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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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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 그러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BY *콜라* 2011-10-07

 

한국에선 수술실 침대에서 입원실 침대로 환자를 옮길 땐

남자 간호사가 침대 시트를 들어 옮기는데 이 나라에선 어째 여자 간호사들만 보였다.

 

! 몸무게 장난 아닌데.

몸을 조금 움직여 보았더니 별 통증이 없다.

여자들이 옮기기엔 무리가 있는 내 몸무게가 떠올라

 나는 방금 수술실에서 밀고 온 침대 위에서, 입원실 침대 위로 홀랑 옮겨 누웠더니

간호사들과 남편이 깜짝 놀랐다.ㅋ

 

이제 다 끝났어 고생했어…’

입술에 키스를 하곤 얼굴을 쓸어주는 남편의 얼굴이 수척해 보여

밥은 먹었냐고 물었더니, 옆에 서 있던 친구가 \'이 와중에 남편 밥 걱정하냐며 핀잔을 준다.

그래서 본처기질은 남편들이 좋아하면서 좋아하지 않는 양면성을 지닌 거다.  

 

누군가는 기적이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살아가는 순간 순간이 기적의 연속이라고 믿을 때가 많다.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이라 말하고, 나는 \'은혜\'라고 말한다. 

이번 수술에서도 그랬다. 신앙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미 오래 전부터

하나님은 내 몸을 아시고 내 모든 일에 일일이 관여하고 계셨다.

 

원래 1박예정이던 나는 무료병실 대신 하룻밤에 25만원의 개인실을 신청했었다.

그런데 평소에도 실수가 없는 남편이 계약금 내는 걸 깜빡 잊어버리는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실수.. ? 였을까?

 

그랬다. 돌아보면 실수가 아니라 나에게 진행 될 일들에 대해

이미 아시는 하나님은 하룻밤이 아니라 엿새동안 편히 쉴 더 좋은 방,

그것도 무료로 쓸 수있도록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 두고 계셨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1022호 입원실은 시시각각 변하는 다홍빛 노을이 잉글리쉬 베이’ 너머로 물드는 저녁이면

노을 빛을 품은 다운타운의 빌딩들이 거대한 불기둥 숲으로 변해

바다와 하늘과 도시가 하나가 되는 경이로운 광경을 볼 수 있는  

세인트 폴 병원 입원실 가운데서도 가장 전망 좋은 방이다. 

  

친구는 퇴원축하 카드에서 \'세인트 폴, 호텔 스위트룸에서 체크아웃 한 걸 축하한다\'고 썼다.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하며 눈길을 아래로 내리면

존재 없는 나를 위해 예배때마다 간절히 중보기도하는 교우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우리 교회가 주차장까지 훤히 보였다.

 

병원에 앉아서 같은 시간에 새벽예배, 기도회...

그 절묘한 우연을 내가 우연이라 하지 않음을 비웃어도 좋다.

 

개인적으로, 엄마의 암 발병과 수술에 이은 이번 수술은

다섯 살 되던 해 하나님께 막내딸을 바치겠노라 서원한 엄마의 그 약속을 지킬

때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을 전후해서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 중에서도 7시간을 수술하고도 통증이 없다는 사실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 지 기도하는 중이다. 

 

Are you Growing Pains(극심한 통증이 있어)?

No .Pains

 

아플 때마다 버튼을 누르면 자동투입기를 통해 진통제가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지만

나는 모르핀을 사용하지 않았다. 통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행여 사용방법을 모르는 건 아닌가 생각한 의사와 간호사 통증관리전문과에서

번갈아 찾아와 설명을 했다. 그러나 줄어들지 않는 모르핀을 보면서

혹여 언어 소통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 듯, 남편에게도 시연을 하며 열심히 설명을 했다.

통증의 크기를 10까지 본다면 어느 정도인지 레벨로 대답하라고도 했다.

 

0 .. or..... 1…..?’

 

진실은 ‘0 이었다. 하지만 그걸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한 대답이었다.

의료진에게 설명하기에도 지친 남편이 실험 삼아 버튼을 누른 게 전부.

나도 가끔 마취 때문에 허해져서 내가 착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믿지 못하던 의사가 타이레놀 두 알을 처방했다며 간호사가 내밀었다.

아마도 모르핀은 마약이라 거부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마저 거부하자 뇌수술 한 사람에게도 항생제 주지 않는 나라인데 해롭지 않으니 준 것\'이라며

남편이 먹자고 달랬다. 하지만 타이레놀이 영양제냐고 거부하는 실랑이에

다시 더 약한 타이레놀 처방으로 바뀌었지만 약해도 진통제는 진통제다.

