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일 모레면 설날이다
아직도 신정보다 구정이 진정한 설날의 의미로
다가옴은 내가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의미인가?
어렸을 땐 왜 그리도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내일이래요\"라는 노래가
마치 설날을 기다리는 설레는 내 마음을 표현한 것만 같애
마음이 두근거렸었는지.
일찌감치 설 장을 봐다 놓고 늦은 점심을 먹고나니
갑자기 노곤함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역시 설을 쇠려고 대목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대형마트는
붐비고 있어서 재래시장을 이용하라는 구호가 무색해 질 지경이다
우리 역시 가까운 데 시장이 있건만 일년에 딱 두 번은
조금 멀어도 농협하나로클럽에서 한꺼번에 장을 보곤 한다
곰꼼하게 메모한 걸 보면서 충동구매는 되도록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나머지 자잘한 건 동네 재래시장을 이용하는데
와 종류만 많았지, 특별히 비싼 건 사지도 않았건만 계산대에
찍힌 금액은 이미 십단위가 훌쩍 넘어 버렸다
사실 명절이라도 예전엔 큰집에서 차례를 지내기에
당일에 참석만 하면 되었는데 아주버님이 대장암 수술을 하고 나서는
형수님의 수고를 덜어준다고 남편이 덜컥 우리집에서 명절을
지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올해로 세 번째 우리가 큰 집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자니 명절 차례부터 손님 치르는 것까지를 우리집에서 하게 되어
사실 처음엔 무척이나 걱정이 되었다
아이들과 조촐히 살았던지라 집에 손님이 찾아오는 일이 없다보니
음식 준비를 많이 할 일이 없어 솜씨가 적잖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내가 힘들어 하는 기색을 보이면 남편이 자존심 상해 할까봐
혼자서 끙끙대면서도 큰집에서 봐 둔 걸 최대한 흉내를 내서
명절을 지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몇 번 해보믄 뭐 살림을 안 하던 사람도
아니니 솜씨야 좀 그렇다쳐도 정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성의는 다하려 한다
다행히 올해 설에는 남편의 두 며느리가 음식준비하러 와 준다니
고마운 일이다
남편은 벌써부터 손주,손녀 볼 생각에 설레는 눈치다
내게는 별 내색은 안 하지만....
딸 아이가 손녀딸 데리고 올 때마다 내심 미안함도 있었기에
오랜만에 명절 분위기 느끼고 싶어하는 걸 피부로 깨닫게 되니 말이다
일년에 몇 번 되지도 않고, 나 역시 지난 날에는 명절에 아무도 오지 않는
단촐한 살림이었는지라 손님이 오고 북적대는 집안 분위기가
싫지는 않다
몸이 좀 힘들더라도 사람사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어서...
아기들 웃음소리, 손님들 북적대는 소리, 맛있는 음식 냄새
우리집은 벌써 설 분위기가 한 가득이다
아컴님들도 고향에 잘 다녀오시고, 새해엔 님들의 가정마다에
행복이 넘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