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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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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눈물


BY 운화 2011-07-17

\"엄마, 나예요\"

아무 말이 없다. 직감적으로 아들의 흐느낌을 알 수 있었다. 책상앞에 앉아 있다가 베란다로 나왔다.

\"엄마, 고마워요.\"

아들은 애써 눈물을 꿀꺽 꿀꺽 삼키고 있었다. 안그래도 온 종일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했었는데  새벽 한시가 넘은 시간에 전화 온걸 보면  저도 참다 참다 전화를 한거란걸 대번에 알수 있었다.

불과 보름전 직장으로 걸려 온 뜬금없는 전화에 놀램반 기쁨반 그렇게 봄이는 날 하루 아침에 할머니로 승격시켜 주었다. 핑계삼아 모여서 외식도 했고  화제는 온통 며늘아가와 봄이 이야기로 하루 하루를 보냈다. 며늘아가가 가지고 있는 개인 홈피에는 벌써 아가의 장난감을 사가지고 와서 아이보다 더 환하게 맑은 웃음을 웃고 있는 모습이며 손수 만들어 먹이던 시금치 파스타며  태교 동화책,임신과 출산등의 책들을 늘어 놓고 사진을 찍어서 올려 놓았다.

어제 아침에 초음파 사진이랑 아가 심장소리 들으러 간다고 좋아 했는데 그래서 다음에 만날땐 우리 봄이 모습을 볼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그 녀셕 소리없이 왔다가 소리없이 가버렸다. 계류현상이라고 다른 산모들에게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그렇게만 말하는 아들의 목소리는 새벽녘 바닥을 맴도는 안개같았다.  순간 이럴때 난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만감이 교차되었다. \'괜찮아, 젊으니까 또 갖으면 되지.\"라고 말하기엔 봄이를 거의 낳은 아이처럼 생활하던 아들내외에게 위로커녕은 자칫하면 엄마의 무관심으로 오해받을수도 있을것 같았다. 

\"지금 아가는 어떠니? 울고 있어? 괜찮아 너희들 잘못이 아니니까. 봄이랑 인연이 짧았나보다. 삼신 할머니가 더 건강하고 이쁜 아가 보내주시려 하나봐, 빨리 마음부터 추스려야 할텐데.  그래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울컥해 오는 마음에 내가 울어버릴까봐 애써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아내를 재운 후에야 밖으로 나와서 내게 전화를 했다.

\"엄마, 의사한테서 아이가 보이지 않는 다는 소리를 듣는데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것 같았어. 머리속이 하얘지면서 그냥 이게 꿈이었으면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아침마다 아가한테 인사하고 자기전에 인사하고 동화책 읽어주고 그랬는데... 요즘은 손싸게 만들고 있었어. 그것도 채 못 만들었는데 ...\"

끊어질듯 다시 이어지는 아들은 몹시 지친듯 했다. 순간 울음을 터뜨려버리는 아들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 위로가 될말이 빨리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어쩜 어떤 위로도 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조심스럽게 아들을 불렀다.

\"아들, 봄이가 우리 사랑이 넘 부담스러웠나봐. 그래서 자기보다 더욱 건강한 아가를 보내주려고  양보했는지도 몰라. 그래서 엄마를 더 힘들게 하기전에 아빠가 자기한테서 헤어나오지 못해 힘들어 할까봐 미리 간거라고 생각하자.

열달을 품고 있다가 잘못되기도 하고 나아서 기르다가 잘못되기도 하고 장성하게 자라서 일어버리기도 하는 정말 한치앞을 볼수 없는 세상이잖니. 엄마가 늘 그렇듯이 우리 긍적적인 생각만 하고 살자꾸나. 그래도 너희들은 젊고 얼마든지 다시 갖을수 있잖니. 우리 아들 오늘까지만 울고 다신 눈물 보이면 안돼. 그럼 아가가 너무 힘들다. 알았지\"

아들은 엄마하고 통화하니까 아까보다 좋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 자신이 덜 큰것같다고 했다. 그리고 부모마음이 이런거라는거 아주 조금 알것 같다고, 이제까지 좋은 일만 있던 우리에게 시련이란 단어도 있다는걸 알려줬다고 .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면서 아들의 이런 넋두리를 들어 줄수 있도록 지금 현재에 살고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그늘이 되어 주려면 내가 나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창문을 여니 바람을 타고 비냄새가 들어 온다.

풀이랑 나무를 적시고 그들이 뿜어내는 냄새랑 섞여  올라오는 이 냄새. 심호흡을 해본다. 그리고 내일은 아들내외가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근처 공원이라도 산책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