먹을 필요가 없었다. 통증이 없으니까.

 

수술일 다음날 머리를 감고 단정히 누웠다가 회진을 온 의사를 보고

침대에서 튕기듯 일어나 반갑게 인사를 했더니 의사들이 기겁을 했다.

통증이 없으니 나도 순간적으로 수술을 했다는 걸 깜빡 잊어 버린 것이다.    

 

잠자리에 들어 남편에게 물었다.

 

나...  배에 구멍 몇 개 났어? 수술이 어땠대?

. 좀 어려웠지만 깨끗하게 잘 되었대.

혹시......  배를 찢었나??

 

나란히 누웠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왜 그렇게 생각을 했어?

움직일 때 세로로 느낌이 오는 것 같아서…”

. 사실은. 복강경 하려다가 배를 열었어..

 

자연 회복을 유도하는 이 나라에서는, 수술 상처에도 무조건 소독하지 않고

하루 이틀 회복 상태를 지켜보며 식염수로 닦아 낼 뿐 항생제 한 알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엉터리라고 오해하지만 희한하게 그들이 말하는 날짜에 거짓말 처럼 아문다.    

그래서 나는 수술 부위를 직접 본 적이 없고, 통증마저 없으니 복강경을 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복강경 하려고 우선 구멍 하나를 뚫고 내시경을 넣었대 그런데 깜깜하게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기계가 전혀 움직이지가 않더래. 그래서 배를 일부 열어 확인을 했더니.

자궁이 아니라 대장까지 모든 장기가 한 덩어리로 붙어 있었대. 의사의 추측으로는 

예전에 맹장염 수술 때 의료장비에서 감염이 된 것 같대.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 전, 몇 센티 찢은 맹장염 수술 후 엄청난 통증에

3일을 모르핀을 맞았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살아 났다.

 

오랜시간 동안 조금씩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몰랐던 거고.. 대소변조차 힘들지 않았냐고 해. 그래서 횡경막 아래 복강까지 한 덩어리로 딱딱해져서 장기마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까 몸이 점점 비대해지면서 .. 다행히 모든 장기가 이상은 없어서 하나 하나 분리 수술을 하느라 산부인과 복강경전문의와 수술전문의, 외과전문의와 방광이나 신장 때문에 비뇨기과전문의까지 5명의 전문의가 

긴급 투입되어 7시간만에 끝났어 산부인과가 아니었는데 오진이라면 이것도 오진이었지.

다행히 의사들이 정말 힘든 수술이었지만 잘 끝났다고 해.

미루지 않고 수술하기로 결정했던 건 정말 다행이었어.

 

몸이 그 지경이 된 원인은 의료사고인 셈이다.   

너무나 장기간 진행되었기때문에 살이 찐다고만 생각했었다. MRI 촬영을 한 것도 허벅지에서 자궁으로 통하는 동맥을 차단해서 근종을 줄이는 동맥색전술을 하기 위함이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작은 크기라고 해서 의아 했었다. 하지만 유독 배가 불러지면서 딱딱하니까 자궁에 초점을 맞춘 것이 또 오진이었다. 첫 진료에서 주치의는 수술할 필요 없다며 그러나 불안하면 \"크기만 알아 보자\'고 초음파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 안해도 되는 수술이라는 진단에도 언젠가 해야 한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자는 마음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동안 진행되어 온 토막 토막 지난 시간들이 하나로 연결되며, 

20센티를 절개해 모든 장기를 메스로 나누고 상처가 난 장기는 봉합까지 하는 7시간 수술을 하고도

거짓말처럼 일체의 통증이 없는 의문, 중보기도의 힘에 무릎을 꿇었다.

 

두려워 말라, 내 너의 하나님이니라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 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시니라

 

수술 7일째, 아직 수술 실밥을 배에 그대로 지닌 채 퇴원 직후 서울로 전송할 일들을 처리하고

아침 저녁 30분씩 러닝 머신 위를 걷기도 한다무거운 것만 들지 않을 뿐

아이들의 밥도 챙겨주는 대부분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밤낮 나를 위해 중보기도 해 준 교회 가족들과 친정, 시댁 가족들, 친구....

병원으로 밥을 해서 나른 후배, 언니들에게 갚아야 할 고마운 빚만 남긴 채……

 

 

*살이 찌면 나이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꼭 검사해보시고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