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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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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권에 당첨된 적 있으세요?


BY *콜라* 2011-09-19

 

 

세 잎 클로버는 \'행복\', 네잎 클로버는 \'행운\' 을 의미한다고 한다.

혹시 지천에 늘려있는 \'행복\'의 밭에서 나는네잎의 \'행운\'만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목에 토끼풀(클로버) 밭이 있었다.

몽실몽실한 하얀 꽃이 피는 클로버가 왜 \'토끼풀\'로 해석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대를 엮어 꽃목걸이를 만들기도 하고

두 줄기를 엇끼워 꽃 반지를 만들며 놀았다. 

 

가끔 가방 들어주기, 업어주기, 몽당연필 한 자루 주기 등

네잎 클로버 빨리 찾기 내기를 하면, 나는 늘 가방을 들어야 했고

나보다 덩치 큰 친구를 업어주거나 물을 떠다 주는 일까지 도맡아야 했다.

몽당연필내기에서 진 날은, 혼자 네잎 클로버 찾기 연습을 했다. 

표시 해 두었다가 다음날 연필을 되 찾아 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연습이든 내기이든 단 한번도 네잎 클로버를 찾은 적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네잎 클로버 밭\'이라는데도 내 눈엔 절대 보이지 않던 

네잎 클로버를 찾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해서

\"하나님, 저도 네잎 클로버를 찾아서 복수를 하게 해 주세요.\" 기도를 한 적도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네 잎 클로버를 찾는 행운은 나에게 찾아 오지 않았고

그때문인지 살아오면서 \'행운\'이라는 단어와 연결된 모든 일들과는 일절 인연이 없었다.

나는 늘 내 힘과 땀으로 노력한 만큼 거두었을 뿐이다. 

 

\'행운\'은 그렇게 나와 상관없는 단어처럼 굳어진 계기는 또 있었다. 

초등학교 때 소풍을 가면 빠지지 않고 하는 놀이가 보물찾기’다. 

여기 저기서 \'찾았다\'아이들의 들뜬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는 한 장이라도 찾아보려고

나무 풀섶과 낙엽이 쌓인 바닥을 샅샅이 긁어도 보고 힘에 겨운 큰 돌맹이를 들춰도 보았지만,  

돌맹이 아래서 개구리와 뱀이 나와 혼비백산 하기도 했다. 그건 나에게 진정한 보물찾기였다. 

 

그렇게 \'행운\'은 내 몫이 아닌 것으로 외면하며 사는 것이 습관이 된 어느날

수락산 등반을 끝내고 내려오던 길목의 산아래 공터에서

구민위안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행사에는 어김없이 노래자랑과 행운권 추첨이 있다. 

 

무대 곁에는 사람숫자보다 더 많은 행운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나는 다시 한번 그간 잊고 살던 행운과 연결된 \'머피의 법칙\'을 깨뜨릴 기회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품고 사람들 사이에서 정성껏 절반의 종이를 찢어 추첨함에 넣었다. 

 

먼저 자전거 30대 추첨이 시작되었다.

지역 국회의원이 행운함에 손을 넣고 휘휘저어 한 장을 뽑아 냈다. 

 

\"행운 번호 0000000 축하합니다. \"

 

숫자가 불려 질 때마다, 내 번호를 맞춰보며, 상품에 대한 욕심보다 만약 당첨된다면

그간 행운이라는 단어와 단절되었던 나의 운명이 역전될 것만 같아 내심 설레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자전거가 다른 사람 품에 안길 때까지

내 번호는 불려지지 않았다.  

어느새 자전거에 이어 압력밥 솥, 믹서기,금반지.... 상품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행운권 추첨과 상관없이 시민들을 향해 무작위로 던지는 농구공 50개도 

내 반대편으로만 던져졌다. 공을 잡기 위해 몰린 사람들이 넘어지며 지르는 아우성에 

공을 잡은 사람의 즐거운 비명으로 행사는 절정에 달했다.  

 

혹시\' 하는 기대와 \'그러면 그렇지\' 하는 자조섞인 오락가락 하는 실망과 기대 속에

마음 한 켠에선 \'그래도.......\' 하는 치사한 기대가 자꾸만 고개를 들었다.

냉장고니 텔레비전이니 하다못해 세수비누 한 세트라도 당첨된 사람들의 환호하는 모습이

눈 앞에 보이는 탓인지도 모른다.   

 

집에는 꽉 채우기 힘들만큼 크고 성능 좋은 냉장고도 있고, 1년은 쓰고도 남을

넉넉한 비누와 가구며 가전제품,밧줄을 타고 정상을 오르는 튼튼한 육체를 가진 내가

왜 감사하지 못하고 남의 작은 행운에 질투를 하는지 .....  

스스로도 물건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상황을 즐기지 못하는

내 스스로에게 더 화가 났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포기였지만 마음을 비웠다. 

  

 이 상황을 즐기자. 그것이 눈에 보이는 저 많은 상품들 중 하나를 갖는 것 보다 더 큰 행운에 당첨되는 것이다. 그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면 니가 원하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어.... 

그리고 

당첨번호가 호명될 때마다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당첨자로 오해를 한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박수를 치는데, 정작 당첨자는 다른 곳에서 달려 나오는 헤프닝에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하고, 생면부지의 옆 사람은 내 손을 잡고 숨 넘어갈 듯 웃었다.

언제적 일이었던가. 내가 그렇게 마음껏 큰 소리로 아이처럼 팔딱팔딱 뛰며 웃었던 것이.

 

드디어 나도 행운에 당첨 되었다. 

상품은 행운 숫자가 호명될 때마다 마음껏 웃을 수 있는 행운권’이었다. 

목젖이 보이도록 실컷 웃으며 그날 나는 가장 큰 상품에 당첨된 행운녀 였다.   

 

 

그날 이후에도 나는 직접적인 \'행운\'과는 인연이 없다. 어쩌면 어린 날 그렇게 간절히 찾으려고 해도

찾지 못했던 네잎 클로버가 가져다 주는 우연한 행운대신, 늘 찾을 수 있는 세잎 클로버처럼

평온하고 일상에서 누리는 \'행복\'을 느끼며 살라는 하나님의 암시인지도 모르겠다.

 

\'행운\'은 자기가 오고 싶을 때 왔다가 인사도 없이 가버리는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다.

내가 의도하고 노력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단어가 아니기에,

나는 오늘도 평범한 일상의 세잎 클로버의 행복 밭을 일구며

감사함으로 살게 되길 소망한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