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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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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풍경.


BY lala47 2010-11-28

일호선이 다 같지는 않다.

인천행이 있고 천안행이 있다.

오산역에서 타는 지하철은 천안에서 온다.

곱게 늙은 할머니 한분이 내 곁에 앉아서 이야기를 건넸다.

\"큰아들이 농사를 지어서 일 거들어 주고 오는 길이예요.. 예전에는 잡곡 열가마도 혼자

까불렸는데 이젠 힘이 딸려서 많이 못해주고 와요.\"

\"그럼요.. 젊을 적과 같을수 있겠어요.\"

나도 이제는 말을 받아주는데 익숙해졌다.

 

검은 스타킹을 파는 장사가 떠들어대고 있다.

\"뚱뚱한 아줌마도 입을수 있고 아가씨들도 입을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늘어납니다.\"

남자는 스타킹 안에 손을 넣어서 신축성을 시험해보인다.

\"안감은 기누로 되어 있어서 감촉도 아주 좋아요. 남자분을 위해서 앞에 소변 구멍을 뚫어서

따로 만들었으니까 남자분들도 겨울에 입으면 아주 따뜻합니다.\"

남자용을 꺼내어 소변구멍에 손을 넣어서 보여준다.

세 벌에 만원이라는 말에 아줌마 몇사람이 돈을 내고 산다.

 

젊은 사람들은 너나 없이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핸드폰과 함께 살고 있다.

핸드폰안에는 갖가지 세상이 담겨져 있나보다.

끝도 없이 통화를 하는 아가씨는 조금 미워보인다.

통화료가 참 많이 나오겠구나..생각하며 그 아가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는 젊은 여자가 탔다

눈치가 심상치가 않다.

\"삼십개월 된 아기가 심장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요.

우리 아기 좀 살릴수 있게 백원짜리 하나라도 보태주세요.

삼십개월된 우리 아기를 살려주세요.\"

예전엔 한푼만 달라는 거지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사연을 설명한다.

숨을 헐떡이는 여자는 자신이 마치 심장병을 앓고 있는 시늉을 했다.

 

\"좀 도와주지..오죽하면 저리 나왔을까.\"

옆에 할머니가 말했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이미 사람들은 그런 호소에는 만성이 된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부부가 빨간 프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탔다.

남자는 눈이 안보이는것 같다.

남자는 노래를 부르고 여자는 바구니를 내민다.

부부가 동업을 하고 있다.

사람 살아가는 방법이 참 가지 가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예전에 나는 그런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천원짜리 한장이라도 내밀곤 했었지만

지금의 나는  변했다.

아직 이년이나 남은 지하철 무료 승차가 너무 멀리 있다는 생각을 하며 서울에 한번 나가려면

얼마의 교통비가 드는가를 따지는 시점에 와 있으니 동정심은 이제 멀리 간것같다.

동정심 이전에 불신이 생긴것 같다.

 

\"목동 작은 아들네 가야 하는데 어디서 갈아타야 하는지 몰라요.\"
옆에 할머니 말에 지하철 표를 들여다 보며 알려드렸다.

\"구로동에서 버스 타고 가야겠다.\"

내 수고를 무시하고 할머니는 구로동역을 알려달라고 한다.

사람을 귀찮게 하는 할머니다.

 

할머니는 구로동역에서 내리시게 한 후에 나는 눈을 감고 자는척 했다

또 다른 할머니가 말을 건네는것을 방지하기로 했다.

눈을 감고 있는 동안에 내가 내릴 신길역이 지나가고 말았다.

허둥지둥 내려서 반대편 지하철로 옮겨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