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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할미 낫춤 추다1


BY ㄴㄴ 2011-08-26

싸~하니 살을 파고드는 가을이.. 사람 미치게 한다.

\'시오~씨~  ㅆㅆㅆㅆ ㅆ ㅣ 오~ ㅆ ㅣ\'  창너머 모텔집 살구나무에 매미가 운다

어릴적 곤충채집할때 작지만 당차게 울어대는 저 매미를 씨오씨라 불렀다

 

활짝 열어젓힌 창으로 파란 하늘 흰구름이 내 쪽방 깊숙히 들어와

반짝이는 새로 산 모니터 까만 테두리에 앉는다

컴퓨터에 앉아 쓸데없는 짓꺼리하는 나를 보며 아른한 미소를 짓다

노란 햇살이 모니터 화면을 환하게 비추인다

\'나갈까?\'

 

파주 밭에 호박이 다 썩어없어지고 돌깻닢 좀 따봤자 먹을 일도 없는데

그래도 어딘가 나가 봐야지

방구석에 죽치기에 너무 아까운 날이다

 

딸네집 쪽방을 탈출해 법원리 가는 길

뻔히 아는 길이지만 심심함을 덜기 위해 네비양 목소리를 듣는다

\'300미터 앞에서 좌회전 하십시오. 15킬로미터까지 직진입니다\'

\'잠시 후 의정부 방면으로 우회전 하십시오\'

 

22.5 킬로미터, 시골길 천천히 움직여 3-40분 차를 몰아

나의 정글숲 자연의 놀이터에 닿으면

정글북 놀이를 위해 복장을 단디 챙긴다

팔토시를 꺼내 팔뚝에 끼우고, 집나온 5개월동안 교복처럼 덧입는

책크무늬 남방을 덧입고 낫을 꺼내들고

최대한 씩씩한 폼으로 밭에 들어간다

 

지난 폭우에 내가 출입할 실낱같은 길은 없어지고 도랑이 넓어져 있다

개장사가 쳐놓은 방해물을 넘어 살곰살곰 들어가니

\"아줌니~   거기 다니지마시오!\"

\' ... ? \'

\"거 내밭으로 들어다니지 말란 말이욧!\"

끔뻑끔뻑 눈만 끔뻑거리며 도랑쪽으로 한발 내려와 첨벙거리며 물 위로 간다

\'왈왈왈~<< \'  발바리 새키가 꼬리를 떨어지라 흔들며 짖는다

개장사가 나의 출입을 막기위해 내땅 접경지역에 바짝 가져다놓은 개새키가

어느새 친해졌다고 꼬리 치며 반기는 사이가 되었다

 

파란지붕 할아버지 집에서 내집에 들어가는 100미터도 안되는 길은

내가 늘 그렇게 넘어다니는 길이 되었다

 

낫을 들고 탁탁// 사람 키보다 훌쩍 커버린 풀숲을 헤친다

돼지풀이 꽃대를 올리고 한창 꽃피울 준비를 하다가 날벼락을 맞는다

무성하게 자란 돼지풀 그늘을 헤치고 들면 산지사방 풀밭속에 호박꽃이 반짝인다

\'한놈 두시기 석섬 너구리.. \'  꽃을 이고앉은 왕눈깔사탕 같은 호박을 센다

좀 쓸만한 것이 썩어 딍구는 이유,

땅에 앉은 호박이 더울까봐, 딱딱할까봐 풀을 한아름씩 베어 방석을 만들어 폭신하게 깔아주니

풀이 비를 맞아 썩어들면서 호박에게 썩음병을 전이한 거라

무식이 객지에서 고생한다

 

토마토 밭에 토마토 가지가 산지사방 중구난방 흐드러졌다

빨간 알갱이 좀 딸라치면 하나같이 가죽이 터져있다

탱탱한 토마토가 비를 맞으면 속이 불어 터진단다

비닐하우스 말고, 자연 토마토, 노지 토마토를 먹겠다고 심은 것들이

몽땅  살이 터져 못먹게 되었다

 

스포츠댄스, 공중 가르기

\'아자자자~  촥/ \'  기합을 넣어가며 신명 나는대로 낫질을 한다

초보농군, 짝퉁농부의 홀로아리랑,  낫춤 구경 할사람 법원리로 오세요~

키보다 훨씬 높이자라 수풀 그늘을 이룬 돼지풀이

짝퉁농부의 낫춤에 퓍/ 쓰러질때 그 짜릿한 쾌감..

파란하늘 뭉개구름을 올려보며 \'나 잘했지?\'  노란 햇님에게 입맛춤을 보낸다

 

이렇게 한바탕 의미 심장찌른 스포츠가 끝나면

\'샤워실이 있으면 좋겠다\'

저기 밤나무 아래 옹달샘, 꽃지약수에 사철 솟아나는 샘물을 퍼올려 샤워꼭지를 달면 좋겠다.

천막을 만들어 샤워꼭지 틀어놓고 \'푸아아아아\' 물맞음하면 행복행복 행복하겠다.

\'저늠의 개장사만 나가면......... \'

 

낫춤 스포츠가 끝나면 땀에 젖은 몸을 싣고 달려가는 곳

가야랜드, 냉탕에 들어가 아푸아푸 개구리헤엄을 친다

간간이 얼굴익힌 죽순이 아줌마들이 사우나에 죽치고

농사꾼은 냉탕에 게구리헤엄을 친다

 

잠 시 후........  아름다운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 후편에 계속

 

 

 

`11,8,23

토함산 된장녀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