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가정을 위한 펀경영> 책에 나오는 \'화목한 가정을 깨뜨리는 100가지 언행\'입니다.
1. 부부가 저녁 초대를 받아 안주인의 음식 솜씨를 칭찬하는 것까지는 바람직하다. 그런데 도가 지나쳐 “와! 이런 맛은 첨이다. 천국의 맛이다. 당신은 발로 음식하는거야? 당신 음식은 음식도 아니네. 여기 와서 좀 배워라!”라고 여러 사람 앞에서 아내와 비교한다. 칭찬을 듣는 안주인도 함께 있는 사람들도 불편하고, 아내에게는 자존심에 비수를 꽂는다.
2. 남편은 부부동반 모임에서 자기가 얼마나 아내에게 군림하는 왕인지 보여주고 싶어한다. 귤이 나온다. “뭐해 안까주고. 반쪽, 세쪽”, 새우가 익혀 나온다. “뭐해? 새우 껍질 안까고”. 그렇게라도 폼 잡고 싶은 남편을 알고 분위기 어색해질까봐 군말없이 까주지만 정말 까고 싶은 것은 남편의 이마이다.
3. 아내의 생일. 오붓하게 어디 가서 같이 밥도 같이 먹고 태어나 나랑 살아줘서 고맙다는 소리는 이제 기대하지도 않는다. ‘오늘 내 생일’이라고 출근 길에 얘기하니 지갑을 꺼내서 5만원 꺼내주려다 2만원 쥐어주면서 어디가서 점심이나 먹으란다. 혼자서. 그러면서 2만원도 아까워 손끝이 바르르 떨린다.
4. 맞벌이 부부라서 청소는 주말에 할 수 밖에 없다. 아내도 푹 쉬고 싶지만 집안 꼴이 말이 아니라 청소를 시작한다. 남편이 도와주기는커녕 ‘쉬는데 청소한다’고 소리친다. 자기가 쉬는 주말에는 편히 쉬게 배려 안 하냐면서 청소는 자기가 없을 때 하라신다. 그럼 언제 하나? 청소하기 위해 휴가를 내야 할 것 같다.
5. 맞벌이의 아침은 늘 분주하다. 깜박하여 다려진 와이셔츠가 없다. 남편은 아내에게 ‘빨리 와이셔츠 안 다리냐’고 난리다. 자기 밥 먹는 동안 빨리 하라신다. 다림질을 하는데 남편이 밥 먹으면서 궁시렁댄다. “야! 와이셔츠는 적어도 3~4벌 다림질 해놔야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골라 입지”. 그러더니 밥 먹은 자리 고대로 보존하고 다려진 와이셔츠와 함께 사라진다. 아침도 굶은 아내는 남편이 남겨놓은 반찬그릇을 냉장고에 집어넣고, 설거지까지 하고서야 주린 배를 안고 슬픈 출근길을 재촉한다.
6. 회식한다던 날 술 취해 늦게 들어온 남편에게서 낯선 여자의 향기들이 풍겨온다. 부킹이란 이름으로 여기저기 좀 찝적거렸는지 싸구려 향수가 혼합되어 묻어 나온다. 아내의 존재가 우습지 않다면 하다 못해 집에 들어오기 전 윗도리라도 벗어 그 싸구려 향수들을 좀 떨어내고 들어와야 하지 않을까?
7. “밥 안줘?”, “청소 안할거야?”, “쓰레기 안버려?” 등의 협박이나 “밥줘!”, “청소해!”, ”쓰레기통 비워!”와 같이 명령을 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남편은 하늘, 부인은 땅!!” 무조건 복종하랜다. 아내는 시집온 것이 아니고 군대를 왔다. 근데 여기 군대는 시간이 지나도 계급이 안오른다. 매년 신참 짝대기다. 내일은 PX가서 총사오라고 할 것 같다.
8. 김과장 집에 갔다온 남편이 소리친다. “김과장 아내는 남편이 큰 소리 한 번 치면 눈도 못 맞추고..어쩌구 저쩌구…”, “근데 너는~” 그러면서 한 두어시간 잔소리 해댄다. 잔소리를 하는 내 남편도 대단하지만 만약 그가 말한 것이 사실이면 김과장도 대단하다. 그 친구에 그 친구, 유유상종이다. 이 친구들은 모두 노후에 사골국은 따 놓은 당상이다.
