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2박3일의 일정으로 토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후까지
아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하여 서울쪽으로 붓짐을 매고 산을 넘어가는
조선시대의 선비처럼 그렇게 KTX를 타고 탔습니다.
저는 기차를 타면 꼭 역무원에게 창가쪽을 부탁합니다.
그러나 사정상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쪽으로 자리를 잡는 수 밖에 없는데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여행을 하다보면,
특히 KTX를 승차할때 18량인데 18량의 앞 부분이나 뒷 부분에
자리를 잡으면 운행이 있는것이 부산에서 서울쪽으로 가다보면,
구포역을 지나서 밀양쪽 중간에 낙동강을 바로 곁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무궁화호를 타고 내려올때 영동쪽에서는 철교를 지나가는데
마치 밀양쪽에 있는 차들이 다닐 수 있는 작은 철교위를 건너갈때면
웬지 어느 그림속에서 나오는 풍경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가끔은 빠른 속력으로 달리는 무궁화호 안에서 바로 곁으로 보이는
고속도로에서 지나가는 고속버스와 속도대결을 하고 싶다는
저만의 상상을 하게 되는데 저도 모르게 은근히 기차가 고속버스를
추월해주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멀리 떠날때 가져가는 가방속에는 여분의 옷과 책 그리고 세면도구
그외 몇가지가 더 있지만 이것들은 작은 물품입니다.
기차가 출발하하전 책 한권을 가방속에서 보물을 꺼내듯이 기차 선반에
살짝 올려놓고는 그냥 창밖을 바라보다가 시외를 빠져 나가는 순간부터
책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을때 직선이 아닌 곡선구간에 가면
저는 창문을 통하여 기차의 앞 부분과 뒷 부분을 살펴봅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 멀리 갔을지 비록 길게 연결되어 있는 기차이지만
뒷 부분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지나가는 길을 뒷 부분 객차도
몇초후에 지나갈것인데 한동안 지켜보고 있으면 인생도 할 줄의
몇 초전에 앞서간 길을 따라가는 객차처럼 정신없이 흘러간다는
20대의 10년을 보내면서 30대가 시작되는 1월1일이 되어보니
그 순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흘쩍 떠나보낸 20대의 그 파란만장했던
10년의 세월이 머리속에서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철도청 시험을 치루기 위하여 공부를 했었고
군 입대를 위하여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고는 군인으로,
그리고 그 이후의 나머지 몇년은 뭘하고 살았는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면서 추억의 박물관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언제 또 가방을 들고 여행을 떠나기 위하여 기차를 승차할지 모르지만
아마 그때도 기차가 곡선으로 움직이는 구간에서 뒷쪽 칸을 바라보는
그 시간을 맞이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