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일산에서 지냈다.
아버지와 언니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쉽게 돌아올수가 없었다.
집을 오래 떠나 있으면 글을 쓸수 없다는 초조감에 자꾸 우울해진다.
그것도 병인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나도 조바심 내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다.
\"일산에서 오시는 길에 우리 집에 꼭 오세요.\"
며늘애의 말에 그리 하기로 했다.
할머니가 오는 날이라고 어린이집을 결석하고 기다리던 윤지가 현관앞에서 환하게 웃는다.
길이 많이 밀려서 늦게야 도착을 했으니 아이들은 기다리기 지루했던 모양이다.
\"오래 걸리셨네요.\"
\"길이 밀렸어.\"
아이들과 강남에 나가서 부페 음식점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엄마 뱃속에 축복이 있어.\"
윤지는 엄마의 불러진 배를 바라보며 내게 설명을 한다.
\"그렇구나. 윤지 동생이 엄마 뱃속에 있구나.\"
돌아오는 길에 가구점에 들려서 며늘애가 윤지의 침대를 고르는 동안 윤지와 나는 한구석에서
동화책을 읽으며 따로 놀았다.
\"또 읽어줘. 할머니 또 읽어줘.\"
윤지가 졸라댄다.
\"아기가 어쩜 저렇게 할머니랑 닮은 꼴이지요?\"
가구점 직원의 말에 며늘애는 늘 같은 대답을 한다.
\"초음파 사진에서도 할머니랑 똑 같았다니깐요.\"
그때를 나도 기억한다.
팔개월짜리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엄마가 왜 거기 있느냐고 말하던 아들때문에 많이 웃었다.
놀이터에 가겠다는 윤지를 데리고 놀이터에 앉았다.
친구들을 만난 윤지가 조잘 조잘 말이 많다.
\"너네 엄마는 어디 갔어?\"
윤지가 친구에게 묻는다.
궁금한것이 많다.
미처 대답을 못하는 친구에게 닥달을 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났다.
\"할머니 쉬이.\"
\"여기 화장실이 없는데 그냥 저 구석에서 쉬할까?\"
\"개미가 얼마나 목이 말랐겠어. 윤지가 쉬를 줘야지.\"
윤지의 말에 크게 웃었다.
\"할머니 이제 집에 가야겠다.\"
\"왜?\"
\"너무 늦었잖아.\"
\"왜?\"
\"먼길 운전하시고 오셨는데 피곤하시잖아요. 주무시고 가세요. 밤에 왜 운전을 하시려고 하세요.\"
며늘애가 말렸지만 아들집을 나섰다.
밤길 운전에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시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알수 있었다.
오산이 궁금해서 서두르고 있는 내가 이상하기는 하다.
집은 잘 있었다.
뜨거워져 있는 집을 식히느라고 창문을 활짝 열고 밤 시간을 보냈다.
아침 일찍 광화문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했다.
\"넌 일산에서 잠시도 못 빠져 나오는거니?\"
\"아냐. 오산에 왔어.\"
\"그럼 가는 길에 우리집으로 왔어야 하는거잖아.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왜 그냥 갔어?\"
\"아이들이 오라고 해서 아이들한테 갔었어.\"
\"그럼 오늘은 우리집에서 잘수 있어? 의논할 일도 많고 보고싶다.\"
주말을 친구와 보냈다.
의논해 오는 일에 조언을 해주고 더덕구이집에서 점심을 먹고 메일을 검토해주며 하루밤을 지냈다.
\"문장이 막히는것 있으면 내가 고쳐줄테니까 말해.\"
\'알았어.\"
\"절대로 네가 약오르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한 수 위로 너는 서 있어야 하는거야.\"
\"알았어. 너 우리집에서 지내면 안되니?\"
\"그건 안돼.\'
\"왜?\"
\"글을 써야 하니까.\"
\"제기.\"
\"제기라니.\"
\"나랑 한침대에서 잘래?\"
\"아니 혼자 잘래.\"
\"그럴줄 알았지. 저쪽방 침대를 써.\"
\"그러지.\"
다시 오산으로 돌아왔다.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너 지금 도착한거야? 무지 배고프겠다. 얼른 밥 먹어. 화요일에는 내가 분당으로 갈게. 그때 볼수 있겠지?\"
\'그러자.\"
글을 쓰는 시간이 자꾸 빼앗기는데에도 거절을 하지 못한다.
마산에 있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배 비워놓아라. 맛난것 사줄게.\"
친구의 말에 웃었다. 이러다가 살이 대빵 더 찌게 생겼다.
매미 소리가 요란한 아침이다.
팔월이 이렇게 가고 있다.
가을이 다가오는것 같더니 다시 여름이다.
소설의 진전이 없이 여름을 보내고 머리속에는 주인공이 나랑 동의도 없이 자꾸 혼자 움직인다.
일주일후 일산에 다시 가기 전에 주인공을 제자리에 돌아 오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바다가 그립다.
여름이 가면 한가한 바닷가에 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