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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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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도 열심히..꿈이 없어요


BY 미소 2011-07-11

아들녀석은 고3이다.

딸아이가 하는 말이 우리 집은 고3의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단다.

다른 친구들은 까치발로 다녀야 하는데 우리 집은 쿵쿵 거리고 다녀도 되고 TV를 있는데로 크게 틀어도

부담없고 친구들을 데리고 와도 괜찮은 고3의 집이란다.

드디어 오늘 문자가 날라왔다.

\"나 대학 꼭 가야하는건감?

뭘 하고 싶은건지 몰것다.진짜..\"

 

내가 뭘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할 지 아직도 모르겠거든;

 

1.난 목표도 없이 뭘위해 이러는지 모르는데 의지가 생길리가 없잖슴;;

2.내 꿈이 없잖아.

3.진짜 모르겠다.

4.뭘 위해 사는걸까 세상?

5.장사해 보고 싶어

6.환장하겠군.

7.진짜 머리 아프네..뭘 해야 하는건데 도대체..

8.하...암튼 치킨 좀 시켜 무도 됨?

 

요게 오늘 점심시간 전후하여 제 아들에게서 날라 온 문자들입니다.

 

제가 답변을 이렇게 보냈습니다.

 

1.안가면 뭐할건데 군대바로 갈래 학교 안가면 군대가라고 영장 나옴 하고 싶은 건 학교 다니면서

 찾아도 됨..--약간 짜증과 협박성 답변이었습니다. 욘석 공부하기 싫고 학원 가기 싫으면 하는

 상투적인 수법이라서..

 1-1...남들은 등록금 없어서 걱정인데 내아들은 꿈이 없어서 글타꼬 나도 삶의 목표가 없어진다.바쁘다.

  -이 놈은 대학 4년을 등록금 걱정없이 보낼 수 있습니다.그래서 아무데나 --좀 그런 표현이지만--

  입학만 하라고 제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곤 합니다.

 

2. 내 아이들 잘 살라꼬 이케 아파도 일한다.--어제 밤에 몸살로 많이 아팠습니다.--

  니가 맘이 글타면 나는 왜 살아하고 일 해야 하는지...

 2-1..내가 뭘 되겠다 그런 확고한 의지 가진 친구 있는지 물어 봐 그냥 부모들한테 딸려가는게 대부분거   야..아직은 괜찮아 꿈은 니가 하고픈게 생길때 시작해도 되는거야..

 2-2...내 삶은 내 얘들 밥 굶기지 않고 따뜻한 물 쓰고 코끝이 시리지 않는 곳에서 키우고 등록금 안밀리게 키우자 그거였다.

 2-3...그럼 계속 없으니까 이럴꺼임 세상하고 부딪치면서 찾아야지 대학도 가고 여행도 다니고 사람들      만나고 겜하는 사람말고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는거다.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이 세상 모든 게 니꺼여야한다 이 말이다.

 

3. 혼돈의 시기인건 맞다 하지만 애써 찾으려 하지말고 세상과 만나면서 같이 찾아보면 어떨까 같이 찾아보자 어울려서 살면서 아들아.사랑한다.

 

4. 나 자신을 위해서 발자국을 남겨야지

 

5. 그것도 경험이 필요하고 기술이 필요해 그럼 경영학을 배워야 하지 구멍가게가 아니라면 그리고

  엄마 돈 없어 니가 벌어서 해 알았지.

 

6.경험도 없이 한다는데 너라면 대출받아 줄 수 있어 ! 아니겠지그지 생각해 봐 근무해야 함.-

          ---당직 서고 있는 중이어서 틈틈이 문자를 보낼 수 있었거든요..강하게 보냈습니다.

 

7.머리와 가슴부터 경영을 배워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도 ..그래서 다들 배우는거야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엄마 회사 사장님들도  더 열심히 배우는 자세부터 가다듬어 배움 그리고

        세상을 경영하는 거야 실패의 확률을 줄이는 거지 그때 내 아들한테 내 묘지값 내어 줄께..

       기꺼이 투자하는 거야..너한테..

 

8.요 놈 내 그럴 줄 알고 비상금 주머니에 넣어 두고 왔지..왜 공부하냐고 이럴 때를 대비해서.

 너 먹고 싶은거 사고 싶은 거 내가 주머니가 비어 있으면 못해 주지..엄마는 너네들 웃는 얼굴

 건강한 모습  보는게 가장 최고의 소원이고 너네가 행복하게 잘 살아 내 주는게 내 꿈이야..

 너네도 미래의 너의 가족에게 그렇게 해 주길 바래..엄마 소원이자 꿈이다.

 많이 먹고 맛있게 먹고 저녁에 보자.사랑해 아들..

 

 

 고3 아들과 주변머리 없는 엄마의 오늘 하루 쪽지 대화였습니다.

아침부터 밤9시까지 당직입니다.

일을 마치고 가면 아이들이 아마도 \"엄마\" 하면서 불러주는 그 단어에 하루의 피곤이 사라질 겁니다.

 

내 일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놀기를 좋아하고 잠자는 아이들 보면 기쁩니다.

세상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압니다. 하지만 이 곳을 벗어 날 수 없다면 살아가는 방법도 몸으로 느끼면서 잘 살아 내 주길 바랍니다.

그나마 제가 제 아이들이 복 받았다고 생각하는 건..

그래도 제가 어렸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제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배고파 하지 않아도 되고 등록금 밀려서 서무실에 불려가지 않아도 되고.

친구들 수학여행갈 때 교실에 남아서 공부하고 있지 않아도 되고..

비가 오면 천정이 무너질까봐 동생들 한 켠에 밀어 두고 지붕을 막대기로 받치고 있지 않아도 되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그런 집에 아이들을 키울 수 있어서..

그래도 다행스러운 복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가방을 던졌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죠

선생님께서 절 참으로 미워했습니다.

다녔던 학교가 사립이었는데 남들 3기분 등록금 낼 때 저는 1기분도 못내었으니까요..

독하게 학교 다녔습니다.

대학도 거의 고학으로..아르바이트로

내 아이들에게 가난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제 살 만 합니다.

부족하지만..그래도 하늘 보고 웃습니다.

오늘 저녁 냉장고에 넣어둔 맥주 한병이 친구를 해 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