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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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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반짝 대청소


BY 그대향기 2011-05-20

 

 

근무시간 짬짬이 대청소를 하려니 입에선 단내가 훅훅 났다.

마당 그~득 화려하게  만개한 작약꽃이 너무 아까워서 친구들을 불렀다.

바람이 불면 꽃잎이 떨어질까

비가 와르르 쏟아지면 꽃대까지 누울까 조바심을 치면서

친구들을 부르고 날이 맑기만을 간절하게 바랬다.

거리가 가까운 것도 아니다.

몇시간씩을 달려야 도착되는 먼 거리지만

친구가 부른다고 달려 와 준다던 고마운 친구들.

 

그 친구들이 머무를 숙소며 식사할 장소를 청소하면서

평소에도 이렇게 좀 치우고 살지...ㅎㅎㅎ

집이 근무처고 근무처가 집인 우리 부부는

늘상 집안이 어수선하다.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손님이 찾아오게 되면

남편은 어떤지 몰라도 주부인 나는 너무 당황스럽다.

거실에 잠깐 머무르다가 커피 한잔 정도를 마시고 돌아갈 손님이지만

거실에 앉아서 고개만 돌리면 주방이며 안방이 훤~히 들여다 뵈는 구조라

청소를 하지 못하는 바쁜 날에는 얼굴이 달아오를 지경이다.

 

평소에도 방문을 닫지 않고 잠을 자는 우리는

낮에도 문들이란 문들은     다 활짝 열어두고 산다.

누가 들여다 볼 사람도 없는데 싶어서 그냥 편하게 열어두고 산다.

치운다고 해 봐야 그게 그거지만 그래도 좀 정리가 된다.

일하는 연장들이 거실의 장식품인양 자주 등장하는 우리집은

누가 모르는 사람들은 노상 어질러 놓은 그 풍경이 우스울거 같다.

망치며 몽키 드라이버에 톱까지

때로는 그 보다 더 크고 무시무시한 연장들도 거실 쇼파 위에서 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예고없이 손님이 오면

가정집 거실인지 작업장인지 구별이 잘 안 돼 혼돈이 생기지 싶다.

친구들의 방문을 핑계겸 이유로 집을 치우자니 흐유 많기도 해라...ㅎㅎㅎ

양말짝이며 수건에 물컵까지

세밀하게 치우지 못한 잡동사니들이 한 바구니다.

요즘 밭일에   화단 잡초제거 때 입었던 작업복이며

흙묻은 고무장갑까지 거실에서 논다.

얼른얼른 치우자.

친구들이 버스와 승용차를  타고 내려 올 그 시간

난 집청소 중에서도 대청소를 한답시고 난리였다.

 

그래도 눈에 크게 거슬리는  물건만 대충대충  구석에 짱박아 뒀고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은 세탁장으로  눈가림만 해 둔 상태.

중간중간 할머니들 식사를 준비해 드리면서 하자니

후아후아~~

땀이 삐질삐질

가벼운  바진데도 몸에 칭칭 감긴다.

그러게 왜 진작에 정리정돈 좀 잘 하고 살지

짐은 많아가지고 들어내도 들어내도 별로 표도 안나고

가벼워지는가 싶었는데 더 무거워진 느낌은  무엇???

 

친구들이 오거나 다른 손님들이 와야 홀딱 뒤집는 청소

평소에는 최대한 간편하게 치우고 산다.

눈에 금방 띄는 장소에 뭐든 있어야 편하다.

연장도 옷도 다른 생필품들도.

잘 치워두면 찾다가 화나고 짜증내는 남편도 남편이지만

내가 건망증이 너무 심해서 그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해 내지 못한다는게 두렵다.

도대체가 까.........................맣게 기억에서 지워져 버렸으니

당장 찾아달라는 부탁이 호령으로 바뀌어도 알아야 찾아주지.

 

요즘들어 건망증이 더 심해졌다.

물건 어디에 뒀는지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슨 일을 하려고 했던지조차 캄캄할 때가 많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잘 기억하는 사람을 보면

꼭 외계인 같기만하다.

어떻게 사람의 머리가 저렇게 정확할 수가 있단 말인지..

내 머리가 걱정스러운게 아니라 그 잘 기억하는 사람의 머리가 걱정스럽다.

저러다 머리가 박살나지....

그 많은 정보를 다   넣어두려면  기억판에서 열이나지.....

그러다 폭발하고 말지.....

내 걱정이 천근짜린데 오지랖이 넓어 멀쩡한 남의 걱정에 만근이 된다.

 

그리운 친구들과 꿈 같은 하룻밤을 보냈다.

꽃보러 오란다고 그 먼 길을 달려 와 준 고마운 친구들.

중년에 만난 친구들이지만 마음빛이 많이 닮아 친근하다.

배려심이 태평양도 모자랄 언니도 한분.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가을에는 다른 친구집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향 짙은 아카시아 숲길을 달려 돌아 간 친구들.

단풍이 물들면 건강한 모습으로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