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의 출산예정일이 가까워지면서 출산준비물을 마련하러 부산까지 동행했다.
12월 초가 예정일이라 몸이 더 무거워지기 전에 가기로 했다.
상설할인매장을 찾아 뒀다며 알뜰 짠순이 기질을 발휘하는 딸이 기특했다.
나이도 어리고 첫 출산인데 욕심도 부릴만 하건만 굳이 할인매장을 가잔다.
또래 젊은 엄마들끼리의 정보교환으로 상설할인매장을 알아 뒀다기에
하루 쉬는 오늘 딸아이의 출산준비물을 사러 갔었다.
신혼 시절에 내가 출산준비물 가게를 한 경험이 있어서 좋은 소재는 볼 줄 안다고 해도 될런지.
거의 비슷한 소재에다가 디자인만 조금 변형시킨 이름 난 애기용품 유명메이커들은
솔직히 값이 너무 비쌌다.
거품이 너무 많은건지 실지로 그렇게 들어갔을 공정들인지?
수입품매장에 가서 살펴본 결과는 가격대가 어른들 옷값보다 훨씬 더 비샀다는 것.
조막만한 애기 옷 값이나 장난값 가격이 완전 허걱~~~~
동그라미 갯수를 확인해 보는 촌스런 시골엄마
색상이나 디자인은 독특하고 세련돼 보이는 것 같은데
비 온 뒤 모래밭에 무 자라 듯 쑥쑥 자랄 갓난쟁이들한테 너무 비싸지 않나?
딸아이도 생각보다 비싼 애기용품에 큰 미련을 안 가졌다.
또래 엄마들이 금방 자랄거니까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 힌트를 주더라나?
임신하고서부터 손바느질로 배넷저고리를 만들고 손싸개며 자잘한 소품을 손수 만들었다는 큰딸
그래그런지 애기 속옷들은 한두벌씩만 더 샀다.
출산하고나면 이런저런 지인들한테나 친구들한테서 내복같은 단품들은 선물로 들어 올 거고
좀 부담스런 애기용품만 사기로 했다.
이불이며 포대기 그리고 속싸게는 유기농으로 준비했다.
보드라운 애기 피부에 직접 닿을 부분들은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유기농으로 했다.
아기자기하고 보조침대까지 있는 이쁜 목욕통도 샀다.
내가 저들을 키울 때는 빨래 다라이에다가 넣고 키웠는데도 건강하게만 잘 자라줬건만.
디자인이 독특하면서도 편안하고 색상이 고운 속옷 몇벌은 상설 할인 수입품 매장에서 구입하게 했다.
그래도 젊은엄마들끼리 모이면 애기 옷이며 다른 용품들을 보고 자랑하고 품평회도 할건데
너무 그런 옷들만 사면 기분이 그럴까 봐...ㅎㅎㅎ
이것 또한 사치스런 생각이다만.
나머지 용품들은 도매시장에 가서 옛날 장사할 때 수단을 발휘해서 장사 기분 안 상할 정도로
너무 바보스럽게 후하게도, 그렇다고 박절하게도 안 하고 적당히 흥정하고 현찰박치기로 했다.
물건값을 유독 잘 깍는 사람도 있더라만 난 그렇지를 못하다.
알아서 주시고 적당히 받으라고 하는 편이다.
그 대신 사은품을 많이 요구하지만...ㅋㅋㅋ
딸아이가 쓸데없는 허영심이나 부리면 어쩔까 했는데 그런게 없어서 참 다행이다.
애기용품을 사면서 내가 더 사라는 편이었고 딸아이는 나중에 필요하면 그 때 더 사자고 했다.
둘만 살다가 애기가 태어나면 자잘한 속옷이며 손수건을 넣어 둘 애기전용 서랍장이 필요하다며
하나 마련해 주랴했더니 그것도 마다고 했다.
애기가 태어나고 키워보다가 꼭 필요하면 그것도 그 때 산단다.
앗싸~~
엄마 돈 굳었다.ㅋㅋㅋ
음악이 네곡이나 나오고 타이머까지 장착된 완전 편안한 흔들의자도 사주랴 했더니 그것도 마다고 했다.
그것도 키우다가 절실하면 사 달라고 할거니까 지금은 아니란다.
지금 안하면 나중에는 국물도 없다고 했더니 과연 엄마가 그럴 수 있을까??? 라니~~
엄마를 완전 물주로 보네그랴~`
그래도 안 밉다.
처음부터 이것저것 떼 쓰듯 사 달라고 했더라면 얄미웠을까?
그랬더라도 속으로는 요것봐라 했을지언정 다 들어 줬을 것 같다.
내가 낳은 첫 딸이 첫 애기를 낳는다는데
이 우주인들 안 주고 싶었을까?
며느리가 애기를 낳더라도 이 마음일까 싶다.
내 아들의 아기를 낳아주는 며느리한테도 이 마음일까?
덜 그럴 것 같다.
딸은 엄마의 분신같은 존재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서러운 이름이다.
엄마의 전철을 밟아 따라오는 인생후배이면서 가슴에 박힌 옹이 같은 존재다.
늘 엄마의 가슴에 박혀 떠나지 못하고 떠나지 않는 불덩이....
며느리는 친정엄마가 딸한테 느끼는 그런 뜨거움하고는 다를 것 같다.
나도 나중에 며느리를 볼 것인데 오늘 내가 느낀 이런 느낌은 아닐 것 같다.
고부간 좋은 관계유지를 위해서 할건 다 하겠지만 일정부분 생략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
야박하게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보이지 않는 선은 긋고 살 것 같다.
최대한 다정한 고부간의 공감대는 형성하려고 하겠지만 투명하지는 못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루 온 종일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고르고 가격이며 디자인을 비교하고 사느라
딸아이는 많이 지쳐 보였다.
생과일 쥬스를 두잔이나 거푸 마셔대면서 그래도 잘 따라다녔다.
상가에서 우릴 잘 아는 분을 만나서 거금 10만원까지 선물로 받았다.
극구 사양을 했는데도 언제 또 주겠냐시며 필요한 거 있으면 표나게 하나쯤 사 가라셨다.
스카이라운지에서 점심을 함께 하시면서 순산을 위한 축복기도도 해 주고 가셨다.
참 고마우신 분이다.
산달이 다 되어가는 딸아이를 데리고 출산준비물을 준비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인다셨다.
딸아이는 그 돈으로 배가 불러오면서 안 맞는 일상복 대신 깜찍하고 편안한 임부복을 두 벌이나 샀다.
백화점이면 어림도 없는 가격이지만 도매시장에서는 가능하다는 이 엄청난 매력.
백화점 매장에 걸어놔도 손색이 없을 원단에다가 디자인과 가격을 딸은 참 마음에 들어했다.
너무 젊은 외할머니가 되는 기분이 어떠시냐고요?
돈이 죽어나네요..ㅋㅋㅋㅋ
진심은요~
제가 꼭 늦둥이 출산준비물 사러 다니는 기분이니 웬일이래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