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쯤에
텔레비젼에서 슬픈 소식을 전했다.
다섯살 어린 아이가 유치원 차 안에서 질식사했다고....
날마다 등원하던 노란 병아리 차 안에서....
바깥기온이 30도를 넘긴 그 날의 무더위에
차 안은 40 도를 훌쩍 넘긴 푹푹 찌는 수준의 실내 온도.
그 어린 생명이
아무도 없는 차 안에서 죽을 때 까지
고통을 당했을 공포를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고 안타깝다.
실외에서도 더우면 숨이 막힌다는 표현을 하는데
온실효과가 여과없이 있는 밀폐된 그 차 안에서
병아리 같이 여리고 어여쁜 그 어린 생명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고사리 같은 손일망정 유리창이라도 콩콩콩...좀 쳤더라면.....
발길질로 누군가한테 도움이라도 좀 요청했더라면....
자는 듯이 숨을 거두었을까?
후끈후끈 달아 오른 사방이 막힌 차 안에서 어린 생명이 혼자 당했을
그 고통이 마치 내가 당하는 고통처럼 헉헉...숨이 차 올랐다.
어쩌면 그날 노란 차에 담당선생님이 동승을 안했을까?
안 했다 치더라도 해당 유치원 담임선생님은 자기 반 원생이
등원을 안했는데도 집으로 확인전화도 안 해 봤던지??
작은 부주의 하나가 어린 한 생명을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잃게 했다.
예쁘게 머리빗고 곱게 단장해서 아침인사를 건네고 유치원에 보낸 아이 부모님이
얼마나 참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을지 짐작조차도 하기 어렵다.
그러면서 20 여년 전 큰딸이 유치원 다닐 때 있었던 섭섭한 일이 떠오른다.
그 날도 두 갈레 삐삐머리를 하고 집을 나서던 큰딸은
\"유치원 다녀오겠습니다~
동생도 잘 놀아~
언니 얼른 유치원 갔다와서 업어도 주고 나중에 놀아줄께~~\"
인사도 예쁘게 잘 하고 등원한 큰딸이었다.
종일반이었기에 오후 늦게 유치원 차가 도착할 시간에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쪽 팔을 치켜들고 얼굴이 일그러져 내리던 큰딸.
친구랑 싸운 줄로만 알고 그냥 안아 내리려는데
\"아얏~!!!\"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치켜 든 팔을 감싸 안는게 아닌가~
영문을 몰라 같이 놀라는 엄마를 보고 큰딸은 팔이 많이 아프단다.
같이 따라 온 담임선생님이 낮에 쉬는 시간에 유치원놀이터에서 놀다가
수업시작 종을 듣고 애들이 우루루 몰려 뛰면서 내 딸아이가 넘어졌단다.
팔이 퉁퉁 부어 있었고 너무 아파해서
큰딸을 데리고 바로 병원엘 갔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는 뼈에 금이 갔다는데 화가 났다.
낮에 그런 사고가 있었으면 그 당장 병원에 데리고 가서 사진을 찍어보고
이상이 있으면 빨리 깁스를 해야지
아이가 하루 온 종일 금이 간 팔을 안고 당했을 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내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올라왔다.
놀라고 아파하던 큰딸은 깁스를 하는 동안에도 대견하다 못해
너무 어른스러울 정도로 잘 참아서 의사선생님한테 칭찬도 듬뿍 받았다면서 미소까지 짓는 여유를 부렸다.
평소에도 호들갑스럽지도 않고 찬찬한 아이였지만 금이 간 팔을 안고
유치원 하루생활을 다 하고 돌아오다니....
\"아프면 울지 왜 참았어?\"
\"그냥 이렇게 팔을 안고 앉아 있었어 엄마.
조금 울었고 많이 아팠는데 엄마 얼굴보니까 안 아팠어.\"
평소에는 유치원 자모모임에서도 잠잠한 편인 나였다.
이건 아니다 싶어 유치원에 전화를 했다.
원장님이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뼈에 금이 갔는데도 병원에 안 데리고 가고
아이 안전보험은 왜 의무적으로 드느냐고 따졌다.
원장님은 담임선생님이 알려주지 않아서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담임선생님한테 사과 드리라고 할거라며 정중히 전화를 끊고 잠시 후.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했는데 이건 적반하장이었다.
미안하다는 사과 단 한마디 후에
\"병원비 물어드리면 될 것 아니에요~\"
이 무슨 사과 전화래?
안 그래도 아이가 당했을 고통에 안스러움이 채 가시기도 전이라
나도 화가 나 있던 차에 그 선생님한테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유치원 선생님을 오래 하고 싶으면 아이를 진정으로 더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세요.
유치원에서 빠른 조치가 안되면 집으로 연락이라도 해 주던지
그 어린아이가 하루 온 종일 금이 간 팔로 얼마나 아팠을지
짐작이나 하고 그런 몰상식한 말을 해요?
병원비 물어준다니???
그 무슨 사과라고 하는 말이 도로 화나게 하는 말을 하고 그래요?
내일 우리아이가 등원하면 아이한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세요.\"
수화기를 내리는데도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유치원선생님 자질이 없음이었다.
그냥 아이들끼리 부딪히는 사고하고 뼈를 다치는 사고는 완전히 다르다.
얼굴이 할퀴어와도 유치원선생님한테 항의가 들어 온다는 요즘이지만
난 그 정도는 아니다.
아이들끼리 그럴수도 있는 일이고 내 아이도 그럴수 있기에...
그러나 뼈에 금이 가면 그 당장 얼마나 아프고 아이가 다른 활동도 못했을건데
표나게 팔을 안고 울상인 아이를 그렇게 방치했다가 저녁에 데리다 준단 말인지.
내 아이는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사고였어도 화나고 억울했었는데
그 이쁜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은 얼마나 가슴를 치며 안타까워하시고 억울해 하실까?
요즘은 아이를 서넛도 아니고 단 둘이나 딱 한명만 낳는 저출산 시대에.
그 이쁜 아이가 남기고 간 많은 재롱들이 순간순간 생각나시겠지.
천사처럼 팔랑이던 작은 몸짓도 다시 보고 싶으시리라.
어여쁜 새끼참새처럼 재잘대던 목소리도 다시는 못 듣는다 싶으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
다시는
두번 다시는 이런 황당한 사고로 귀한 생명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조금만 주의를 더 세심하게 기울였더라면
타고 내릴 때 인원체크만 정확하게 했었어도
원생이 등원이 안되면 담임선생님이 집으로 확인전화라도 한 통화 넣었더라도
마지막 아이가 다 내렸나 안 내렸나 차 안을 한번만 더 둘러보고 확인한 후 문을 닫았더라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없을거다 생각하니 또 내 가슴이 답답해 온다.
이쁜 자식을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낸 그 부모님께서 하루 속히 큰 슬픔에서 회복 되시길 바란다.
전국의 모든 유치원에서도 좀 더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보살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작은 보살핌 하나가 어리고 귀한 한 생명을 살리는 커다란 안전장치와도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