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유류분 제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37

세배.


BY lala47 2011-01-06

며칠전 윤지에게 세배를 받았다.
세배돈으로 만원을 주니 받으며 윤지가 말했다.
두돐이 지난 아이치고 말을 참 잘한다.
\"할아버지도 줬어.\"
세배돈을 할아버지에게서도 받았다는 말이다.
\"할아버지가 오셨었구나.\"
\"아니. 윤지가 갔어.\"
\"할아버지 집에?\"
\"엉.\"
\"아줌마 할머니도 있어. 아줌마 할머니가 강아지 인형 줬어. 아줌마 할머니 좋아.\"
\"할머니는 발레복도 사줬는데 아줌마 할머니가 좋아?\"
\"아니. 할머니가 더 좋아.\"
\"진짜루?\"
\"엉.\"
\"할머니는 강아지 인형 미워.\"
\"미워 하지마. 할머니 미안해.\"

윤지는 그녀를 아줌마 할머니라고 부른다.
뭐가 미안하다는것인지는 모르겠다.
할머니가 아줌마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눈치를 챈것 같다.
이제 아이때문에 어른은 숨길 일이 없어졌다.
윤지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갈수도 있었는데 윤지의 입을 통해서
들통이 난다.

며늘애가 말했다.
\"일일에 아버님이 전화를 하셨어요..혼자 계신다고 세배하러 오라고 해서
아범이랑 윤지 데리고 갔었어요. 근데 그분이 외출했다가 돌아와서 대면을 하게 되었어요.
두분이 함께 계신걸 보니까 기분이 참 묘했어요. 마치 오래 된 부부처럼 다정해보이고
두분이 행복해보였어요. 어머니랑 계실때처럼 짜증스러워 하시지도 않으시고 기분이
참 좋아보였지요.. 모두 외제 가구로 꾸며져 있고 아버님 방도 잘 꾸며놓았더라구요.
오십평도 넘는 아파트 같았어요.
그분이 윤지에게 잘 하려고 무척 애를 쓰더라구요.\"
\"그래서 아줌마 할머니 좋아라고 말했군.\"

그녀와 첫대면을 하고 온 아들은 그 일에 대해서 말이 없었다고 한다.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아버지가 딴여자와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와서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혼이란 자식한테 그런 부담을 주는것인가보다.
아버지와 절연을 하고 살라고 할수는 없는 일이다.
아버지니까...
그건 엄마인 나의 권한은 아니다.
늙은 아버지를 잘 모셔주는 그녀가 고마울수도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끝난 일이고 어차피 이런 과정이 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왠지 쓸쓸한 마음에
며칠째 잠을 설친다.
중립이라는 자식의 입장을 모르는바는 아니지만...

\"어머니는 왜 첫사랑 그분 안만나세요?\"
\"첫사랑은 첫사랑일뿐이니까.\"
\"왜요?\"
\"끊어진 인연은 이어질수 없는거야.\"
\"싫으세요?\"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야. 기껏 찾은 자유인데 나를 위해서 살아야지.\"
\"어머니도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
\"괜히 속이 상해요.\"
\"그럴거 없다.\"

그와 그녀와 내 아이들이랑 윤지가 함께 식사를 하고 웃는 장면이 왠지
년초에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춥다.
마음도 춥다.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