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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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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신검통지서


BY 그대향기 2011-01-30

 

 

 

남의 집 아들들이 다 간다는 군대.

난 아직 우리 막내가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통지서가 너무 낯설기만하다.

외계에서 온 이상한 문자로만 보인다.

이게 우리 집 번짓수로 날아 온 신검통지서가 맞아?

어제그저께 수능을 친 아들인데?

하도 신기해서 아들 이름을 재확인하는 어리버리한 엄마.

하~~

분명히 우리집 주소랑 번짓수가 맞고 아들 이름도 정확하다.

 

언제 아들이 신검을 받는 나이가 되었다니?

오월이도 아들 군에 보내 놓고 운 이야기며

새로미언니도 아들을 입대 시켜 놓고 마음 아팠던 이야기가 엊그제 같은데

어째 난 그럴 날이 아직아직 멀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을까?

막내는 언제까지나 내 곁에서 학교 다니는 어린애로 여겨지니...ㅎㅎㅎ

아들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때도 기분이 이상야릇했다.

운전면허증을 따고 아빠 차를 혼자서 운전할 때도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 신검이라니~~

 

작년 11월 수능을 망치고 저나 나나 마음고생을 드러 내 놓고는 안했지만

안하는 척 은근히  맘 졸이다가 성적에 맞추어서 대학을 정해서 원서를 접수하고 기다린지 한달여.

마음 비우기가 어려워 안타까움만 가득한 마음으로 서울 입성을 포기했다.

그러다가 지방에 있는 사립대학에 원서를 넣었고

재수만 면하게 해 줘도 감사할 것 같았던 아들.

그 아들이 발표난 두 대학에 모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 들었다.

일년 장학생에다가 입학금의 반액을  혜택받는 장학생이라니....

우리 부부의 놀람도  놀람이지만 당사자인 아들이 더 놀란 눈치다.

 

누나들과 우리 부부의 바램도 바램이지만 할머니들이 어릴 때 부터 기도로 후원한 아들이라

저 나름의 심적 부담도 컸던 수능 당일 아들은 엄청난 큰 실수를 했다.

그 결과 평소에 모의고사 성적에는  못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낙심천만이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싶어서 그 성적에 맞추어서 대학을 정하자고 했고

아들도 편한 마음으로 대학을 선택하고 우리도 긍정적으로 검토를 했었다.

그리고 원서를 넣고 재수만 면하게 해 달라고 빌었었다.

재수만 면케 해 달라던 소박한  기다림에 아들은  너무나 큰 기쁨을 안겨줬다.

 

자식을 키우면서 너무 큰 바램은   한 적이 없었다.

그냥 제 그릇에 맞는 학업성적과 대학선택만 바랬는데

실수는 있었지만 실패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일 최종학교 또 한 대학의 합격자 발표가 남아 있지만    이미 두 대학의 발표에

선택의 기준을 잡은 후라 합격 유무에 상관 없이 발표만 볼 것 같다.

올킬(대학 세 곳이 모두 떨어진다는 이야기란다)이 아닌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들의  친구 중에는 올킬인 친구가 둘이나 된다니 안타깝다.

너무 높게 목표를 정했던가 성적이 너무 아니었던가.....???

 

어제 배달된 두번째 대학의 장학생 발표가 든 봉투를 오늘에사 개봉하고는

온 가족이 다 축하를 해 줬고 다른 파티는 뭘 사러가기가 먼 동네라

지난 12월 초에 남편 친구들 모임에서 남겨진 맥주 한병으로 자축.

남편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둘째와 아들 그리고 내가 짜잔~

냉동실에 있던 뼈 없는 닭발을 급히 조리고 어제 산 싱싱한 쭈꾸미도 불판에 굽고해서

급조한 안주로  조촐한 축하연을 했다.

 

\"아들아 고맙다.

 그리고 장하구나.

 신검이 나오는 날까지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줘서.

 멋진 대학생활을 위해서 건배~~!!!\"

맑은 유리잔의 고운 갈색 맥주를 들고 아들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엄마.

 건강하게 잘 키워줘서 감사합니다.

 멋지고 장한 엄마 아들이 되겠습니다.

 군대도 잘 마치고 훌륭한 대한의 아들이 될께요.

 건배~~!!!\"

아들이 두 손으로 잔을 받으며  대답을 했다.

\"에이이~~~

 지금 입영열찻간도 아니고...

 축하한다 막내~

 짜아씩...

 잘해봐라~

 건배~~!!\"

둘째가 얼른 잔을 부딪는다.

 

쨍그랑~~~~~

세 개의 맥주잔이 맑은 음을 내며 부딪혔다.

원샷을 외치며 잔을 입에 대던 아이들은 한모금씩 홀짝였다.

거실 가득 잔을 부딪힌 여음이 악기소리처럼 퍼져나갔다..

한모금 두모금.

아이들은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홀짝거리며 잔을 한모금씩 비웠고

난 아직도 잔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 아이들이 언제 이만큼 컸는지....

둘째는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맥주를 놓고 하는 이런 자리가 너무너무 행복하단다.

종교적인 문제도 있어서 술은 집에 없는데 어쩌다가 맥주가 한병 있어서

좋아진 기분에 건배를 한건데도 젊은 아이들이라 참   기분이 좋단다.

우리도 가끔씩 이런자리 만들면 안되냐고하기까지..ㅎㅎㅎㅎ

 

비록 맥주 한병으로 셋이서 나눠먹으며 한 조촐한 파티였지만

그 어느 멋진 레스토랑에서 한 우아한 파티보다 행복했다.

기분은 덜 났지만 우리끼리니까   마음껏 큰소리로 축하도 해 줬고

지나간 추억들도 다 꺼내서 이야기하며 깔깔거려도 누구 한사람 눈치 줄 사람도 없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힘들었던 지난 날들이 영화필름처럼 지나갔다.

너무나 바쁘고 힘들었던 아이들의 어린시절들이 미안하고 또 미안한데

아이들은 오히려 강하게  길러줘서 고맙다며 이 엄마를 위로한다.

늘 긍정적이고 밝은 엄마아빠가 있어서 아이들은 행복했노라고.....

이 엄마도 너희들이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줘서 행복하고 고맙단다.

 

아들~.

대학생활도 군 생활도 잘 해 주길 바란다.

아직은 실감이 안 나는데 신검을 받고 입대날짜를 받으면 실감이 나겠지.

일학년을 마치고 갈건지 아니면  다 마치고 갈건지는 그 때 봐서 정하자.

건강한 대한의 아들이 되어 군 입대는 의무잖아.

아마도 해병대를 가고 싶다고 했지?

요즘 해병대 입대가 입사보다 더 어렵다는데...ㅎㅎㅎㅎ

할아버지 해병대에 아빠 해병대, 너까지 해병대면 삼대가 해병대 집안이 되는거네???

어느 군에 입대를 하든 씩씩한 군인이 되고 선임들이나 후임들에게 사랑받고 사랑을 주는

인간적인 군인이 되길 바란다.

고맙다 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