..

아들이 서운했을라나?ㅎㅎㅎ

며칠 있으면 설 명절인데 설이라도 지내고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하게 되면 아들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유난히 육식을 좋아하는 아들이라 가기 전에 힘 내라고 한우로 깜짝 파티는 열어줬다.

그렇게라도 엄마가 계모가 아니란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