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우대권을 뽑으면서
집 가까이 지하철역도 없지만 어지간한 볼일은 교통카드 왕복을 사용하면
다 볼 수 있어 지하철 무료토큰을 사용하지 않았다. 65세가 되기 얼마 전
남편에게 우리 65세 되어도 무임승차 하지 말고 돈 주고 차를 탑시다.
대구시에서 지하철운행은 적자운영을 한다는 마당에 법적으로 연금 수혜자는
무임승차를 못 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당신 말이 맞긴 맞아 그렇지만
연금수혜자 앞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남편은 당부를 했다. 이미 사용 했다는 눈치다.
집안 모임에서 여동생이 삼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종시숙도 복지혜택으로 무임승차할 수
있다면서 무엇이 잘못됐다고 할 때 나도 질 새라 응수를 했다. 복지혜택은 정말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아야 한다고 큰소리쳤다. 주위에 독거노인 연금 수급자, 공공근로 요원 등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엉뚱한 사람이 받지 말아야 할 혜택을 받는 수가 허다하다면서 소위
눈먼 나라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랬던 내가 지금 우대권기기 앞에서 주민등록증을 올리니 우대권이 쪼르르 튀어 나온다.
우대권을 들고는 늙수레한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하니 개찰구 문이 활짝 열린다. 재미있기도
하고 서글픈 기분도 든다. 사회가 인정해 주는 늙은이가 되어 노인대접을 받아야 할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서글프고 또 나와의 작은 약속을 스스럼없이 깨는 자신에게도 부끄럽다.
65세가 되니 곳곳에서 혜택을 많이 준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더니 생의
전환기라고 둘째 날 부터 1,500원만 내란다.
부자가 된 나라에서 누리는 혜택이다. 병원비는 고사하고 당장 입의 풀칠을 걱정하던
때가 바로 전 세대다. 당당히 누릴 수 있는 복지재도에 으쓱해지기도 한다. 차림세가
웬만큼 부자로 보이는 늙은이도 으례건 무임승차를 이용한다. 나도 어느새 그 나이에 되니
노인으로 인정해 주는 대우를 뿌리치고 싶지 않다. 단체여행으로 국립공원엘 가니 주민등록증을
보자고 했다. 공짜 통과인 65세가 안되었다고 하니 기분 나쁘질 않아 “기분이다 이 천원 낼까?”
하고는 주민증을 내 보였다.
돈만 있으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힘들어 죽겠다고 한다. 나 역시
어렵고 힘들었던 그 옛날이 행복했다고 느껴 질 때가 있다. 국민 행복지수가 그 옛날 보다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는 통계 사실을 방송을 통하여 알았다.
자식들 역시 사는 게 스트레스라고 한다. 불안한 직장, 노후의 두려움, 자녀교육,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써는 것이 보인다.힘들어 하는 아들을 보면서 키울때 고생시킨게
애처러워 가슴아파 하던 나는 맘을 비우기로 했다. 힘이 든다는 소리만큼 힘들게 살지 않음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남들 하는 만큼 다 하고 사니까보통 축에는 든다는 말이다.
다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고 살아가기 마련인 게 진리니까 더 힘든 세월을 이겨 왔는
어미세대다. 이제는 어미도 사회가 대접해 주는 노인이기에 엄마가 뿔났다는 드라마처럼
자유롭고 편해지고 싶다. 나라에서도 잘 다니며 놀아 라고 공짜 차 까지 태워주는데 얼마를
살지 모르지만 머리와가슴이 무겁도록 힘들게 실고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