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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시장


BY 그대향기 2011-09-21

 

 

 

 

살아가면서 꼭 필요없어도 좋아서 사는 물건들이 있다.

그 물건이 있어야 행복해지고 부자가 되는건 아닌데 그냥 좋아서.

단순히 좋아하는 물건이라서 사는 경우도 있다.

재산적가치를 두는 물건도 아닌데 말이다.

 

어제는 두주만에 하루 쉬는 날이었다.

우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부산행이다.

남편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부산에서 영화도 가끔 ...아주 가끔 본다.

지리적으로는 마산이 훨씬 가깝지만 그냥 부산이 편하다.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고 바다도 더 넓고.

주로 자갈치에서 장을 보거나 낚시, 안 그러면 남포동이나 국제시장에서 간단한 쇼핑을 한다.

종류도 다양하니 가격도 큰 부담이 안되는 수준에서.

 

북적대는 자갈치도 좋아한다.

펄떡펄떡 살아있는 싱싱한 삶의 현장이랄지....

비릿하고 번득이는 생선비늘도 사랑스럽다.

다른 시장에서는 불 수 없는 희귀한 생선을 보는 재미도 좋다.

다국적 시장이기에 사람구경도 또 한 몫한다.

크고 작은 어선들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활기 찬 모습도 볼거리 중의 하나다.

자갈치시장의 갈매기들은 사람을 전혀 안 무서워하고 경계도 하지 않는다.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많은 먹잇감으로 해서 바다로 가서 고기잡이도 안 하는 듯 했다.

배가 들어오면 뱃전에서 상자에 넘쳐나는 고기를 낚아 채 가거나.....

 

이골목 저골목을 두루 다녀보다가 어느 골목을 지나는데

한 노인이 좁은 골목 한쪽 구석에 조잡한 물건들을 몇 펼쳐 놓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좌판이래야 비닐 위에 금방 봐도 모조품이란 걸 다 아는 수준의 물건 몇개가 전부였다.

그 앞을 아무생각없이 지나치다가 가만가만~~`

뭔가가 분명 내 시선을 확~잡아 끄는게 있었다.

가던 걸음 멈추고 그 좌판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아무도 없던 좌판에 좀 젊은(?) 여자가 다가가 앉으니 물건의 주인인 듯한 할아버지 반가움에

어서오세요 `구경하세요 `싸게 드립니다~를 연발하셨다.

공장도가격으로 드립니다까지.

아무리 봐도 모두 다 애들 소꿉놀잇감 정돈데 내 눈에 확 들어오는 커다란 링 하나.

팔찌처럼 생긴   물건인데 땟국물이 줄줄.........

얼마나 오래오래 할아버지의 장사밑천이었을까?

그래도 찬찬히 돌려보는데 디자인이 예사롭지 않았다.

 

둥근 모양이 대나무를 말아 놓은 모양이고 대나무 마디마다 한글을 한자씩 새겨 넣었다.

목숨 \"壽\"

복 \"福\"

편안할 \"安\"

평평할 \"平\"

.

.

.

필체도 멋스러웠고 팔찌 두께도 거의 5mm는 족히 될 것 같았다.

얇은 쪽이 3mm 정도.

굵기조절도 가능하게  동그라미 한쪽이 틔어져 있었다.

비록 땟국물은 줄줄 흘렀지만 디자인이나 질감이 좋았다.

\"할아버지 이거 얼마죠?\"

조잡한 물건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그 팔찌 가격이 무려~~

단돈 3천원이라했다.

난 최소한 이삼만원 이상은 부르실 줄 알았다.

 

가격을 묻기 전에 요리조리 살펴 본 물건이라 마음을 쉽게 정했다.

모조품이라해도 디자인이 아주 근사하잖아~

팔찌 하나만 사고 일어서려니 너무 싼 가격 같아서 머리핀 하나에 천오백원을 주고 하나 더 샀다.

까만 플라스틱에 인조다이어가 콱콱 박힌걸로.ㅋㅋ

남편은 그런거 사서 뭐하냐고 했다.

나 혼자 이리저리 굴리며 조사를 해보는데 어머나~~~세상에~~

이 팔찌 순 은팔찌였어~~!!!

공장에서 마구 찍어낸 그런 애들 장난감이 아니었던 거였어.

 

차 안에 있던 물휴지로 팔찌의 구석구석까지 땟국물을 닦아내는데

팔찌 안에 만든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하얗게 닦아 놓으니 은은한 색이 너무 부드럽다.

두꺼운 팔찐데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완전 횡재한거였어.ㅎㅎㅎ

그래서 벼룩시장이 매력있는 시장인거야.

이참에 진품명품에 감정을 한번 받아 볼꺼나~~~ㅋㅋ.

하루 온 종일 팔찌를 굴리고 매만져 보며 가벼운 흥분(?)까지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