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친정에 5남매가 있다
위로 딸만 넷이고 아들이라곤 맨마지막에 남동생이 유일하다
나는 둘째인데 바로 밑 여동생과 남동생네 딸래미들이
올해 고3,고2가 되었다
여동생 딸래미는 아들을 낳은 지 9년만에 본 늦둥이로
재주가 많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넘쳐 6살 때 피아노를
시작으로 초등학교땐 사물놀이와 가야금, 바이얼린을 배웠다
중,고등학교 들어가서는 연기에 대한 의욕이 불타올라
예고를 가려다 여의치 않자 일반학교에 진학을 했는데
다행히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확실히 정해 흔들림 없이 그 준비를 착착 진행을 하고 있다
고2 겨울방학인 작년 겨울에는 원주에서 서울까지 학원을
다니느라 일주일에 3번씩 우리집으로 오곤 했다
그러다 고3이 되어서는 학기중에 학원을 다니는 게 도저히
무리라서 다시 서울로 이사까지 오게 되었다
여동생 말로는 자기 역시 꿈이 있었지만 집안 형편때문에
포기했는지라 자기 자식들한테 만큼은 그 꿈을 포기하게 하고
싶지는 않구, 힘닿는 데까지 밀어주고 싶다며.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나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지라
마치 내 딸이기라도 한 것처럼 관심과 애정이 많이 간다
(형편도 안 좋은데 뒤늦게 또 아기를 낳으려는 동생이 이해가
안 되 그냥 지우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나 혼자만 했던 게
미안해 태어나면 이모가 잘 해 줄게하는 다짐을 햇었기에...)
반면 남동생네 딸래미는 무남독녀 외딸로 자라서 그런지
말수도 별로 없고, 가족들끼리 모일 때도 도통 존재감이
없고, 있는지 없는지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을만큼
소리내어 말하는 법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뭐라 말하면 씨익 소리없는 미소만 지을뿐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어디서건 남 의식치 않고 큰소리로 재잘대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여동생 딸래미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도 쉽지 않고
그냥 용돈이나 주게 되니 말이다
여동생 딸래미는 붙임성도 좋고, 활달해서 재잘대며 말도 잘하고
자신감과 의욕이 넘치는데 하나뿐인 친정조카 남동생 딸래미가
이렇듯 존재감이 없으니 염려가 된다
더군다나 여동생 말이 이번에 남동생을 만났을 때 동생에게서 딸래미가 학원도 안 다니려 하고, 도통 무얼 하고 싶은지 말도 안 해서
답답하지만 우선은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지켜보고 있다는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아마도 외동으로 혼자서만 자란 탓에 소심하고, 내성적이
되버린 건 아닌지도 걱정이 되고,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유일한 친정 피붙이인지라 그 성장과정이
순조롭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남동생 역시 여자형제들 속에서만 자란 탓에 성격이 유순하고
딸바보에 다름 아닌데 그 하나뿐인 딸래미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싶어 어떻게 조카 아이를
도와야 할런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여동생 딸래미처럼 확실한 자기 길을 찾으면
흔들림 없이 그 길을 가면서 더 의욕을 보일텐데 싶으니
고모로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길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꿈은 이루어진다지만 정작 꿈을 꾸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