9. 부부싸움을 했다하면 으례껏 “그래, 난 원래 이런 놈이야. 몰랐어? 이제 와서 어쩔건데? 억울하면 이혼해!”로 우긴다. 부부싸움도 내용이 있고, 관계를 개선해고자 하는 사투인데 이게 뭔가. 무대뽀도 아니고, 배째라도 아니고…싸움의 원인보다 과정 때문에 골이 더 깊어진다.
10. 아내의 친정식구가 모처럼 놀러 왔다. 벌써 남편의 얼굴빛이 흐려진다. 같이 밥 먹는데 말도 없다. 혼자 꾸역꾸역 밥만 먹는다. 그리고 밥 먹자마자 혼자 TV만 본다. 그리고 계속 눈총 준다. 언제 가냐고… 친청식구가 어린앤가? 이쯤이면 눈치 다 챈다. 남편과 사이가 안좋아도 친정식구에는 행복한 척하고 싶은 것이 아내 마음이다. 근데 이건 뭐…
11. 마트를 갔다가 우연히 남편 아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자기 아내를 남편에게 소개한다. “우리 와이프입니다.” 근데 남편은 아내를 소개하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다. 회사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고 어쩌다 가끔 가기라도 하면 평소보다 더 멀리 떨어져서 혼자 후적후적 걸어간다. 아내는 생각한다. “뭥미?”
12. 아내친구 쪽 부부동반 모임이었다. 아내의 친구를 칭찬하는 건지 무개념 발정난 수컷인지 “혜진씨가 이렇게 예쁘고 살림 잘하시는 줄 몰랐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제가 대시할 걸…(쩝)” 이 정도가 되고 보면 아내는 물론 혜진이의 남편도 머쓱한 상황이다. 오는 길에 뭐라 그러면 그것이 뭐가 잘못되었냐고 더 방방뛴다.
13. 회사직원부부들과 송년 회식 자리였다. 혼자서 신나서 술 마시더니 찢어진 오징어 한가닥을 집더니 입에 물고 옆자리 않은 김과장 와이프에게 입으로 받아 먹으란다. 모두들 애써 웃으며 농담으로 넘어갔지만 그들의 경멸하는 듯한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남편은 아마 일상이 되어버린 ‘미인촌 미스김’으로 착각했나 보다.
14. 미용 혹은 성형 수술은 어느 정도 보편화 되어있지만 여전히 소문내지 않고 싶은 것이 속사정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어머 예뻐졌네 비결이 뭐야?” 하는데 남편이 말한다. “그럼요. 들인 돈이 얼만데.”. 아내의 성형 사실은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할, 아니 저승에서도 입을 다물어야 할 극비 중의 극비인데…
15. 남편의 월급통장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딱 생활비하라고 하숙비만 아내의 통장에 입금해 준다. 그리고 생활비가 적다고 하면 항상 “벌써 다 썼어?”라고 하거나 “가계부를 가져와봐”란다. 결혼을 한 건가? 하숙을 시작한 건가? 남편의 이 같은 행동은 아내를 하숙집 아줌마 혹은 가정부로 인식하게 만든다. 남편에게서 전화가 온다. “네. 고객님, 삼성 래미안 808호 하숙집 김분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16. 부부간의 싸움은 칼로 물베기여야 된다. 그런데 욕설이나 폭언을 한다. 그것이 아내를 길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것은 칼로 물을 베는 것이 아니라 칼로 아내의 심장을 도려낸다. 심장만 딸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남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딸려 나간다. 입술의 30초가 가슴의 30년이 된다.
17. 모처럼 외식으로 레스토랑으로 향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콜센터의 김OO’이란다. 콜센터에 근무하는 아가씨여서 그랬을까 엿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목소리가 옆에 있는 아내에게까지 들린다. “과장님 회식하는데 오세요. 지금 2차로 나이트가요.” 남편은 다급하게 아내에게 말한다. “어쩌지? 한부장님 장모상이라는데. 지금 다 모여서 서산으로 출발한대. 내일 바로 거기서 출근할께” 이렇게 되면 아내는 망설이게 된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들이 덤벼야 하나 아님 모른 척 눈감아 줘야 하나.
