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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바꾸기


BY 그레이스 2011-01-09

사랑을 찾고, 사랑에 빠진 남녀가 만나는 장소는 거의 항상 조명이 은근히 비추는 곳이다. 남자도 그렇지만 특히 여자는 소위 ‘조명빨’을 받을 만한 장소에서 남자를 만난다. 생일 축하 케이크는 항상 초와 함께한다. 남자가 여자의 입술을 훔치던 곳도 백열등 가로등 아래이다. 사랑을 고백하거나 속삭일 때도 은근한 조명이나 흔들리는 촛불을 이용한다. 신혼 첫날 샤워를 끝낸 커플은 소위 무드(Mood)등을 켠다. 이렇듯 사랑은 특별한 조명과 함께하고 그 조명은 늘 백열전구 빛의 간접 조명(할로겐램프 포함)이나 촛불이 된다.

 

백열전구 색상과 촛불은 인류 최초의 조명을 닮았다. 인류 최초의 조명은 원시시대의 모닥불이었다. 사냥과 유목생활 등으로 하루를 힘들게 보낸 최초의 인류가 피로를 풀고 가족들과 안락한 생활을 보낼 때 함께 한 것이 모닥불이었다. 따뜻한 온기와 더불어 그 온화하고 부드러운 빛이 가족간의 정서를 어루만지게 했다. 그 모닥불의 잔형(殘形)이 촛불이다. 그리고 그 변형이 같은 색상, 같은 온도인 백열전구의 색상과 온도이다. 인류 최초의 조명이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색상에서 우리는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되고, 온화해지고, 만족이 높아지고, 상대에 대해 호감을 베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깊은 정서 교류가 필요한 경우 모닥불의 후손인 촛불이나 백열전구를 사용한다.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부부들을 상담하는 전문가들의 조언 중에 빠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가끔씩 모텔을 가라’는 것이다. 모텔에서 느끼는 집과의 차이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확연한 차이는 바로 조명이다. 집에서는 대부분 형광등을 사용한다. 밝고 경제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모텔에는 형광등이 없다. 모두가 백열전구의 간접 조명이다. 조명만으로 심적 안정감을 자아낸다. 춥고 험난한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동굴 속의 모닥불이 주는 안온함을 전달한다.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완화되고 정서적인 교류를 할 준비가 생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남편 아내를 보면 사뭇 멋있고 예뻐 보인다. 예전 연애할 때의 모습으로 남편과 아내가 돌아온다.

 

조명은 분명 사랑과 관련이 있다. 사랑은 정서의 교류이고 정서는 인간의 마음속 가장 깊은 심연에 침잠해 있어서 매우 민감하다. 대낮처럼 환한 빛이 익숙하지 않다. 인간의 사랑이 시작되었던 근원이 동굴 속 모닥불 옆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랑의 기원은 인류가 수백만 년을 진화하면서도 근본은 바뀌지 않았다. 동굴 속 모닥불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이것이 여전히 사랑의 근저에 흐르는 정서이다. 사랑엔 분명 조명이 관련되어 있다.

 

이제 집안의 조명을 바꿔야 한다. 집안의 모든 조명을 바꿀 필요는 없다. 다만 특별하게 정서적인 교류가 필요한 장소인 부부 침실은 바꿔야 한다. 연애시절 가슴을 콩닥거리며 만났던 남편과 아내가 사라진 그 방을 다시 예전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사랑으로 가슴이 미어지던 그 밤의 카페에 흐르던 잔잔한 조명을 가져와야 한다. 남편과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춤추던 촛불의 살랑거리는 춤사위를 다시 보아야 한다. 기분이 울적해진 날 함께 간 선술집의 어루만지듯 따뜻하게 내려쬐던 술 취한 전등불을 옮겨와야 한다. 그리고 신혼 첫날 밤 떨리던 손으로 켰던 무드 등을 모셔와야 한다. 그래야 사라졌던 사랑스러운 남편과 아내가 돌아온다.

 

커튼도 바꾼다. 빛 차단이 잘되는 커튼으로 교체를 한다. 커튼에 돈이 든다면 암막 스크린을 직접 달아도 된다. 그리고 형광등과는 적어도 침실에서는 영원한 이별을 고해야 한다. 대신 방안에 백열전구나 할로겐램프로 부분 조명을 설치한다. 좋은 방법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지만 수공비가 만만치 않게 들게 된다. 물론 사라진 내 멋진 남편, 예쁜 아내가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술 깨면 아깝다고 매번 느끼는 룸살롱 미스 김을 찾아가지 않으면 가능한 돈이다. 친구들과 술 마실 때 똥폼 한 번 잡지 않으면 가능하다. 룸살롱 미스 김보다, 친구들 앞에서의 똥폼보다 돌아올 아내가 더 사랑스럽다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면 직접 하면 된다.

 

먼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실제로 남편, 아내와 함께 소위물 좋다는 모텔을 방문한다. 모텔에서 느끼는 정서가 실지로 어떤지 몸소 체험도 하고, 그 모텔이 자랑하는 동굴 속 모닥불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편, 아내와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다. 대화의 시작은 부부 침실의 조명을 꾸미는 주제이다. 그러나 그 주제는 과거 연애하던 그 카페, 그 골목, 그 술집 그리고 신혼 첫날밤의 무드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침실의 조명을 바꿈으로써 찾으려고 했던 남편과 아내가 이미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랑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끼면 오늘 우리 집 침실에 걸려 있는 형광등이 경제를 앞세워, 습관에 젖어, 타성을 무기로 우리의 사랑을 앗아가지는 않았는지, 내 남편을, 내 아내를 사라지게 하지는 않았는지를 깊게 생각해보자.

 

<신나는 가정을 위한 펀경영> 책에 나오는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