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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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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향기 2010-12-13

 

 

 

평소에 회를 썩 좋아하지 않던 아들이 저녁으로 회를 사달라고 했다.

회라고 해 봐야 낙지나 오징어 정도?

비늘있는 횟거리는 거의 안 먹던 아들인지라

갑자기 회를 사 달라니 의아해했다.

식성이 많이 까다로운 아들은 아니지만 회는 썩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나?

 

수능을 치고도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아들이 갑자기 회가 먹고싶어 졌단다.

오랫만에 저녁을 사 달라는 아들이었던지라 기꺼이 승낙를 하고

낮에 미리 예약을 했고 저녁시간에 맞춰서 단골횟집으로 갔다.

평일이었는데도 년말 모임들을 하는지 횟집은 대 만원이었다.

여러개의 방들이 다  손님들로 꽉 찼고 서빙하는 알바생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시골 횟집치고는 아주 바쁜 횟집이다.

 

주문한 횟거리가 들어오기 전에

전복죽에 홍합탕..멍게와 굴 그리고 게불

가리비와 새우치즈찜에 부침개

요즘 제철인  과메기까지 참 다양하게도 들어왔다.

이 집은 회가 들어오기 전에 이쁘고 작은 그릇에

다양한 요리들이 많이 들어 와 내가 참 좋아하는 집이고

다양하게 나오는 음식에 비해서 가격대가 착해서 더 좋아한다.

 

회는 냉장고에 넣어 뒀던 옥돌 접시에 아주 차게 해서 나온다.

다 먹을 때까지 싱싱하게 먹을 수 있어서 더 좋다.

한창 여러가지 서빙을 바쁘게 하던 앳된 남자가 싱긋~웃어 주고 지나갔다.

아들은 그 알바생이 고등학교 친구라고 했다.

대학을 수시로 합격해 놓고 알바를 하기 시작했다고...

일이 힘든지 입술이 부르텄고 손은 물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허옇게 불었고 어디 부딪혔는지 피까지 살짝 베어 나와 있었다.

 

학교 친구가 왔다며 한 테이블에 한 마리씩 구워주는 꽁치소금구이를

주방장한테 애교를 부려 한마리 더 가지고 왔다며 수줍게 웃어주고 갔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라 알았제?\"

짧고 빠르게 한마디 던지고는 또 총총.....

한창 저녁시간이라 이방 저방에서 콜이 자주 들어오니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네~네~대답을 입에 달고 뛰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푸릇푸릇하고 이쁜지....

 

그냥 놀다가 대학을 가도 되는데 그 바쁜 횟집에서

서툰 서빙을 하면서도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싱긋~웃으면서

\"부모님들이 더 힘드시지요..저는 괜찮습니다.

 많이 드시고 가세요~\"

빠르게 대답하고는 또 콜에 응답을 하고 자리를 떴다.

기특한 녀석이었다.

회를 다 먹을 때 까지 열번 정도 우리 테이블을 오갔지만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다.

뉘집 아들인지 인물도 잘 났네~`ㅎㅎㅎ

 

기분 좋게 회를 다 먹을 때 쯤 후식으로 커피를 들고 들어온 그 알바생한테

우리 밥값의 10%에 해당하는 팁을 올려 주었다.

그 알바생은 깜짝 놀라며 커피는 무료 서비스라고 했고

난 아주 멋진 사람이 서빙을 잘 해 줘서 즐거운 식사를 하게 되어 고마워서 주는 거니

다른 알바생 보기 전에 빨리 넣어 두라고 했다.

팁이란 소득에 낯설었던 아들의 친구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고  젖은 손으로 팁을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고

작은 소리로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기분 좋은 식사를 책임져 준 아들의 친구가 기특했다.

생각이 건전하고 행동이 싱싱했던 젊음이 좋았다.

내 일터에서도 가끔 큰 수련회를 마치고나면

큰 액수는 아니지만 수고비.....팁이란게 생긴다.

액수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게 아니라 수고로움을 알아준다는게 고마웠다.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지만 그 일을 인정받았다는 자부심 같은거랄지....

아들의 친구가 노동의 신성함을 알아가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