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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도 전원주택처럼 살다.


BY 이안 2011-11-06

내 집은 아파트 6층이다. 12층짜리 아파트니 딱 중간이다. 요즘 난 이 아파트에 시골 살림을 꾸렸다. 시골 살림 하니 뭔가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게 아니라 베란다 섀시를 이용한 내 나름의 농촌 생활을 말한다.

베란다 섀시를 이용해 난 요즘 상추를 키워 먹고 있다. 한 번 잎을 따면 두세 끼니는 먹는다. 그 뿐 아니라 무말랭이도 만들고, 호박고지도 만들고, 곶감도 말리고 있다.

작년 이맘때도 난 베란다 섀시를 이용해 무말랭이를 만들었다. 그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도움이 되었다.

지난 해 베란다 섀시를 이용해 말린 무말랭이를 지난여름 무침으로 내 해 먹었다. 무 어디에 그런 단맛이 있었나 싶게 달짝지근한 맛이 마트에서 사다 먹은 것과는 비교가 안 되었다.

그래 올 가을에는 작정하고 베란다 섀시를 이용한 시골 생활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재미가 쏠쏠했다. 무를 썰어 밖에 내 놓으면 꼬들꼬들해지다가 바싹 오그라드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하긴 햇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딘들 불가능하랴만 닫힌 생각이 그동안 아파트에서는 안 돼!’라고 밀어냈던 게 아닌가 한다.

감도 깎아서 내어 놓았더니 곶감 모양새가 만들어지고 있다. 반건시로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을 생각을 하니 흐뭇하다. 그래 하루에도 서너 번씩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삐들삐들 말라가는 감을 바라본다. 붉은 색이 유난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군침도 당긴다.

이러니 내 하루하루는 시골 생활을 겪어내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지루하기보다는 생동감이 넘친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사는 난 소소한 일거리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시장을 가서 일거리를 만들어오고, 그게 안 되면 산에라도 가야 한다.

그래 요즘은 내 안에서 오래 동안 꿈틀댔던 전원주택에 대한 미련이 다 잘려나갔다. 나이 탓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단순히 나이 탓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이러한 삶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난 아직도 그 미련을 붙들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파트다 보니 안전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다. 것도 한몫 했다.

요즘 난 새로운 생각을 붙들고 시름하고 있다. 베란다 섀시를 좀 더 계획적으로 이용해보고 싶어서다. 베란다 섀시를 이용해 좀 더 알뜰하게 겨우살이 준비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내 머릿속은 가만히 쉬지도 못한다.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하나? 아니면 기성 제품을 구매해서 필요에 따라 적절히 이용해야 하나?

난 장날 장보러 나가는 김에 그릇가게나 철물점도 둘러보기로 한다. 딱이다 싶은 게 있으면 사들고 올 생각으로.

규모는 작지만, 그래 성에 다 차지는 않지만 아파트에서도 난 내 나름의 시골 생활을 만들어간다. 지루할 겨를도 없이 내 하루하루는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