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35

여행을 마치고....다시 시작하는거다. (포토에세이)


BY 그대향기 2010-12-10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화개장터 가는길

 봄이면 벚꽃길이 너무나 황홀하다)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그리운(?)집으로 돌아왔다.

부부가 직장과 가족을 다 뒤로하고  일주일을 아무 부담없이 전국을 여행한다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거라 생각된다.

일년을 정신없이 보내고 딱 일주일은 아무런 걱정없이 우리 부부만 떠나는 여행.

할일도 많고 걱정거리도 많지만 일주일간만이라도 다 잊고

거의 2300 킬로미터를 달렸다.

 

 


(소원하던 한강 유람선을 타러 갔건만 배가 안 뜬다니....바람은 억수로 불고...)

 


 

길게는 하룻밤 같이 잘 친구집을

짧게는 차 한잔도 못 나눌 잠깐의 만남을 가지려고

우리 부부는 겨울 찬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또 달렸다.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 된 친구들

그리고 선배님들이지만 모두가 반갑고 즐거운 만남들이었다.

부식 구입차 나가는 시간이 아니면 하루 온 종일을 담장 안의 생활인 아내를 위해서

휴가 기간 때 만이라도 아내의 친구들을 만나러 가 주는 고마운 남편.

 

 

(강원박물관 안의 연못...그리스신화의 한 장면이라고~)


 

누군가 남편한테 그랬다.

그 귀한 휴가기간을 오로지 아내를 위해서 다 희생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거야..일년 동안 또  일 잘 해 줄거라 믿으니 그런다고.

나는 안다.

젊은 나이에 시골에서 살게하면서 특별한 구경거리도 특별한 문화생활도 안겨주지 못하는 남편이

휴가 때 만이라도 그런 부분을 대신해서 아내의 친구들을 만나게 해 주는게

못다한  그런 부분의 보상이라도 될까싶어 한다는 것을.

아내가 만나는 아내의 친구가 남편의 즐거움이 되진 못하지만

아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이 남편한테는 지극히 사랑스런 모습이 된다.

 

 

(강원박물관...작아도 볼거리가 참 많은 박물관)

 

 

창녕을 출발해서 진해와 부산

그리고 경주와 칠포

강원도 춘천

경기도 여주와 덕소

서울

삼척과 태백

충북 제천

경북 예천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

삼천포항까지.

 

 

(63빌딩 안의 한 코너에서.

 뒤에 있는 오렌지 색이 하도 고와서...배경이 죽나????ㅋㅋㅋ)

 

 

전국을 차 안에서 살다시피한 일주일간의 강행군.

집을 떠나면서 뒷좌석과 짐칸을 가득 채운 옷가지며 식료품들

다 먹지도 못했고 다 갈아입지도 못할거였으면서도

우린 둘 다 집을 떠나면서 피난민 보따리처럼 웬만한 짐들은 다 들고 다녀야 안심이 된다.

결국은 도로 다 싸 짊어지고 돌아 올 짐들인데도

이것도 필요할 것 같고 저것도 없으면 아쉬울 것 같아서

영락없는 피난민 보따리가 되고만다.

 

 

(하동의 화개장터...국산도 많지만 수입산이  많다니 아쉽다.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어디까지   안 믿어야하는지....

 녹차가루를 샀는데 설마 수입은 아니겠지?)

 

 

분위기 있는 멋진 호숫가와 바닷가 펜션에서도 잤었고

코딱지 만한 작은 모텔에서도 잤었고

시골 친구집에서는  구수한 흙냄새를 맡으면서도 잤었다.

그리고 친정에서도....

드물게는 서울 한복판의  호텔에서 근사한 점심을 먹기도 했지만

시골장터의 허름한 국밥집에서 단돈 몇천원짜리 식사도 했었다.

철판 위의 닭갈비도 늦은 밤 산마루 위에서의 영양뚝배기도

그게 어디든 어떤 밥이든간에 남편과 함께여서 진수성찬이었고

반가운 친구들과 함께여서 꿀맛이었다.

 

 

(두번째날 숙소 앞 호수.

군립공원 안 펜션인데 그날 남편의 부산 친구들을 만났었다.)

 

 

하루하루 휴가가 줄어들면서 더 귀하게 여겨지던  휴가들이었고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마음들이 오고갔던 친구들이라

반겨주던 친구들도 만나러 갔던 우리 부부도

겨울 햇살처럼 따뜻한 미소를 나누었던 것 같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 시간 동안 짧은듯이 친구들을 만나고 또 이별을 하면서

일년을 더 살아 낼 힘을 기르고 푸른 희망을 키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소중한 인연 오래오래 지키고 싶다.

부담스러울까 봐 연락 드리지 못하고 그 도시를 떠난 그리운 님들에게는 많은 미련이 남았다.

 

 

(섬진강변으로 해서 화개장터 가는 길에 이런 조형물이....)

 

 

다시 일년을 열심히 잘 살아내고 또 일주일간을 남편과 여행 할 희망에

한여름의 찜통 속 더위 땀바가지도 한겨울의 새벽시장통 얼음판도 즐거울거며

수백명의 수련생 식사도 즐거운 노동이고 충분한 행복이기에 이 밤에도  단 잠을 청한다.

스치고 돌아 온 그리운 얼굴들을 가슴으로 새기며 여독을 푸는 깊은 잠에 빠진다.

내일 당장 할머니들을 모시고 부곡에 목욕을 가는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바쁜 몸이지만

기꺼이 즐겁게 할 것이며 토요일 또 할머니들 모시고 출장을 가야하는 일까지도....

 

 

(섬진강은 흐르고 또 흐르고....)

 

 

(강원도 태백의 환선굴로 가는 길에 있던 통방아)

 

(휴가 마지막 날 눈이 오는 숙소

 남쪽에서는 보기 드문 눈이었는데

 눈길이 서툰 우리는 부랴부랴 짐을 챙겨

 청풍호를 뒤로 하고 남으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