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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문정희 시인의 <남편> 이란 시의 부분이다.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예전엔 맞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멀기만 한 남자
이렇게 정정해야 할 것 같고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 사랑하는\' 부분에서는
그나마 (?) 사랑하는 이라고 고쳐 쓰고 싶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이 부분에서는 두 말없이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진다
어쩜 난 그 걸 잊고 살았을까
머리를 흔들도록 진저리를 치고 사느라 당연한 줄 알고 살았던가?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하는 성혼 선언문에 같이 고개 주억거린지가
삼십 삼년째다
만으로는 삼십 이년 이개월이 넘었든가..
그 세월을 살도록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아프게 하고, 서로 헐뜯고 , 밟히고 험악했던 모습만 기억에 남는건지..
참으로 별난 남자하고 살아 힘들다고 악다구니를 쓰기도 했지만
나 역시 별다르지 않아서 오늘에 이르른 건가 하는 회환에 잠길 때도 있다.
삼십이 지나면 인생은 재방영되는 드라마처럼 지겹고, 지리멸렬해 진다던
시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기억 나지만 그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건지,아님
내가 살을 덧붙였는지는 모르겠다.
긍정적으로 살자고 늘 자신을 다독이지만 그 표현이 때론 `맞다\'라는 생각
또한 어쩔 수없이 든다.
\" 난 앞으로 남은 몇 십년 세월을 당신하고 잘 살 자신이 없어\"
며칠 전 이렇게 말하는 내 모습에 남편은 험악하고 기세 등등하던 모습에서
허물어진 얼굴을 했다.
이젠 참아 주고 이해해보려고 내가 잘못한 건 없나 곱씹어 보고
하던 짓거리도 그만 두어 버렸다
젊은 날, 네가 니 기분대로, 니 멋대로 하던 걸 나도 따라 해보니
것두 괜찮다.
기절할 만치 악다구니 쓰는 것이 비방이라는 걸 왜 뒤늦게
알았는지... 진즉에 특효 처방을 했어야 됐는데
빙충이, 머저리..
뿌리가 깊어서 그 뿌리 쑥~ 뽑아 채기가 만만치는 않지
얼마나 약아빠졌는데..
빈 틈이 보이면 또 올라올 걸..
싸우기 위해 결혼한 사람들처럼 피터지게 싸웠다는
신달자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나만 그렇게 산 건 아니었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하던 날들이 있었다
아니 그래도 난 그 것 보다는 덜 치열하게 살았다는 위로를 했다
그러나 남의 눈의 들보가 내 손톱밑의 가시만큼 아프게 느껴지겠는가
내 살이 아픈 건 더 아픈 거였다
언제 막을 내릴건 지는 내가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