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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다 같을까


BY 오월 2011-01-27

한 여자 아이가 있었다

부모없이 홀로 어린 두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아홉 살 아이

그녀가 열일곱 나이에 첫 아이를 낳고

일흔생을 살아오면서 제일행복한 것은 \'엄마\'

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그녀는 굳게 믿고 있다

그 외의 것들은 그녀에게는 모두

호강에 겨워 오강에 똥 싸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프고

슬프고

힘들고

괴롭고

좋고 싫고도 그녀는 모른다.

5남2녀를 낳고 수없이 당했던 구타와

굶주린 날들 그러나 어디에도 하소연 할 곳 하나

없었던 그녀는 폐경기 무렵의 여자들의 하소연에도

이해할 수 없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먹고 살기위해 발버둥 치는 그녀에게는 오직 귀찮은

달거리였을 뿐이라는 말이다.

내가 혹 병에 걸려 죽더라도 날 묻지말고 세워두고

\'엄마\'라고 불러라 그녀는 내가 어린 날 그런 이야기를

수시로 했던 내 엄마다

 

 

그녀의 딸인 나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남의 집을 전전했었다

작은 학교였지만 셀 수 없을만큼 상을 받고

선생님들 사랑을 듬뿍 받으며 이다음 꼭 시인이 되거라

등 다독여 주시던 선생님들

내가 세상을 떠돌며 눈물을 흘릴때

엄마는 참 냉정했었다

날 두고 골목길로 사라져 가는 엄마의 치마자락

지금도 손에 잡힐듯 선명하게 눈앞에 아른거린다

꿈은 너무나 크고 비참했던 현실앞에 좌절하며 울던

나에게 엄마는 그랬다

난 니가 부럽다고 넌 엄마가 있지 않느냐고

그때 만약 지금의 나였다면 스쳐가는 먼지에라도

엄마마음이 더 다칠까 조심했을 것이다.

내가 살기위해 흘린 백 배 내 엄마는 자식들에게

엄마라는 두 글자를 부르게 해주기 위해 흘린

눈물이 천 배쯤 아니 만 배쯤 많을것이다

 

나에게도 딸이 있다

흔히들 말하는 최고 학부를 나왔고 법을 전공했다

잠시 해외에 나가 어학연수도 했고

지금은 영어공부를 계속 하면서 자신이 목표한 한 곳에

적을 두고 공부중이다

며칠 전 늦은밤 친구같은 딸과 수다를 떨려고 전화를 하니

딸이 운다 펑펑운다

어쩌면 오십을 앞에두고 있는 엄마인 나 보다 늘 속 깊고

야무지고 단단하던 아이

그래서 집을 떠나 오년을 밖에 두고도 걱정이 없었던 아이

그 딸이 운다 펑펑

 

남자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직 직장에 나가 스트레스 받을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생활하는데 부족하지 않을 만큼

또는 불편하지 않을만큼 뒷바라지를 해주는데

한참을 울던 딸이 세상사는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힘들다 !

엄마 내 딸이 힘들다고 하네요

엄마가 흘린것도 눈물이고

내가 흘린것도 눈물이다

딸이 흘리는 것도 눈물이다

가슴이 아프다 내가 늘 믿는 딸이기에 그 아이가 가슴에

담지 못하고 입으로 뱉었을 때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란

생각이 들기에 마음이 아프다

아니 사실 그보다 더 마음이 아픈것은

내 엄마의 시각으로 또는 나의 시각으로 보아

딸의 입에서 나온 너무 힘들다는 그 말이 더 마음이 아프다.

얼만큼 힘든것이 너무 힘든것일까?

 

잠이오질 않는다

딸이 그렇게 힘든 부분이 뭘까

아마도 철없던 엄마인 날 닮았다면 좋은소리만 듣고 싶고

누군가 자신에게 좀 부정적인 말을 했다면 못견뎌 했을 것이다

곱게 부모의 품 안에서 사랑만 받고 자란 세상과 이제 맞부닥쳐

살아야 하는 현실과의 차이를 조금씩 알아가는 딸아이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걸어보니 연이틀을 다 싫다며 울던 아이가

오늘은 목욕탕에 다녀 오겠다고 한다.

몸에 붙은 찌꺼기들을 모두 털어내고 씻어내고 바로 서겠다고 한다.

참 다행이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다

내가 엄마여서 내 딸이 흘리는 눈물에 더 아니 다 내가 해줄수 없고

자신의 몫의 아픔과 고통은 자신이 감내해야 하기에 마음이 아프다

딸의 눈물은 내 마음이 아프고

내 엄마도 내 눈물에 가슴이 아팠겠다

그래서 엄마가 살아 계신동안 난 엄마앞에서 눈물은 보이지 않겠다.

내 엄마는 울어도 울어도 그 눈물을 가슴아파해줄 엄마가

한번도 없었다.

딸이 울면 엄마의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알고 내 딸도 늘 씩씩하게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 내 엄마도 잘 살아 냈는데

나도 잘 살아 냈는데

내 딸도 잘 살아 낼것이다.

눈에서 눈물이 나는 것은 흘리라고 있는 것일거다

흘리라고 있는 것이라면 눈물도 흘리고

살아보는 것이 더 잘 살아낸 인생일 것이다

슬프고 아플때는 울자

 

누군가 내 눈물을 함께 아파해 줄 사람이 있거들랑

많이 아주 많이 행복한 줄 알면서~~~~ 

다시 웃자!  이제 난 철이 들었다

그러나 엄마의 아픔도 딸의 아픔도 난 어쩌지 못한다

그저 마음이 아프지만 자신의 몫의 아픔은 

자신의 몫일뿐~~~~

내가 느끼는 아픔보다는 덜 아픈 아픔이였기만을 

기도하며~~~ 

사랑한다 날 더 많이 아프게 하는 모든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