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던 첫 날....
, 국경을 두 번이나 오가느라
목적지를 향하던 길은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빼곡한 나무들이 숲을 이룬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엔
윈도우 브러쉬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흰 눈이 펑펑 쏟아지고
가도 가도 산 속일 것만 같은 어둠과 정적이 두려움마저 느껴지며
어쩌다 지나가는 차량을 만나면 반가움에 경적이라도 울리고 싶었다.
함께 있기만 해도 심장이 녹을 것만 같던 데이트시절엔
아무도 없는 산길이 좋아서 주말마다 가평의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갔었다.
낙엽이 자동차 바퀴를 휘감다가 흩어지는 그 길을 따라
그림 같은 별장과 카페들을 구경하며 드라이브를 하면 어느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도저히 진정되지 않을 땐
길 가에 차를 세워 놓고 찐한 스킨 쉽으로 열기를 식히며
함께 있으면 세상 아무 것도 두렵지 않을 것 같던
그리 오래 되지도 않은 그날들이 떠올라 살짝 민망했다. .
무서울 땐 큰 소리로 떠들거나 웃는 게 최고다.
두려움을 걷어내기 위해 최면술 놀이를 하자고 수작을 걸었다.
최면술사는 콜라, 당하는 자는 콜라의 남편 -정 브래드피트-
콜라- 자아! 지금부터 16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딱!(주술과 함께 눈 앞에 엄지 검지로 내는 소리~)
당신은 지금 누구와 어디에 있습니까?
딱!~
\"여자와 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 여자는 어디서 만난 사람이며, 당신과 어떤 사이 입니까?
딱~!
\"글쎄.... 갑자기 나타난 여자라 정체를 모릅니다. 애인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그녀의 성격은 어떻습니까?
딱~!
\"착한 것 같기도 하고, 내숭떠는 것 같기도 한데 꽃뱀이 아닐까 경계 중입니다....\"
자.... 자세히 보세요.... 지금 그녀는 무얼 하고 있습니까?
딱!~
\"그녀는 이쁜척 하면서 나 모르게 코딱지를 후비고 있습니다. 근데 저는 다 보고 있습니다.\"
자...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딱!~
\"모른 척 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쥐포를 줬습니다. 그녀는 코 후비던 손으로 쥐포를 뜯어 내 입에 넣어주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당신은 먹습니까?
“안 먹으면 안될 것 같아 입에 넣었더니 쥐포가 아주 짭니다.
네... 당신은 그녀를 많이 사랑하는군요, 그런가요?
딱~!!
\"아마도...... 그렇게 될 거 같습니다. 그게 제 운명의 끝 인 것 같습니다.\"
자... 당신은 그녀의 어디가 사랑스럽습니까?
딱!~
\"사랑스럽진 않습니다....턱이 뾰족하고 눈이 좀 찢어지고 불여시 같습니다.\"
아.... 그녀는 아주 귀엽고 예쁘고 당신의 맘에 쏙 드는군요..?
딱!~
\"머...... 예쁘진 않지만 대체로…...봐 줄만 한 정도…..\"
자..... 당신이 예쁜 그녀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묘사해보세요.
딱!~
\"하! 별로 예쁘진 않다니깐요..!!! (예쁘다는 유도 질문에 강력히 반발) \"
네... 그렇군요... 흥분하지 마세요~ 그녀와 지금 가는 곳의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딱~!
\"으슥한 산길 드라이브 중 입니다. ...\"
왜 하필.... 으슥한 산길로 갔습니까? 그곳은 어디인가요?
딱~!
\"저도 잘 모릅니다. 그녀가 이쪽으로 자꾸만 유인했습니다. 제가 끌려가고 있는 거 같아요\"
네... 그럼 그 산길로 계속 가서 두 사람은 무엇을 할 생각인가요?
딱~!
\"아마.... 저 여자가....저 여자가.. 흑심을 품은 거 같아요....흑흑...\"
아... 왜 그런 생각이 드시죠? 생각을 말해 볼 수 있나요?
딱~!
\"그녀는 너무 오래 굶었나봐요. 그녀가 자꾸만 제 가슴을 더듬어요...
어깨에 기대며 입술을 들이 밀고 있어요. 나는 아직 숫총각인데 .....\"
네... 당신은 지금 어떤 심정이신가요?
딱~@!
\"가슴이 떨려요. 그녀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무서워요. 두려워요.
절 잡아먹고 말거에요...\"
네..... 당신이 어떻게 하면 그녀의 흑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없쓰요!! 저 눈빛.... 으~~~~~ 최면에서 깨워주세요....제발!!\'
헉~ 스스로 눈을 뜨셨군요...
최면 종료~
ㅋㅋㅋㅋㅋㅋ
어느덧 네비게이션은 깃발 꽂힌 목적지를 보여주며 인근관광지 설명을 시작하고
길을 잘못들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며
먹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생선초밥을 꺼내
하나씩 입에 넣고 비로소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었다.
처음 캐나다를 왔던 날, 심심하면 어디 구경이라도 다녀오라는 오빠 말에
올케 하던 말이 생각났다.
\"저 두 사람은, 우리가 끼지 않는 게 더 재미있을 거에요. 둘이 얼마나 잘 노는데~ \"
그렇다. 소중한 하루를 심심하게 사는 것도
우릴 만드신 하나님께 예의가 아니라는 것….
재미있는 꺼리 찾아서 온가족이
즐거운 주말 되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