18. 출퇴근길의 카풀은 연료 감축, 대기오염 예방과 같은 국익 차원에서 필요한 시민 정신의 활동이다. 그런데 같은 방면에 사는 직원 중에 왜 남편의 카풀은 미스김과 미스리 하고만 할까? 남자 박대리는 왜 대중교통수단이 편하다고 남편에게 얘기했을까? 그리고 왜 카풀이 시작되면서 남편은 옷차림에 부쩍 신경을 쓰는 걸까? 카풀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하지만 미스김과 미스리와 하는 남편의 카풀은 절대 반대이다.
19. 남편은 아내와의 대화에서는 반응이 너무 없어 원래 성격이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남편의 직장 여직원과 함께 셋이서 차를 타고 퇴근하는데 ‘유레카!’다. 너무나 잘도 재잘거리는 남편을 발견한 것이다. 집에 와서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남편 대답 왈 “너는 굳이 내가 피곤하게 신경 안 써도 되는 사람이지만 직원은 그럴 수 없잖냐?”고. 남편은 정말 모른다. 누굴 신경 써야 되는 사람인지.
20. 친구의 처갓집에서 친구에게 무엇을 했던지 그것은 그 친구의 처갓집이다. 그런데 와서 말한다. “이번에 영철이는 장모님이 차를 바꿔 주었대”, “이대리 집 이사할 때 처갓집에서 2천만원을 보태주었대”.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꼭 확인 사살한다. “하. 걔네들은 정말 장가 잘갔어…” 그리고 이상야릇한 눈낄로 아내를 쳐다본다. 아내는 ㅠ.ㅠ…
21. 부모 자식 간에도 서지 말라는 빚보증을 아내와 상의없이 남편이 섰단다. 이것도 모를 뻔 했다. 남편 선배와 동석한 식사자리에서 자기들도 우연하게 나온 말이었다. 친정 남동생 사업할 때 돈 얘기 했더니 외면하던 남편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괘씸했다. 거기다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하는 중차대한 일을 아내와 상의없이 해주었다. 대체 남편에게 아내는 뭔가? 선배보다 우선순위가 뒤진다. 아니 없다.
22. 남편은 아내가 해준 음식에 대해 시시콜콜 타박이다. 뭐가 덜 들어갔네, 싱겁네, 짜네, 맵네, 밍밍하네 등등.. 아내는 음식을 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생각한다. ‘올드보이의
23. 오래간만에 남편 친구들 부부 동반으로 모였다. 최근에 결혼했다던 길동씨가 띠동갑 아내와 나왔다. 남편은 젊은 아내와 사는 남편들의 예찬론을 펼친다. “너는 좋겠다. 꽃밭에 사니까. 나는 완전 똥밭에 사는데.”, “퇴근도 빨리 하겠네. 우리는 퇴근하기가 싫은데” 등등. 아내는 자신이 꼭 낡아빠진 안경집 신세와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
24. 결혼 기념일, 서로 축하하고 앞으로 더 잘 살아보자고 다짐하는 시간. 모처럼 와인도 한 병 사고 좋은 얘기로 시작한다. 와인 한 병이 성이 차지 않은 남편이 한 병을 더 오픈한다. 그러더니 묻는다. 이제 과거는 오늘부로 다 털자고. 그러더니 아내에게 이전에 몇 남자나 사귀었느냐고 묻는다. 아내는 생각한다. ‘뭐 이런… 웃기는 짬뽕 같은 과거 청산이 다 있나?’
25. 남편의 사교성은 대단하다. 백화점을 가도, 식당을 가도 판매하는 아가씨, 서빙하는 아가씨와 희롱의 선을 교묘히 넘나드는 농담을 한다. 아내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내가 혹간 백화점 혹은 식당에서 오빠나 아저씨들에게 웃으면서 인사라도 할라치면 이건 뭐 날벼락에 우박을 때리고, 그 후 며칠 동안 빙하기를 몰고 온다.
