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부부는 애들 다 키워놓고
어떻게 하면 즐겁고 재밌게 살까
연구를 한다.
며칠전에는 시댁 작은아버님 문병 가는길에
자동차를 두고 기차를 이용했다. 원주까지~
연애하던 시절 생각나서 행복했다.
하지만 20년 넘게 살아 오면서
사느라 바빠 즐거움이 뭔지
어떻게 부부가 즐겁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 사는것에 충실했었다.
먹고 살고 애들 키우고
그냥 그렇게 싸우지 않고 사는게 행복한줄만 알았다.
이제 시간이 좀 많아진 우리부부는
함께 뭘하고 놀아야 하는지를 다 까먹어
여행을 가도 어색하고
영화를 보러가도 어색하고
외식을 하러가도 어색하다.
그냥 함께 잠을자고
그냥 함께 아침에 눈을뜨고
이것이 행복이고 편안이고 안락이라 생각하면서
그 느낌에 아주 깊숙하게 젖어 있었다.
그냥 느낌없이 조용하고 나른한 긴장감도 없는 그런상태
그게 우리 부부의 현실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요즘 행복지수를 높여 보자는거에 동의를 했다.
예전 연애시절 자주 다니던 추억의 종로통,
거기부터 출발했지만 쉽지 않았다.
가던날이 장날이라고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울시내 곳곳은 시위하느라
어지러웠고
남편과 나의 데이트는 서로의 입장 차이로 힘든 하루를
그냥 묵묵히 꿋꿋하게 견디면서 지나갔다.
우리 남편은 모든걸 빨리빨리 정신없이 해치우는 남자
나는 여기 저기 감상하고 느끼고 마음에 담아야 하는
감수성 풍부한 여자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찍은사진과 동영상에 주석도 달아야 하는데
울 남편은 그 모든걸 패스했다.
맘속에선 나 당신이랑 데이트 하는거 재미없다고 외쳤지만
서로 노력하려고 한거라 참았다. 아주 꾹~!꾹~!
입밖으로 나온 말은 주워 담을수 없으니까......
그렇게 품에서 아이들을 떼어놓고
우리 둘이 앞으로 2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50년이 될지 모르는
인생길을 재밌고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연습을 시작한것이다.
두번째는 좀더 덜 어색하고 쉬웠다.
그것이 바로 원주까지 가는길에 기차데이트.
그사람의 어깨에 살짝 기대어 잠이 들면
우리 남편은 절대 잠을 안자는 사람이다.
내가 안자면 잠을 자고^^
그날도 그랬다.
가는 동안 터널이 , 긴 터널이 몇개씩 나오니까 잠이 왔다.
원주에 도착할때 되서야 깨운 남편...
한시간 반도 안되는 짧은 기차데이트가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담엔 터널 많이 없는 아랫동네로 기차 여행 가기로 합의를 했다.^^
우린 비로서 이제야 신혼의 기본으로 돌아간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닭살 스럽다고 앙앙 대지만
정작 본인들은 보기좋은 엄마 아빠 모습에 행복하다고 한다.
나도 남편도 이제는 서로의 이쁜 모습이 보인다.
애들에 가려 못본 이쁜 모습들
자글 자글 잔주름 가득한 서로의 얼굴 보며 추억을 떠올리고
당신은 나 어디가 매력적이어서 결혼했어?
서로 이렇게 물어보고 답하고
출퇴근 할때도 서로 쪽쪽 거리는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중년의 로맨스.....
다른사람 아닌 부부 지간에도 얼마든지 로맨스가 가능하다는걸
중년에도 신혼처럼 지낼수 있으려면 노력이 많이 필요하단걸
요즘 절실히 느낀다. 거저 되는것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