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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부재중 (1)


BY 신진민 2011-03-22

무얼 하고 살아야 하나 참 서글픈 봄날이다.

눈 녹은 자린 어김없이 찾아드는 자연이란 녀석의 마술로 저도 모르게

푸른잎이 돋아나 있다. 그런데

지난 겨울 내 어깨위에 내린 눈은 도무지 녹아 내리질  안는다.

오히려 더 깊숙히 파고 든다.

뼈 마디마디가 서글프다.

얼마나 더 바닥으로 이 서글픔이 내려 앉아야 푸른 잎을 피우는

마술을 부릴까?

전화 세번 문자 한번을 남겨도 온 종일 전화 한통이 없다.

그래 잘해 보려고 한 일인데 좀더 참고 기다려 주자 라고

생각하는 만큼 난 또 날 버려야 한다.

20년이다.

그 세월 수없이 난 날 버리며 살아 왔다고 생각 했는데

아직 내가 버려야 할 것이 더 남았나보다.

사기를 당하는건 욕심이 있어서였다고 누가 그러더라

나와 내 남편은 얼마나 더 버려야  하는걸까

그래 사기까지는 아니라고치자

4년전에는 사촌 형이란 인간에게 같이 하던 가게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넘겨주고 빈 몸만 나오더니

작년6월엔 잘 알고 지내는 동생이란 놈한테 손에 쥐어 보지도 못한

천만원을 고스란히 같다 바치고  지금 내 월급에서 매달 여지없이

빚을 갚고 있다.

몇달전엔 월급받고 일하던 가게 사장으로부터 해고 통지도 없이

쫒겨났다.   사장이란 사람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한달

그리고 외화관리법 반으로 한달 교육 받는 사장대신 

24시간 가게에서 먹고 자면서 가게 자리잡아 주었는데

병원에서 퇴원 하자마자 열쇠도 바꾸고 사람 참 비참하게

만들더니결국 내남편은 해남 배추작업 일당쟁이로 갔다

돈만 사기를 당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도 노력도 열정도 도둑 맞았다 그리고 믿음 마저도 도둑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