26. 아내는 슈퍼우먼, 원더걸, 소머즈를 다 합쳐놓은 사람이다. 밤늦게까지 야근에 시달리고 돌아와 어린이집에서 아이 찾아와 씻기고, 밥 먹이고, 숙제 봐주고, 청소하고, 내일 식사준비하고, 시댁에 전화드리고…등등. 남편을 기다리다 새벽 1경 잠이 잠깐 들었는데 2시 반경 전화가 미친 듯 울어댄다. “하~한 30부운 있다.. 도착...택시비…아파트 앞…” 남편과의 전화에서 겨우 건진 얘기다. ‘으이그 차라리 도착하면 전화를 하지..’ 못잔 잠에 미련을 갖고 30분 있다 내려갔더니 한 시간 정도 후에 술에 떡이 된 남편이 나도 못알아보고 택시에서 쫓겨난다.
27. 시댁에 갔다. 시어머니가 해주는 김치찌개에 남편이 환호를 지른다. “와, 이게 얼마 만에 먹어보는 찌개다운 찌개야!” 아내는 쥐구멍으로 들어간다. ‘저 인간은 왜 시댁에만 오면 저렇게 시댁식구들에게 내가 음식 못한다고 저렇게 크게 알리고 난리일까?’
28. 술 담배를 좋아하는 남편. 건강을 생각해서 술 담배를 줄이라고 얘기하면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다 너 때문에 술 담배를 하는 것을 모르냐?”고 한다. ‘내가 술 담배를 하라고 그랬나? 그럼 나는 자기한테 쌓인 것이 없나? 에라 이 참에 그럼 나도 술 담배를 배워?’라고 아내는 생각한다.
29. 명절이니 온 민족은 대이동을 하란다. 그래서 교통체증을 뚫고 우리도 대이동을 해서 시댁에 도착했다. 기다리기라도 한 듯 온갖 일이 주어진다. 칭얼거리는 젖먹이를 업고 부침개부터 시작해서…대이동을 무사히 마친 남편님은 동네 친구들 만나러 나가 여관까지 잡고 밤새 카드를 치신단다. 아내는 오지 않을 지원군을 기다리며 적지에 홀로 남겨진 병사가 된다.
30. 남편은 이번에도 누나의 사채 빚을 갚아 주자고 한다. 지난 번 적금도 만져보지도 못한채 훌러덩 털어넣은 것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렇게 되면 결국 아내가 해결사를 자처하고 직접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적벽대전을 치루게 된다. 상처만 남은 몸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으면 남편은 왜 누나에게 건방지게 그랬냐고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0배 위력의 탄두를 날린다. 그리고 그 적벽대전을 핑계로 사채 빚에 돈은 간다. 아내는 생각한다. ‘아, 나는 이 집에서 뭔가?’
31. 아내의 헤어스타일 변화는 가장 어려운 모험이자 결심 중의 하나이다. 변화 이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모험이 성공적이었느냐가 결정된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 있지만 가까운 사람으로부터의 칭찬을 기대하는 가장 커다란 사역이다. 그런데 남편은 모른다. 대체 이 남자는 나를 보고나 살고 있나?
32. 아들을 빼앗긴 시어머니와 그 자리를 차지한 아내는 갈등이 잠재되어 있다. 그래서 아들 혹은 남편이 자기 편에 서주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그 아들 혹은 남편이 다른 편에 선다는 것을 확인하면 믿었던 아군이 등뒤에서 칼을 찌르는 것과 같다. 하지만 칼을 찌르는 아들,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다. 원래 그렇지 않은 아들, 남자인데 그렇게 만든 며느리, 시어머니가 더 밉다. 이럴 때 남편은 그저 묵묵히 들어줄 귀만 있으면 된다. 이 전투에서는.
33. 발렌타인데이에 사무실 미스김이 주었다고 쵸콜릿을 자랑스레 가져온다. ‘나 아직도 안죽었어! 아직 인기 많은 남자야! 당신 조심해!’라는 사인이다. 아내로서는 그런 사인을 반길 일이 없다. 미스김의 쵸콜렛은 그냥 사무실에서 먹어라.
