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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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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구네 집


BY kim5907 2011-12-15

\"야!감이 씨뻘겋게 익었다..저것 봐\"

사촌오빠의 그 말이 어린 나는 왜 그렇게

우습고 재밌던지..까르르 웃는 내가 재미있어

오빠는 자꾸 그말을 하고 오빠와 나는 그렇게

함께 웃곤 했다.

 

큰 집의 부엌 문을 열면 가을 햇살에 속살을 익혀가는

순구네 감나무가 와락 눈으로 들어온다

조개껍질 엎어 놓은 듯 올망졸망 추녀를 맞대고 있는

초가지붕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그 늠름하게 솟아 올라있던..

우리동네에서 앞마당과  뒷마당에 뒷간이  두 개나 있던 그 집

흔치 않던 감나무가 있고  감나무 밑엔 두레박 우물이 있어

우리엄마처럼 물동이를 이고 가깝지 않던 우물가로 물을 길러 갈

일이 없던 순구네 집

집 뒤꼍엔 텃밭이 있고 그 텃밭 울타리는 오직 그 집에만 있던

뽕나무 울타리였다   가시철망으로 둘러쳐진 뽕나무에 매달려

우리들은 철망에 찔리는 아픔따윈 문제가 되질 않았다..

뽕나무가 몹시도 시달릴쯤이면 우리들 사이에  도깨비와

얘기를 한다는 소문이 난 그 무서운 순구네 할머니의 벼락치는 소리가 내달려왔다

우리 집과도 멀잖은 친척이었던 그 할머니는 우리 아버지를 \"조카님\"이라고 불렀다

정말 우리가 재밌어 하던 건 그 집의 또 한 식구인 춘숙이 언니의 별명이 \"도깨비\"라는

사실이었다  마루의 뒷 문을 열면 앵두나무와 사철나무가 뒷뜰을 지키고 있던 순구네 집

 

시내 버스를 타고 볼 일을 보러 가던 길..

어느집 마당가에  추위를 희롱하 듯  사철나무가 붉은 꽃을

가득 달고 있다..

어리고 작았던 내게 세상에서 가장 큰 집으로 기억 속에

살고 있는 그  집

칼바람 추윗 속 사철나무 열매는 철망에 찢겨 

종아리에서 피어나던 내 유년의 꽃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