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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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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랑 나랑.


BY lala47 2011-05-17

누군가 말했다.

언니는 온실속의 꽃이고 나는 벌판에 잡초라고 했다.

그말이 내게 그리 기분 좋은 말은 아니었다.

 

나와 언니는 많이 다르다.

언니는 형부의 보호와 사랑속에서 어려운 일을 모르고 살아왔다.

나처럼 인격적인 모독을 당한 적도 없었고 나처럼 왕따를 당해본 적도 없었다.

온실속의 꽃...맞다.

 

언니는 소심하고 나는 대범하다.

언니는 약하고 나는 강하다.

언니는 작은 문제에 매달리고 나는 한번 결정한 일을 뒤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언니가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홀로 서기를 하지 못하는 성격에 때론 짜증도 났고 언니의 하소연에 화를 내곤 했다.

왜 진전이 되지 않는가.

왜 남에게 의지를 하는가.

왜 위로받는 일에 치중하는가.

왜 맨날 그 자리에서 같은 소리를 반복하는가.

왜 쉽게 상처를 받는가.

 

아버지를 모시고 지극정성 돌보는 일이 형부를 잃은 언니에게 힘을 주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부모가 살아계시다는 일은 힘이 되는 일이기때문이다.

허나 그것이 체력이 딸리는 일이라는 점에서 보면 그리만 생각할 문제는 아닌것 같다.

구십사세의 아버지는 요구사항이 많으시고 인테리 노인의 특징처럼 주장이 강하시고 이기적이시다.

노인은 무식할수록 모시기 편하다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지나치게 인테리라는 점이 모시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잠시 들리기로 생각하고 온 친정의 모습이 침체되어 있음을 보니 심란해졌다.

언니는 지난 달보다 더 늙어버렸고 웃음이 없어졌고 지쳐 있었다.

이러다가 언니를 잃으면 어찌하는가 하는 걱정이 처음으로 덜컥 찾아들었다.

봉착한 경제적인 문제와 아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내게 자꾸 의논을 하자고 말했다.

의논 할 사람이 너밖에 없잖니.

너 좀 더 있으면 안되겠니.

네가 조카와 이야기 좀 나누면 안되겠니.

 

형부의 보호만 받고 살아온 언니로서는 지금의 상황을 이겨나가기가 벅차다는 사실을 내가 인정해주어야만 한다.

이런 언니를 두고 형부는 어찌 눈을 감았을까.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살아온 상황이 그리하니 이제와서 홀로 서라고 닥달을 하는 것도 무리다.

 

당분간  언니곁에서 지내기로 약속했다.

살아온대로 생긴대로 살아가야하는 나이라는것을 언니에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

강해지라는 요구를 하지 않기로 한다.

보호막이 필요하다면 보호막이 되어주는 일만이 내가 해줄수 있는 일이라는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