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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피그말리온 효과?


BY 엠파이어 2010-11-29

 



흰 눈이 쌓인 아침 하얀 길을 걸으며 출근을 하는데 문득 시간의 흐름이 너무도 빨라

한 숨이 쉬어진다.

작년 이맘때도 그랬던가.....

 

지난 겨울 직장을 옮기며 새 학기에 시작된 새 교실 새로운 아이들...

한 번도 4세를 맡은 적이 없는  나는 4세 아이들이 한 없이 어려보이고

너무도 아가스러워 보여서 한편으로는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보여 어깨가 무거웠더랬다.


새 학기가 시작된 첫 날부터 가장 크지만 가장 언어표현이 약한 아이가 일주일 내내

아이들의 손등을 물어댔다.

처음엔 한 아이만 중점적으로 물더니 돌아가면서 한 명씩 다 물어댔다.

손등에 남아있는 자국들을 보며 문 아이도 물린 아이도 안쓰럽고 속이 상했던 적이

도대체 몇 번이던가?

대개의 언어표현이 어려운 어린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자기방어 또는 의사표현을

행동으로 나타낸다.

물거나 때리거나 밀치거나, 또는 안기거나 울거나 등등의.....


한 번은 엄마와의 상의 끝에 친구를 무는 그 아이의 손등에 이 자국이 남도록 물어준 적이 있었다.

친구를 물면 너도 아프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충격적인 방법이었지만

무는 행동이 아주 없어지지는 않았다.

 

친구들을 물어서 친구들을 아프게 하고 친구엄마를 속상하게 하고 선생님도 아프게 하던

그 아이는...... 

쑥쑥 잘 자라서 나의 가드가 되었다^^


주로 그 아이와 나눈 이야기는 이런 것들이었다.

 

“~야, 친구를 물면 아프고 아픈 친구는 또 너를 아프게 해요.”

 

“~야, 친구를 물기 전에 선생님에게 올래요? 속상한 마음, 선생님이 알아줄게요.”

 

“~, 사랑해요. 요즘은 친구들을 물지 않으니까 친구들이 ~를 더 좋아하네요. 멋져요.”

 

“우와~, 지금 속이 상했을 것 같은데 친구를 물지 않고 참았네요.

 정말 멋지네요. 형님 같아요. ”

 

“한동안 안 물더니 오늘 물었네. 많이 속상했구나.

 그런데 선생님도 많이 속이 상해요. 친구도 아프다고 울고....선생님도 울고 싶어요.

 ~도 속이 상하지요? 이제 안 물려고 했었는데 그치? 다음엔 더 참아봐요~”

 

“이제, 우리 ~는 친구를 물지 않아요. 그치? 얼마나 멋진 친구인데, 나눠주기도 잘 하고....”


물론 혼을 낼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 예쁜 꼬마 신사친구는 울 때도 내 무릎에 엎드려서

울고 달래주면 언제 그랬냐 싶게 무릎위로 올라와 내 품에 포옥 안긴다.

어떨 때는 가슴에 까지 손이 슬쩍 올라온다. 엄마라고 착각을 하는 건지...이노옴~~~

오늘 아침에 안전교육을 하는 중, 반 아이 중 하나가 선생님 의자에 앉자, 그 친구에게 가서 말한다.

“이거는 선생님 거야. 내려와 ”

이번에는 선생님 수첩을 만지작거리자

“선생님 거야. 만지면 안돼~~ 하지마”

 

선생님 의자에 앉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한 적도, 수첩을 만지면 안 된다는 말을 한 적도 없건만

이 아이는 선생님 물건이 금단의 무엇이라도 되는 양 수호천사가 되어 나를 지킨다는...ㅋㅋㅋ

무엇보다 거의 3~4개월 동안에 한 번도 친구를 물지 않고,

그뿐 아니라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면서

“친구야 이거 빌려줄래? 고마워~ 미안해 ”등의 신사적인 놀이행동언어로

므흣한 미소를 내게 준다는.....아~ 정말 많이 자랐다^^


또 한 아이는

내가 눈에 보이지만 않으면 울어버린다.

화장실을 갈 때도 주방에 물을 가지러 갈 때도 교실 밖에 분명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와서 확인해 보면 알 텐데 교실에서 운다.

심각한 분리분안 때문에 점심시간이 끝나고 낮잠시간에 아이들이 잠이 들면 할 수 있는 일들도

자다가 깨서 경기를 하듯 우는 이 아이 때문에 자리를 뜰 수가 없다.

원래 아이들을 놔두고 자리를 이탈하지 않지만 부득이 하게 원 내에서 잠시 자리를 이동하거나

교실 가까운 곳에서 교실 문을 열어두고 일을 보는 일은 간혹 있다.

