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장아찌가 먹고 싶다는 아들..
동그랑땡이 먹고 싶다는 며늘애..
된장국이 있어야 밥을 먹는다는 윤지..
금요일에 마늘장아찌와 김치와 된장을 싣고 수지로 향했다.
김치가 입에 맞는지 연상 먹어대는 윤지를 보며 웃었다.
홀몬제 처방을 받으러 병원에 가야한다는 나를 따라 윤지가 나섰다.
\"할머니 주사 맞았어?\"
\"응. 주사 맞았어.\"
\"아팠겠다. 안울었어?\"
\"안울었어.\"
병원에서 나와서 둘이서 이마트에 갔다.
\"할머니 마이쭈 사고 싶어.\"
\"응. 사줄게.\"
\"할머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그래 사줄게.\"
\"할머니 오뎅 먹고 싶어.\"
\"그래 먹자.\"
\"엄마는 집에 있어?\"
\"응. 집에서 쉬고 있어.\"
\"엄마도 아이스크림 사다주자.\"
\"그러자.\"
집에 돌아온 윤지는 이마트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느라고 바쁘다.
\"주자창에 내려오는데 자동차 카터가 있는거야. 그래서 할머니가 딱 잡고 윤지를 태워서 다시 일층으로
올라간거야. 그래서 오뎅을 사먹은거야. 할머니가 깜빡 잊어버리고 맡겨놓은 아이스크림을 두고 왔는데 윤지가
아이스크림이라고 말했어. 그래서 찾아온거야.\"
윤지의 수다에 모두 하하 웃었다.
똥그랑땡을 부쳐서 저녁을 먹었다.
\"에미야 동그랑땡 많이 먹어.\"
\"네 어머니. 딱 이 맛이예요.\"
\"할머니 뽀로로 대일밴드를 주사 맞은데 붙여줄게.\"
윤지는 내 바지 위에 뽀로로 대일밴드를 붙여주다가 바지를 벗으라고 졸라댄다.
뽀로로 대일밴드를 내 가방에 넣어주기도 했다.
\"집에 가서도 붙여.\"
\"알았어.\"
아들이 퇴근해서 집에 오는 중이라는 전화를 윤지가 받았다.
\"할머니. 아빠 오기 전에 얼른 집에 가.\"
\"왜?\"
\"아빠 잘 자리가 없잖아.\"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빠는 엄마랑 침대에서 자면 되는거야.\"
윤지 엄마의 말을 듣고 윤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녀을 예뻐해도 말짱 헛것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엄마. 오랫만이야.\"
윤지 아빠의 말에 윤지는 의아해 한다.
\"할머니를 왜 엄마라고 불러?\"
\"아빠 엄마니까.\"
\"할머니가 엄마야?\"
\"그래 할머니가 아빠 엄마야.\"
다음날 여름 성경학교에 윤지를 따라 갔다.
교사로 일을 하는 며늘애를 바라보니 참 활달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늦게 도착한 아빠에게 쪼르르 달려간 윤지는 아빠 무릎에서 소리 죽여 말한다.
\"아빠가 보고싶어서 윤지가 쪼꼼 울었어.\"
\"쪼꼼?\"
\"응. 쪼꼼.\"
아들과 윤지의 배웅을 주차장에서 받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전남편과 그녀가 수지로 이사를 왔다는 소식은 이제 자주 수지에 가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천둥 번개가 친다.
천둥 번개가 치는 날에 전화를 하겠다던 사람이 생각났다.
전화벨이 울린다.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만 두기로 한다.
멍청히 비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