34. 발렌타이데이 때 쵸콜릿을 받은 미스김에게 답례로 줘야 한다고 화이트데이 특별 행사 매대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 사탕을 고른다. 아내를 위해 이렇게 신경을 써가며 무엇인가 고른 적을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아 참! 미스김 사탕을 한 참 고른 후에 아내 사탕이라고 극히 평범한 봉지 하나를 선심쓰듯 안긴다. 아내는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하나? 사탕도 못 받는 아내들이 얼마나 많은데..
35. 남편이 달라졌다. 아내는 안다. 여자의 직감 얘기를 들었을 땐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있다.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 그리고 어렵사리 그 여자와 연락을 했다. 이 정도에서 그만하라고 부탁하러 가면서 겁이 났다. ‘남편이 빠진 여자가 근사한 여자라면 이런 얘기를 하는 나는 얼마나 초라해질까?’ 하지만 아내는 그 여자를 본 순간 더 참담한 심정이 되었다. ‘아니, 이깟 여자에게 내 남편이 빠진거야? 그럼 나는 이 여자만도 못한거야?’
36. 남편과 스포츠센터 연말 모임에 갔다. 친분도 있고 분위기도 무르익어 술 몇 잔들이 오고 갔다. 한 여자 회원이 술에 취해 혼자 집에 가기 힘들어 보였다. 흑기사 우리 남편이 혼자 나선다. 자기가 그 여자 회원을 데려주겠단다. 그럼 아내는 어떤 기사와 집에 가나? 택시기사? 버스기사?
37. 결혼은 상호간의 발전을 위해 하는 것인 동시에 발전을 기대한다. 긍정적인. 그러나 남편은 ‘어느 룸살롱의 언니들이 죽인다’, ‘어느 웨이터가 부킹엔 끝내준다’는 것으로 발전(?)해 나간다. 이것도 발전이라면 발전이겠지만 룸살롱의 언니와 부킹은 우리 가정에 어떤 발전을 가져다 주나? 존경을 걷어차는 남편의 발전에 할 말을 잊는다.
38. 남편은 아내가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해도 무신경이다. 감기기운이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그래서 얘기했다. 몸이 좀 으슬으슬 하다고. 그랬더니 남편은 ‘아니 그런 얘기를 왜 나에게…’와 같은 뜨악한 표정 뿐이다. 이럴 때 500원짜리 따뜻한 쌍화탕을 살짝 쥐어주는 센스는 진시황의 불로초보다 더 효력을 발휘한다.
39. 남편은 오늘도 늦는다. 아내는 그런 남편이 저녁을 먹고 오는지 늦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해 전화한다. 남편 왈 “나 늦어, 오늘 회식이야.” “누구랑 마시는데?” 남편이 대답한다. ”누구랑 마시면 니가 알아?” 아내는 후회한다. 괜히 전화했다고…
40. 남편은 우리집안의 선도자가 분명하다. 선(先)도(道) 자(者). 아내와 길을 나설 때 늘 5 m 정도 앞서 걷는다. 길의 상태가 좋지 않을까 그래서 아내가 혹시 다치지 않을까봐 늘 앞서 걸어간다. 참, 감사하다. 근데 요즈음은 포장도 잘 되있고 밤 길도 어둡지 않은데 왜 계속해서 그럴까?
41. 시댁에서 모처럼 삼겹살을 굽는다. 삼촌, 고모, 조카들까지 대식구가 파티다. 아내는 고기 한 점 입에 넣을 수가 없다. 아내가 열심히 구운 덕에 모두가 배를 채우고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간다. 아내가 생각한다. ‘이제 나도 좀 먹어야지’ 이 순간 남편의 외침..”야! 이제 그만 구워!. 먹을 사람도 없는데..” 이 소리를 들은 아내는 ‘저런 십장생이’와 ‘저런 시베리안 허스키’가 목구멍까지 오르락 내리락 한다.
42. 가정은 남편의 확실한 영역이다. 자신의 성이다. 대장이다. 군주다. 왕이다. 그래서 마음대로 한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물론 어린 애들의 건강도 살피지 않는다. 집안이 뮤직뱅크 무대도 아니고 매일 담배가 만든 드라이아이스 효과에 누가 등장하나?
