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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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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BY 꿈 2011-12-15

 

......................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문정희 시인의 <남편> 이란 시의 부분이다.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예전엔 맞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멀기만 한 남자

이렇게 정정해야 할 것 같고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 사랑하는\' 부분에서는

그나마 (?) 사랑하는 이라고 고쳐 쓰고 싶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이 부분에서는 두 말없이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진다

어쩜 난  그 걸 잊고 살았을까

머리를 흔들도록 진저리를 치고 사느라 당연한 줄 알고 살았던가?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하는 성혼 선언문에 같이 고개 주억거린지가

삼십 삼년째다

만으로는 삼십 이년 이개월이 넘었든가..

 

그 세월을 살도록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아프게 하고, 서로 헐뜯고 , 밟히고 험악했던 모습만 기억에 남는건지..

 

참으로 별난 남자하고 살아 힘들다고 악다구니를 쓰기도 했지만

나 역시 별다르지 않아서 오늘에 이르른 건가 하는 회환에 잠길 때도 있다.

 

삼십이 지나면 인생은 재방영되는 드라마처럼 지겹고, 지리멸렬해 진다던

시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기억 나지만 그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건지,아님

내가 살을 덧붙였는지는 모르겠다.

 

긍정적으로 살자고 늘 자신을 다독이지만 그 표현이 때론 `맞다\'라는 생각

또한 어쩔 수없이 든다.

 

\" 난 앞으로 남은 몇 십년 세월을 당신하고 잘 살 자신이 없어\"

며칠 전 이렇게 말하는 내 모습에 남편은 험악하고 기세 등등하던 모습에서

허물어진 얼굴을 했다.

 

이젠 참아 주고  이해해보려고 내가 잘못한 건 없나 곱씹어 보고

하던 짓거리도 그만 두어 버렸다

 

젊은 날, 네가 니 기분대로, 니 멋대로 하던 걸 나도 따라 해보니

것두 괜찮다.

 

기절할 만치 악다구니 쓰는 것이 비방이라는 걸 왜 뒤늦게

알았는지... 진즉에 특효 처방을 했어야 됐는데

빙충이, 머저리..

 

뿌리가 깊어서 그 뿌리 쑥~ 뽑아 채기가 만만치는 않지

얼마나  약아빠졌는데..

빈 틈이 보이면 또 올라올 걸..

 

싸우기 위해 결혼한 사람들처럼 피터지게 싸웠다는

신달자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나만 그렇게 산 건 아니었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하던 날들이 있었다

아니 그래도 난 그 것 보다는 덜 치열하게 살았다는 위로를 했다

 

그러나 남의 눈의 들보가 내 손톱밑의 가시만큼 아프게 느껴지겠는가

내 살이 아픈 건 더 아픈 거였다

 

언제 막을 내릴건 지는 내가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