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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20대 여성의 조력 자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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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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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BY 큰돌 2011-12-13

벌써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초겨울이다

사람들은 \"아이그`올해도 다 살았네 추워서 이 겨울 어찌 보내려는지 기름값도 오르고 애들 공비도 오르고 시장에 나가기가 무서워 요즘은...\"

약간 두터운 긴팔에 조끼을 두르고 두 어깨을 양손으로 엇갈리게 싸안고 인사를 물 동냥으로 대신한다

겨울이 되면 우리집 앞 길에 여름내내 떠들던 아이들 웃음소리도 나지않고 간간히 \"아줌마 ~~아줌마 마당에 들어간 공좀 주세요 ~~\"하는 아이들의 부탁도 없어진다

공공연하게 난 혼자 가 된다

여름내내 날아들던 이름모를 새들도 횟수가 줄어들게 보기 힘들고 길 고양이(이쁜이)도 내눈 맞추고 밥 얻어먹던 아부도 없어진다

새는 얼로 가고 이쁜이는 어디서 잠을 잘까?,,,,,,,,,,,,

마당 수도광은 신랑이 꽁꽁 처매 놓아서 아마도 내년 봄에나 저 두터운 이불과 테잎을 떼내고 물을 볼것이다 단풍나무아래 수도 계량기도 역시 두터운 이불을 덮고 있다

보일러 배관은 이불과 비닐로 덮어 놓았지만 밖이라서 눈치 빠른 길 고양이 잠자리로 아주 특석이다

뒤란 창고 창문과 화장실창문도 열지 못한다

역시 신랑이 비닐로 싸놓았다

창문도 잘 안열거고 현관문도 청소할때만 세상을 보여줄것이다

작년에 이어 다시 또 수술을 한 난 올 겨울 조심히 보내야 한다

운동도 이젠 사브작 걸어야 하고 추우면 나가면 안된다

다달이 병원에 갈때도 있고 겹쳐서 갈때도 있고 오늘 갔으면 낼 또 다른과로 가야 하는 날도 이어진다

차라리 병원 가까이 이사 갔으면 차비라도 아낄건데,,,,,,,ㅎㅎㅎ내 생각이다

내가 서둘러 아침에 일찍 가는곳은 병원뿐이다

아침에 빈속 약을 먹고 검사를 위해 굶고 가기 일쑤다

 두서너시간씩 혼자 기다렸다가 내이름 부르면 주인이 강아지 부르면 뛰어오듯이 내가 그렇게 진찰실로 뛰어들어가 꼬랑지는 없지만 입가에 웃음을 먼저 지어보인다

그럼 더 잘봐주지않을까 내 습관이다

더 좋아졌느나 나빠졌느니 그게 중요치 않다

다만 약을 얼만큼 타서 나와야 담달에 한번이라도 덜 올까 생각이다

이과는 3달뒤 저과는 한달뒤 또 다른과는 바로 며칠뒤 ㅎㅎㅎ우습다

한꺼번에 보면 좋을것을 의사 일정에 따라 난 이렇게 저렇게 날짜가 요일이 바뀌고 내 습관과 내 일정은 필요치 않다

직업은 없어도 아내고 엄마고 며느리 인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느누구하나 날 포함해서 다들 대들지 않는다

아니 묻고 싶은게 있어도 더 묻지 못하고 나오는게 허다하다

병원에 갔다온 날은 더 힘들고 더 지친다

대문안 왼쪽에 썩어버려진 은행이 싹이 터서 내 키보다 훨씬 더 크다

그래도 은행나무가 내 친구가 되어 준다

봄이면 연하게 잎이 내밀고 여름이면 쑥 커서 날 기쁘게 한다

가을이면 그래도 나무라고 단풍이 노랗게 들어 한잎씩 떨어져 날 울리기도 한다

\"은행아 잘 자랐니? 여름내내 나 보고 있었니? 내가 어디 갈때 너 한테 말하고 가는거 너 알고 있지?올해는 수술하고 오래 있어서 내가 궁금했니? 더울때 들어갔는데 집에오니 늦은 가을이더구나 내가 없어도 넌 잘도 자라고 단풍도 이쁘게 들기 시작했더라,,,,\"

아무말도 없지만 난 꾸준히 수다 스럽다

안 그럼 누구한테든 말을 해야 하는데 할 사람이 없다

내가 뛰어 놀면 누가 알려나

내가 펑펑 울면 누가 알려나

놀아도 울어도 난 나만 안다 누구도 모른다

은행나무 ,,단풍나무 ,,그리고 봄이면 빨갛게 꽃부터 피는 나무만 날 안다

그냥 내 짐작으로 그렇다는것이다

작고 크고 수술만 8번

이제 난 다 떼주고 아무것도 없는 빈몸만 가지고 사는 여자같다

\"저,,ㅇㅇ씨 우리 나팔관도 떼내죠?\"
\"맘대로 하세요\"

난 이미 다 가져가란 식이다

\"그럼 난소도 떼요 폐경기 다 됐는데..\"

\"그러세요 남아 있음 머 해요 더 뗄건없나요?\"
\"아이`ㅇㅇ씨 왜 그러세요 그렇게 화 내지 마세요 좋아질거예요\"

여의사는 정답다

난 이참에 확` 다 주고 아주 그냥 연인들 헤어지듯 하고 싶다

나한테는 있거나 없거나 소유감 같은게 내겐 없어진지 오래다

목숨이어나가기도 바쁜데 몸속에 멀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다 생각해본적이 없다

하나씩 버리고 버려지면서 다들 사는세상 인거 같다

어찌 버리고 버려지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버리고 버려지는건 세상과는 방법이 틀린건 확실하다

내가 버리고 내가 얻고자 하기에 빛을 또 졌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그리고 주말도 없이 일하는 신랑만 가여워 진다

키작고 피부가 희고 잘생긴 우리 신랑,,

지금은 더 작아지고 살도 많이 없어지고 그 희고 잘생긴 얼굴은 햇살에 그을려 검어지고 주름살도 많이 생겼다

시부모가 살아 있다면 난 아마도 애지녁에 쫒겨났을것이다

분명 그럴거다

다행이다 없어서

이런 빌어먹을 며느리가 또 있는가

내가 살려고 시부모 없는걸 좋아하다니....참내

그래도 난 살아간다

봄도 

여름도

가을도

그리고 또 겨울도

내년도 그 후년도 난 살아 갈것이다

차츰 없어지는 내 생애을 다 채우고 난 갈것이다

나이들어 난 신랑과 같이 하얀 모시 옷을 입고 양산을 쓰고 시골 장을 한번 구경하고 싶다

내 아들 장가도 보내야 하고 손주도 봐야 하고 또 머가 있더라,,

그 담은 아직모르지만 그때 가서 또 먼가 날 살아야 할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되면서 살아갈것이다

지독히 살아가면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