43. 남편은 아내와 함께 외출하면 지나가는 젊은 언니들 가슴이며, 다리며, 허리며 보느라고 정신이 없다. 눈알 굴리기로는
44. 맞벌이 부부에게 휴일은 다 같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내의 휴일은 짧다. 그러나 남편은
45. 남편의 술자리를 비즈니스를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아내가 전화를 한다. 그리고는 누구와 함께 있냐고 물어본다. 누구라고 얘기하면 심지어 바꾸어 보라고 한다. 그리고도 계속 전화를 한다. 이쯤되면 함께 있던 사람들이 남편에게 중간에 가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부르지 않는다. 남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생활의 인간관계가 잘리고 있는 것이다.
46. 명품을 가지고 싶다. 친구들도 명품 한 두 개는 다 있다. 가져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소유는 인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의 수입, 집안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는다. 가져야 폼이 나기 때문이다. 명품을 사주고 싶지 않은 남편은 없다. 하지만 아내 혼자서 가정 생활을 감안하지 않고 명품을 장만한 것을 알게되면 남편은 이후에 돈을 많이 벌어도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47. 아내는 대중을 위한 연예인(Entertainer)이 아니다. 아내가 entertain 할 사람은 가족이다. 그런데 마치 아이돌 스타인 냥 옷차림이며 옷차림새며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자신은 만족스러운지 모르지만 아내의 팬클럽인 가족은 짜증이 쓰나미다. 그나마 있던 팬들이 등을 돌린다. 팬이 없어진 entertainer 아내는 은퇴해야 한다.
48.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 대한 험담은 스릴과 서스펜스의 그 어떤 영화보다도 아내를 몰입하게 한다. 가슴도 뻥 뚫린다. 자신은 그런 남편과 시댁 식구들과 다른 존재라고 말하는 듯 하지만 담장 밖에서 이를 관람하는 친구나 심지어 친정식구에게는 하나의 존재로 보인다. 결국 누워서 침 뱉는 것과 다름없다.
49. 가끔 아내는 남편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본다. “근데 최근에 보너스 나온 것 없어요?” 어떤 땐 인사부서 급여 담당에게도 물어보기도 하고, 어떤 땐 남편 동료나 부하직원에게도 물어본다. 아내의 경제관념은 세계 최고다. 하지만 남편이 회사에서 받는 ‘김과장은 보너스를 빼돌리고 있구만.’이란 시선은 어떻게 해야 하나?
50. 아내들이 부부싸움때 하는 잔소리 메뉴는 명절 때마다 방영하는 성룡의 ‘취권’이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방영하는 ‘나홀로 집에’이다. 부부싸움할 때 철 지난 이슈를 재탕, 삼탕 아니 십탕도 넘을 때가 있다. 탕재도 재탕 정도야 약효가 있지 십탕이면 이건 그냥 맹물인데 그냥 들이붇는다. 재탕 삼탕은 ‘취권’도 ‘나홀로 집에’도 이제 지겹다.
51. 부부싸움은 국지전이다. 국제전으로 확전해서는 안된다. 방청객도 필요없고, 원정경기 심지어 파병요청을 하는 전쟁이 아니다. 또한 길에서 차선을 끼어들었다고 버스운전기사와 한 판하는 목소리 큰 놈 이기는 싸움이 아니다. 집에서 두 사람만이 조용히 대화를 하고 친정이나 시댁에 요청을 하지 않아야 하는 싸움이다.
52. 아내의 전화는 붙잡으면 최하 30분이다. 휴대전화 배터리 산업은 아내들의 수다가 그 지대한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하였다. 그것으로 족하다. 남편은 전쟁터에서 돌아올 때 가장 기대하는 것이 아내의 따뜻한 눈길과 무사히 왔냐는 한 마디이다. “근데 걔네 남편은…어쩌구 저쩌구…” 남편에게 힐끗 눈길 한 번 주고 수다는 계속된다. 남편은 이 시각에 퇴근한 자신이 바보스럽다고 느낀다.
53. 연애 때의 아내는 부지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