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어디서 일까?
이른 아침부터~. 수화기를 들으니 희경이다.
\"선생님! 저에요\".
오랜만에 듣는 음성이지만 반갑기 보다는
혹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닌가 해서 가슴부터 쿵캉거린다
희경이는 지금 암 투병 중이다. 유방암 수술 두 번에 뼈와 간에 전이가 된
상태란다. 작년 6월 병원에서 보호자와 함께 오라는 말을 들었었다.
가족이라고는 아들과 단 둘이서 사는 데 재수하는 아들을 데리고 갔다가는
아들이 혹 충격을 받고 공부를 게을리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그 생이 얼마가 남아있는 지 알 수 없는 데도 아들이 뭔지 아들걱정을 했다.
그래서 동생을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누가 가던지 그게 무엇이 문제 일까?
어떤 말을 듣는 것이 더 문제이다 싶어 꽤나 심란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병원에서 무슨 말을 하였는지를 물었다.
\"선생님!\"
\"앞으로 10년 밖에 못 산 되요\"
희경이는 웃으면서 이야기 하였다.
나도 그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래!\'
\"10년이나 산다는 것은 괜찮다는 거야! \"
\"그렇죠? 선생님!\"
나도 희경이도 더 이상 그 말에 토를 달거나 해석을 다르게 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희경이를 다달이 도울 능력이 없어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이 다였다.
그래서 그런지 통화를 한지가 벌서 3~4개월은 된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무심하게 보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암에 좋다는
풍월이나 외우는 것이 고작이니 자꾸 전화하기도 그러했다.
그런데 어제 전화가 온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수화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을 긴장 하면서 들었다.
혹 통증이 있어서 나에게 구원이라도 청하는 전화가 아닐 까 해서 말이다.
그런데 다행히 목소리는 낭랑하였다.
\"작년에 병원에서 일 년 밖에 못산다고 하였었어요.\"
\"그런데 일 년이 지났어요.\" \"저 9월부터 일해요?\"
\" 무슨 일? \"
\'트럭에 짐을 실어주면 운반해주는 일이예요.\"
\"네가 힘도 못 쓸 텐데……. \"
\"짐을 내리고 싣고 하는 사람은 따로 있데요.\"
\"그~래?\"
\"일 할 수 있겠어? \"
\"하다가 힘들면 고만두면 되지요 뭐.\"
그러나 희경이는 집에서 쉴 형편이 못 되는 어려운 형편이다.
마음이 무거워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벌서 마음을 알아채었는지
\"선생님! 암은 병도 아니래요.\"
\"누군가 그렇게 말을 해 주어서 전 그 말 믿고 열심히 살아요.\"
\"그래! 암은 병도 아니야\"
나도 앵무새처럼 따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