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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BY 그대향기 2011-09-18

 

우리나라보다 생활여건이 더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이 행복지수는 오히려 훨씬  높다고 들었다.

덜 가지고 덜 누려도 그들은 행복하다고 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빠듯한 그들의 생활인데도

얼굴에는 늘 웃음이 넘치고 모든 것에 긍정적이었다.

내일 당장 끼니걱정이 되는 살림이지만 그날 그날 살아가는데     언제나 밝음이었다.

그래서 발전이 없는걸까?

부족함을 안타까워하고 부유함에 대한 동경이   강해야         발전이 있을까?

 

욕구불만이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욕구불만이란 남이 가진 걸 내가 못 가져서 생기는 홧병같은 것이라 여겨진다.

소위 말하는 명품 가방이나 명품  옷을 못 걸치고 못 입어서 생기는 마음의 병 같은....

수십억을 한다는 명품브랜드의 초호화 아파트에 살지 못해서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

어디가 툭...부러지고 심하게 손상되어 피가 철철 흐르는 외상이 아니라

스스로 핡퀴고 조급증을 내며 안달복달 하다가 생기는 일종의 심적 스트레스???

안가져도 ..없어도....살아가는덴 눈꼽만치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꼭 가지고야 말겠다는 허영심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거짓말도 넘지 말아야 할 도덕선도 넘고야 만다.

 

그걸 가지고 두른다고 해서 그 병이 완치되냐?

천만에 만만에.

신상품이 나오면 일착으로 달려가야 속이 후련하고

하나도 모자라 색상별로 진열해 두고 혼자서 바라보며 만족감을 느낀다니 참 힘들겠다 싶다.

명품을 두르고 산다고 다 그런 병이 있다는 건 아니다.

나이가 좀 있고 생활의 여유가 되는 사람은 얼마든지 누려도  충분하다.

열심히 살았고 또 절약하며 살림을 일군 결과니까.

멋있어 보이고 품위 있어 뵈는 중년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럴 여유도 형편도 안되는 사람이 몇이 아닌 다수가 있다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수백만원씩 하는 명품 백을 들면 행복지수가 퐉~퐉~마구마구 올라가는 모양이다.

그 뒷감당을 하려고 무리한 직업에 뛰어들기도 한다니.....

 

나는 참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밉지 않은 외모를 한 남편

다행히 재수없이 대학을 가 준 세 아이들

아직까지는 큰 불효없이 착하게 잘 자라줘서 행복하다.

그 중 큰딸은 이른 결혼으로 짝 걱정은 안해도 되니 더 좋다.

은퇴 후에 마음만 먹으면 욕심껏 꽃을 심고 살아도 될 시골집이 있어 좋다.

아직은 둘 다 건강에 큰 이상이 없어서 다행이다.

가끔은 남편이 날 놀래키지만 대체로 건강하다.

맞벌이 부부긴해도 재택근무라 아이들을 외롭지 않게 키워서 행복했다.

아이들 셋 밥 안 굶겼고 옷 헐벗지 않아 행복했다.

결혼하고 열번도 넘게 이사하면서 살던 집마다 지하도 반지하도 아니고 다 지상의 남향집이라 얼마나 행복하던지.

 

다른데 욕심을 안부리니 꽃욕심을 조금 과하다 싶게 부려도 남편이 눈 감아 줘서 감사하다.

덜렁대고 섬세하지 못하고 선이 곱지 않은 아내고 엄마지만 가족 모두 사랑한다 말해주니 이 또한 감사.

와글와글 시끄리덤벙해도 늘 활기차다 말해주시는 할머니들이 계셔 행복하다.

설렁설렁~~

힘 들이지 않고 손쉽게 요리를 해 나가는 내 솜씨를 칭찬해 주시는  많은 사람들이  날 행복하게 한다.

마당 가장자리에 작년에 심어 두었던 꽃범의 꼬리가  무리지어 탐스럽게 만개해 주니 행복하다.

화분에서 꽃을 보고 마당 한켠에 심어 두었던 단국화가 피려고 하니 또한 행복하다.

습하고 더운 바람에 온 몸이 엿가락처럼 늘어질 지경이더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행복하다.

10년 넘게 사용해서 끼룩끼룩 갈매기 울음을 울던 세탁기를 드디어 버리고

토끼잠을 자는 아기가 잠을 자도 안 깨울 조용한 버블 드럼세탁기를 최신형으로 살 수 있어서  많이 행복하다.

 

그러고보니 난 행복한 일이나 환경이 참 많은 여자다.

물론 나보다 더 으리으리한 집에 더 근사한 남편이나 명문대를 다니거나 나온 자식들에

뭘 해도 전혀 무리가 안 따르는 여유로움을 누리며 사는  여자도 많겠지.

그러나 난  그런 이유로 마음이 불편하거나 욕구불만이 없다.

이만큼 누리고 가진 것에도 늘 감사하는 여자다.

초호화 아파트는 지금 당장 거저 준대도 관리비를 못 내서 쫒져날 게 뻔하니 안 부럽다.

특히나 그쪽 싸모님들의 고급 문화를 모르니 더 불편하겠어서 내 발로 나올 것 같다.ㅋㅋㅋ

고급 옷은 아니지만 내 몸에 맞는 루마패션이 철마다 부족하지 않으니 행복한 일이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그까이꺼 명품가방 한둘은 사도 된다.

한두달간 라면만 먹고 살지 뭐....ㅋㅋㅋㅋ

 

그런데 기 죽을거였으면 버얼써~~~지구에서 사라졌겠지.

못 오를 나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 오르고 내 격에 맞는 나무에  나즈막히 올라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맞고 살아 갈 뿐이다.

스트레스도 욕구불만도 아닌 나만의 행복지수가 있음에 만족하며 산다.

못 가짐에 대한 빈 가슴도 아니다.

그냥 그런 것들에 대한 강한 욕구가 안 생기니 다행일 따름이다.

만약에 안되는 여유에 그런 허영심이 발동한다면 지금 사는게 생지옥이겠지.

남편이 세상에서 둘도 없이 무능력해 보이고 애들 셋이 징글징글  끔찍하겠고....

지금 사는 이 시골집이 구닥다리에 옥탑방이라 죽을듯이 숨이 막힌다며      툴툴거리며 살겠지.

일은 또 왜 이리도 힘들고 짱나게 덥냐며 만사가 다 내팽개치고 싶을만치 귀찮아질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난 지금 행복지수가 매우 높은 아내고 엄마며 여자다.

앞으로도 이 마음 이대로 죽..이어질 것 같다.

그래서 난 행복할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