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19일)은 만55세 내 생일이었다
며칠 전부터 두 딸 아이가
\"엄마가 먹고 싶은 메뉴 정해 놓으세요\"
하길래 손녀도 있고 차를 끌고 먼 데까지 가기엔
번거롭기도 해서 집앞에 새로 생긴 황태구이집을
정했다니까 이구동성으로
\"엥, 그게 뭐에요 엄마, 회 먹자!\"며
극구 반대를 한다
실은 내 생일을 빙자(?)해 자기들이 먹고 싶은 걸로
정하겠다는 생각들이었나?
나 역시 꼭 그걸 먹어야만 할 이유는 없었기에
아이들 뜻대로 실속있는 횟집으로 고고씽~~~
원주에서 여동생과 조카도 왔고, 두 딸과 사위까지
모이니 어른만 열 명이나 되는 대부대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가 갈 때만 해도 한가하기만 하던 횟집은 금방
테이블마다 손님으로 가득해져서 우리가 조금만 늦게 갔더라면
편히 밥도 못 먹을뻔 했다
오랜만에 회에다 소주까지 마시니 속이 알딸딸해지면서
기분까지 업되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둘 다 결혼을 하고나니
엄마 생일을 챙기겠다며 사위까지 함께 모이면 집안이
떠들썩해지면서 사람사는 맛이 다 난다
매운탕까지 알뜰히 먹고 다시 집으로 온 우리는
작은 딸 아이가 직접 만들어 온 케익에 촛불을 밝히고
2차로 생일축하 파티(?)를 벌였다
보온밥솥에 만들었다는 케익은 그 정성 탓인지
담백하고도 질리지 않는 맛이라 앉은 자리에서 동이 나고
말았다
마침 주말이라서 딸과 사위, 여동생네까지 하룻밤을
머물러서 지난 설 이후로 또 다시 집안이 시끌시끌할만큼
북적거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렇듯 후손들이 기념일을 챙기는 데서부터
실감을 하게 되는 것 같아 평소에는 별로 의식치 않고 사는
나이가 새삼스레 일깨워진다
여동생 편에 금일봉과 수삼까지 함께 보낸 언니 왈
\"네가 만으로 52세냐?\"
했다는 동생의 말을 전해 들으니 나도 그 나이면
좋게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어느새 50도 중반을 넘어서고 보니 딸아이들 말마따나
\"엄마, 환갑이 이제 5년밖에 안 남았으니 미리 준비해야겠다\"
는 소리가 먼 일이 아니라 코앞에 다가온 이야기로
실감나게 느껴졌다
이번에 딸아이와 함께 온 손녀도 벌써 8개월째에 접어 들고보니
온집안을 엉금엉금 기어다니느라 바쁘고, 힘은 또 어찌나 좋은지
손에 잡히는 건 무엇이든 잡아 당기니 잠시도 한 눈을 팔 수가 없다
이렇듯 아기들이 자라는 속도만큼 우리가 늙어간다면
그건 얼마나 무서운(?)일인가
손녀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걸 보면 내가 늙어가는 것도
아랑곳없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볼때마다 모습도 달라지고, 재롱도 늘어나서 따라다니면서
챙기는 게 번거롭긴 해도 여간 재미있질 않다
막 태어났을 때의 그 여리여리함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기저귀 갈아 채울 때나, 옷을 갈아 입힐 때면
딸아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힘이 세졌다
딸랑이를 한 손으로 돌리면서 그게 이젠 습관이 됐는지
동그란 물체만 보이면 한쪽 손은 자연스레 돌리려고
앙징맞게 손가락을 편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손녀를 보면서 우리 인생의 의미를
새삼스레 떠올려 본다
뜨는 해와 지는 해가 확연히 구분이 지어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