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63

화초를 키우면서 자연의 섭리에 놀라다.


BY 이안 2011-09-15

화초를 키우다 보면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접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게 놀라움이다.

 

강인한 생명력에 놀라고, 뜻밖의 선물에 놀라게 된다.

 

 

 

 

20093월쯤으로 기억된다. 2년 정도를 기른 화초에서 이상한 몽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뭔가 했다.

 

그동안 화초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얻은 지식으로 볼 때 그건 새로 돋아나는 잎은 결코 아니었다.

 

손가락 마디에 난 사마귀점처럼 눈에 거슬렸다. 살밖으로 툭 비집고 나온 뼈같은 느낌도 들었다.

 

 

 

 

헌데도 난 그걸 과감하게 잘라내지 못했다. 그랬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별 볼일 없어 보이던 몽우리가 차차

 

커지더니 20여개의 작은 몽우리들로 갈라지면서 우산 모양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그게 눈에 거슬리는 무언가가 아니라, 바로 꽃몽우리라는 걸 알았다.

 

 

 

 

새로운 줄기가 돋아나고 푸른색 혹은 붉은빛이 감도는 잎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흡족했던 나였다.

 

헌데 뜻밖의 선물 앞에서 난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또 다른 황홀경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를 더 지나자 세상에, 몽우리가 하나 둘 피기 시작했다.

 

보랏빛이 살짝 얹힌 연분홍 작은 꽃은 유리처럼 반질반질했다.

 

 

 

 

꼭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덤이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앙증맞게 작은 꽃이 고무로 빚어놓은 것처럼 도톰하니 윤이 나는 게 현실같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감동이 몇 갑절 더 소중하게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

 

 

 

 

난 그 꽃이 다 져버릴 때까지 아침저녁으로 다가가서 한참씩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 믿어지지 않는 눈으로 말이다.

 

지금은 꽃은 없고 잎만 늘어져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꽃을 볼 수 있으리란 희망으로 난 여전히 그 꽃에 다가가

 

들여다보곤 한다. 물론 그 꽃(호야꽃)만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오늘도 난 내 화초들을 들여다보며 짬을 즐긴다. 그리고 그 앞에서 내 삶을 다듬는다.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을

 

풀어내고, 내 생각의 빈틈을 메우고, 쓸데없는 생각들은 잘라내고. 그러다보면 내 마음은 가지런해진다.

 

그래서 내겐 더없이 고마운 존재들이다.

 

 

<호야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