하지만 이 우는 아이 때문에 많은 것의 제약을 받고 일이 미루어지니

나름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이 아이와 나눈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다.

“~야, 선생님이 지금 화장실에 다녀오실 거에요. 그럼 ~ 눈에 안보이겠지요?

 같이 갈까요?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려줄래요? 기다리는 동안 울고 싶으면

울기 전에 화장실에 와서 선생님을 불러볼래요? ”

“우와~ 선생님이 안 보이는 동안 꾸욱 참고 안 울었어요? 언니 같네요.”

“선생님이 지금 자료실에 가서 찾아야 할 게 있는데 ~눈에 안 보일텐데 선생님이 어디에 간다고요?

그럼 선생님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나요? 선생님과 이야기 나눈대로 울지 않고 기다렸네요.

그렇게 할 줄 알았어요^^ 멋져요”

등등의 가는 곳을 이야기 해주고 곧 돌아온다는 것을 인지시켜주면서

차츰 분리불안을 약하게 할 무렵

아이가 잠이 든 낮잠 시간에 미뤄두었던 일지와 서류들을 작성하느라 교실을 이탈한 사이

아이가 잠에서 깨서 대성통곡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 후 아이는 선생님이 나갈 까봐 걱정이 돼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야, 자기 싫으면 안자도 돼요. 하지만 선생님이 친구들 자면 저기 컴퓨터 있는 방에 가서

일을 할 때도 있는데 교실에서 선생님~~하고 부르면 들리는 곳이에요.

걱정하지 말고 자다가 깨서 선생님이 안보이면 먼저 울기 전에 교실 밖에 나와 봐요.

그래도 선생님이 안 보이면 선생님을 부르는 거에요.

선생님은 친구들을 두고 절대 멀리 가지 않아요. 근처에 있어요.

~는 울기 전에 선생님을 부를 수 있어요. 그렇죠?”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나눈 끝에 요즘은 울지 않는다.

 

옆 반 동생들이 엄마를 찾으며 울면 엄마는 일하시고 금방 오실거라고 위로도 한다.

그리고 친구들이 교실 안에서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선생님 말투로 친구들에게 혼을 낸다.

아기같던 모습에서 정말 많이 자랐다는 생각에 오늘도 사랑스런 이아이를 안아주며 웃는다.


또 한 아이는 생일이 늦은 아이인데,

요즘도 가끔 낮잠시간에 실수를 한다. 자기 전에 세수와 양치를 하면서 쉬도 보고 자는데

고집이 세서 쉬가 마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안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낮잠에서 깨기 전에

이불에 쉬를~~~~헉~ 나도 힘들고 지 엄마도 힘들고....

매일 이불 보따리 싸서 보내고 밤새 말려 또 들고 오면 또 들려 보내고를 반복.

“~야, 자기 전에 쉬를 하고 자면 깰 때까지 쉬가 안 마려울거에요.

변기에 앉았다가 쉬가 안 나오면 그냥 옷 다시 입으면 되잖아요. 우리 한 번 앉아 봐요.”

그렇게 꼬시기를 여러 번 드디어 잠들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와서 조금의 소변이라도 보고 잠자리에 든다.

“우리 ~는 언니니까 낮잠자는 시간 동안 쉬를 참을 수 있어요.

자고 일어나 얼른 화장실 가면 되니까 우리 잘 자고 일어나요. 쉬 이불에 안하고 변기에 할 거에요. ”

요즘 거의 한 달 동안은 이불을 세탁하기 위해 가져가는 날 말고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반 아이들 모두가 많이 자랐다.

사랑한다, 예쁘다, 걱정하지마, 잘 할 수 있다.

안아주고 볼뽀뽀 해주면서 얼굴 닦아주고 머리 빗겨주며

그렇게 여러 달을 지내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이 화분에 물주면 자라는 예쁜 화초처럼

아니 그 보다 더 예쁘게 자라나 있었다.

 

9명의 아이들 모두와 오늘도 낮잠시간에 배를 깔고 누웠다.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난 새로 주문한 공지영의 도가니를 꺼내어 읽는다.

책장을 몇 장 안 넘겼는데 아이들의 쌔근거리는 숨소리만 가득이다.

이불을 다시 고쳐 덮어주고 예쁜 볼에 입술도장을 한 번씩 찍는다.

난 잠시~ 자유다.

하지만 오늘은 따뜻한 바닥이 좋고 다른 일은 두고 그냥 책장을 계속 넘기려 한다.

아이들이 이만큼 자랐고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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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예쁜 웃음을 많이 먹어서 더 예뻐진다^^(자기 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