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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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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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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 다 해봐라


BY 매실 2011-01-05

\"어머니,진지하게 의논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잘 들어보세요~\"

\".....\"

\"저 군대 다시 가는거 어떻게 생각하세요?재입대 하는거요\"


\'아니 쟤가 잘 적응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그 동안 머리가 굳어져서

공부하기가 너무 힘든가?

군대 갔다 와서 군대보다 힘든건 없고 이 세상에서 공부가 가장 쉽다더니

오죽하면 그 힘든 군대엘 또 다시 가겠다고 하나?

얼마전에 우울증으로 고층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는 후배때문에

생각보다 더 충격을 많이 받았나? \'

 

가슴이 쿵하면서 순식간에 많은 생각이 오락가락 했다.

 

\"졸업하고 나서 전공을 살려서 미해병대에 도전하거나 라식수술 한 후에 

특전사 지원해볼까 하고요\"

 

나,일단 가슴을 진정시키고 부드럽게 되물었다.

\"왜~?\"

돈 때문인가 싶어서 갑자기 속이 상하려고 한다.

그렇담 절대 안되지.

 

\"물론 돈도 따라오지만 꼭 돈 때문만은 아니구요.

암만 생각해도 해병대에선 경계근무만 많이 섰지.

제가 원하는 만큼 흡족하게 훈련을 받은 게 아니에요.

그래서 아쉬움이 좀 남거든요.

20대후반에 젊음을 다시 한 번 불태워보려고요.

안그럼 평생 후회하게 될 것같아요.\"

 

\"그 둘 다 해외파병 갈 수 있는 길이 있거든요.

물론 경쟁이야 치열하겠지만 노력해서 꼭 가고 싶어요.

우리나라에도 애국하고 싶고 더 나아가서는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싶어요.

장기는 아니고 4~5년만요. 그리고나서 뭐든지 할게요.

취직하라면 하고 사업하라면 할게요\"

 

나,잠시 생각해본다.

이 놈은 나도 미처 몰랐는데 뼛속까지 군인이었던가?

군생활 잘 해내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내내 마음 졸이며 지켜봤는데

그것도 흡족한 게 아니었다니....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정말 내가 낳은 아들 맞는지 모르겠다. 어디서 애가 바뀌었나?

계집애같이 곱상한데다 마음이 약해서 말만 해도 잘 울던 그 아들 맞나?

 

처음 훈련소에서의 기간 동안에는 정말 너무 힘겨워하는 것같았지만

그래도 성취감 만큼은 하늘을 찌를 것같았다.

 

자대배치 받고나서 6개월은 \"어머니,제가 우길 때 좀 더 말리셨어야지요\"

 

\"제가 생각했던 군대가 아니에요\" 이러면서 첫휴가 복귀 때는 고개를 땅으로 처박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내 억장이 무너지게 하더니,

 

1년이 지나자 \"제가 나중에 아들을 낳아도 해병이 되라고 권할 거에요.

자부심도 있고 강한 전우애가 있잖아요.\" 이런 소리를 했던 놈이다.

 

그러더니 전역하고나서 6개월만에 또 저렇게 되었다.

 

\"그래. 너 정 하고 싶으면 해야지.

엄만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다 찬성이다. 다만 졸업은 하고 가라.

졸업하고는 너 하고 싶은건 다 해봐.

젊어선 뭐든지 다 해봐야 경험이 되고 경력이 되지.

한 번 해냈으니까 이젠 널 믿는다.\"

 

\"헉? 정말요? 어머니 고마워요. 울어머니 쿨하시네.

난 엄마가 펄펄 뛸까봐 단단히 각오하고 말을 꺼낸건데...

역시 우리 어머니시네요.갑자기 기운이 펄펄 나요

공부 열심히 해서 반드시 학점 잘 따서 제 때 졸업할게요.\"ㅋ

 

내가 엄마라는 이유로 아들의 길을 막으면

나중에 평생 원망과 후회가 남을텐데 그건 나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다만,앞으로 졸업할 때까지 남은 3년 동안 편한 생활을 하면서 마음이

차차 바뀌길 바라고 있기는 하다.ㅎ

하지만 안 바뀌더라도 할 수 없다. 그 땐 그냥 받아들이려고 한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다른 사람 때문에 그 길이 막힌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그 생각만 했다.

내아들이지만 이젠 내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알면 혹시 애가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고 펄펄 뛸까봐 아직 말을 못 꺼냈다.

 

주변엔 육군 전방 수색대 등 모두 빡센 군대 갔다온 친구들 천지인데도

이구동성으로 \'너 정신이 나갔냐?\'고 한단다.ㅎ

 

나도 이제는 조금 변했다.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해병을 지원한 젊은이들도 여럿 보았고

또 그들 중에서 자원후 최종선발되어서 아이티 지원 등 해외파병을 나가는

젊은이들과 또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의연하게 지켜보는 가족들도 보았기에

그들에게서 한 수 배웠다.

 

특히 지진으로 완전히 오지가 된 아이티에 가서 봉사를 하는

젊은이들을 볼 때는 정말 감격스러울 지경이었다.

말은 안 해도 얼마나 고생스러웠겠는가? 날씨는 덥고 시설은 열악하고

씻을 곳도 마땅찮을테고 모든 것이 불편할텐데 군인이 꾀를 피울 수가 있나?

엄살을 부릴 수가 있나?

 

해외파병이란게 대개 세계의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가는 것이기에 

자격기준이 워낙 까다로와서 아무나 가는 것은 아니다.

내아들 실력으론 어림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꿈꾸는 데 나라에서 세금물리는 것도 아니고

거창하게 세계평화에 기여하겠다는 데에야 뭐...

저런 놈도 있어야 세상이 돌아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