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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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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를 더듬으며..


BY kim5907 2011-11-06

차갑고도 긴 겨울밤에

온기를 잃어가던 아랫목은

부엌에서 들리는 두런거리시는 부모님의

음성과 함께 다시 방구들은 데워지고 그 따뜻함을

즐기며 늦잠을 떨치지 못하던 나를 깨우는 건..

소죽솥과 밥솥 그리고 옹솥을 여닫는 소리와

탁!탁! 아궁이에서 튀는 나뭇가지 소리가 아닌

집안 가득 소리도 없이 퍼지던 우거지찌개 냄새였다

김장할 때 퍼어런 모습으로 김칫독을 덮고 있던 우거지는

날과 달을 보내면서 허어연 골마지가 낀 채로 익어간다

양은 양재기에 담겨 밥솥에서 밥과 함께 익어가다가 그렇게 온 집안을

냄새로 휘감는다

유난히도 그 걸 좋아했던 나는 지금도 그 맛보다 더

그 냄새가 그립다

 

논과 밭들의 긴 휴식이 시작될 쯤이면

어머니는 내 손에 바늘 하나 쥐어주시며 추녀 끝에

사다리를 걸쳐 놓으시고는 \"지붕 내려 앉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하시며

몸이 가벼운 나를 지붕으로 올려보낸다

나는 바늘로 이박 저박을 꼭꼭 찔러보며 잘 익은 박을 어머니께 알려드리면

사다리 끝에 걸쳐 선 어머니는  박을 따서 조심스레 내려가신다

큰 소죽솥에선 박이 익는 냄새..익은 박을 꺼내어 나뭇가지를 잘라서 찌그러지지 않게

바가지 가운데를 바쳐 놓는데 그 바가지엔 반달과 보름달이 함께 머문다

부뚜막에선 여러날 동안 바가지 말라가는 냄새가 부엌에 그득했다

 

해 묵은 이엉을 걷어내고 햇 이엉으로 소담스러워진 초가지붕

추녀 끝을 아버지는 잘 드는 낫으로 마치 단발머리를 깍듯.

그렇게 반듯하고 깔끔하게 손질을 하시고 나면 그 단정한 추녀 끝에서 풍겨오는

보송하게 마른 볏짚 냄새가 그렇게 난 좋았다 

 

정자군이 난자양의 냄새를 좇아 헤엄쳐가서 만남으로

인간이 만들어진다는 말을 나는 굳게 믿는다

근사한 향기가 넘쳐나는 오늘 날

향기아닌 그 냄새들이 유난히도 이 계절에 그리워 지는 건

나의 본향이 냄새이기 때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