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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없다면.


BY 수련 2011-02-22

아래 새로미님의 \'통화 괜찮으세요?\' 글을 읽다보니

내 핸드폰이 그리워진다.

 

지난 일요일 손녀 데려다 주러 갔다가

돌아오면서 버스시간에 허겁지겁 집을 나서는 바람에

딸집에 두고 왔다.

 

버스는 출발했다.

남편이 혼자 집에 있어서  저녁먹지말고

기다리라고 전화를 하려했는데 통화를 못하니 걱정이 되었다.

 

선산휴게소에 내려 화장실보다 공중전화기에 먼저 달려가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안받는다.

실어증에 되고부터는 핸폰이 있어본들 말을 못하니 무용지물이라

해제시켰다가 가끔씩 행불이 되면 찾느라 힘이들어 다시 전화를 개통해 주었다.

 

만에 하나 길을 잃으면 추적이 가능하니까 몸에 꼭 지니고 다녀라고 해도

막무가내 책상위에 꺼내놓고 나간다.

제일 싼 통화요금으로 지정을 했지만 아깝다.

그래도 아이들도 아버지에게 전화기를 꼭 가지고 다니게 하란다.

아침마다 핸폰때문에 옥식각신 씨름을 하지만 번번이 내가 진다.

 

흥, 마눌 말을 듣는 양반이면 무슨 걱정?

 

아들집, 딸집도 안편한지 극구 나만 다녀오라고 떼밀어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집을 나서면서 전화를 할테니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딸이 출산을 할때는 당일치기로 다녀왔는데 왕복 10시간을 차를 타는게 무리였다.

이번에는 하룻밤 자고 오려니 영 걱정이 되어서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마눌이 없으니 불안한지 전화기가 주머니에 있나보다.

두번째 다시 전화를 하니 신호음이 한참 울린후에 받았다.

\"여보세요. 당신이우? 전데요. 2시간후면 집에 가니까 저녁같이 먹게 나가지 마세요\"

\"으응\"

알아들었는지 못알아 들었는지 대답소리라도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딸에게도 전화를 하니

\"울 옴마 정신없는거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내일 부쳐드릴게요\"

 

딱히 사업을 하는것 아니라 전화가 없어도 큰 불편함은 없다.

그런데도 어제 하루종일이 왜그리 불안한지 원.

어느새 핸드폰은 몸의 일부분처럼 되어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불안하다.

 

예전에 남편이 의처증기질이 좀 있어 집으로 수시로 전화 해대는 통에

핸드폰을 절대 안할거라고 맹세를 했었다.

그리고 남들이,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을때까지도 나만 없었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판다고 친한친구가 쓰던 전화기를 나에게 억지로 내밀었다.

\"애. 너한테 연락하려면 도대체가 답답해 죽겠다.내 전화기 줄게.할부금 얼마 안남았으니

내가 내고 사용하는 요금만 니가 내고 쓰라\" 억지춘향으로 핸폰을 장만했다.

한동안 친구이름으로 된 핸폰을 사용했다.

 

오늘 친구에게 전화할 일이 있는데 전화기안에 번호가 다 입력되어있으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이제는 핸폰이 없으면 일상이 안절부절해진다.

급속히 발달한 문명에 길들여 가는 우리들을 누가 탓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