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이 중반으로 달리고 있댜.
거리에 크리스마스 튜리가 눈에 들어온다.
전혀 무감각하게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무심하게 한해를 보내고 한해를 맞이 할것 같다.
그렇게 무심하게 생을 마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날은 희망을 품고 어느 날은 절망의 늪을 헤매면서 한해가 간다.
8일에는 아침에 며느리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먹고 아이들과 저녁 외식을 하고 생일 케잌을 잘랐다.
식당에 도착하자 아빠를 찾기에 분주한 윤지...
아빠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윤지는 아빠를 발견하자 얼굴이 환해진다.
부녀 상봉의 모습에서 행복을 읽었다.
케잌 자르기를 재미있어 하는 윤지때문에 웃었다.
윤지와 함께 촛불을 끄면서 내게도 가족이 있음을 새롭게 느꼈다.
만삭의 며느리가 힘들어 하니 윤지가 엄마를 챙긴다.
엄마는 힘드니까 할머니가 해.
윤지의 말에 그러마고 했다.
늘 씩씩한 할머니로 남았으면 좋겠다.
뜻밖의 사람에게서 생일 축하 문자를 받았다.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니 예상 밖이었다.
나를 잊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의 기억속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아직도 남의 기억속에 좋은 모습이기를 바라는 욕심이 남아 있는가보다.
욕심의 끝은 어디쯤인지...
가끔 꺼내어 볼수 있는 지난 날들이 있다는것은 추억이라는 굴레에서는 행복한 일이다.
차를 수지에 세워놓고 다음날 압구정동에서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갔다.
늘 그렇듯이 오랜 친구란 단맛이 난다.
누가 더 부자이고 누가 더 가난한지는 상관이 없는 모임..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허물없는 대화를 나눌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화를 받았다.
\"자존심때문이지머..\"
그렇게 대답했다.
\"너만 자존심이 있고 나는 자존심이 없는줄 아는거니?\"
그 말에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아참.. 그렇지..\"
내 말에 그도 웃는다.
자존심이란 나만 가진것이 아니라는것을 잊고 있었다.
\"넌 나를 너무 모른다.\"
그가 그런 말을 했다.
얼마나 알기를 바라는가.
나도 나를 모르는데....
사람을 새로 안다는것이 겁이 날뿐이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에 대한 후유증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람이 나를 할퀼것 같은 노파심을 가지고 있다.
보호막을 치는 이유는 그것이다.
베란다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폐지를 줍는 노인...
연인의 팔짱을 끼고 걷는 젊은이...
아기를 안고 걷는 젊은 엄마...
산보를 나온 노부부..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는것일까.
동행자가 없는 길에서 내가 쓰러지는 날은 언제 올것인지.
비틀거리지 않기위해서 오늘도 나를 채찍질한다.
원고 청탁에 원고를 보내는 일이 남아 있다.
그리고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해야겠다.
자살을 꿈꾼다는 죄명은 올해도 변함이 없음을 반성 해야지..
사라지고 싶은 욕망.. 그것이 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