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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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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준비


BY 그대향기 2010-11-28

 

 

어제 오늘 우리집에서는 마을 주민들에게 무료의료봉사가 이루어졌다.

부산의 모대학병원에서 많은 의사와 간호사를 파견해 주셨고

큰 치과병원에서는 스켈링과 발치 그리고 치아 떼우는 일까지 다 하는

50여명의 의사들과 간호사를 보내주셔서 여러 동네 주민들에게 무료로 의술을 베풀어 주셨다.

시각장애인들로 이루어진 안마팀들도 귀한 봉사를 해 주셨다.

비장애인인 내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도록 그분들은 본인의 일에 충실하셨고

어려운 찬송가도 일일이 다 외우고 계셨다.

찬양인도자랍시고 보명대 위에 찬송가를 두고 시선을 위로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거리면서 부르던 내가

멀쩡한 시력인게 참 부끄러워지던 순간들이었다.

그분들은 본인들의 장애환경을  잘 극복하고 계셨다.

우리  몸 하나의 값이 천냥이라면 눈이 구백냥이라고 할 정도로 귀한 장기이지만

그분들은 구백냥을 잃으시고도 나머지 백냥으로 천냥의 값어치를 하고자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계셨다.

 

출생시부터 실명하신 분도 계셨지만 살아가다가 어떤 질병이나 사고로 잃으신 분들도 계셨다.

어떤 이유에서건 실명은 너무나 큰 아픔이고 충격이었겠지만 그분들은 자신의 처지를 최소한 겉으로는

감추고 계시는 듯 평온했지만 식사준비나 식사 도중 반찬을 집으시는 모습에서는 힘들어 보였다.

남편은 식판도 날라다 드렸고 반찬의 위치를 정확하게 가르쳐 드렸고

반찬의 뜨겁고 찬 정도도 일일이 가르쳐 드렸다.

바라만 봐도 이렇레 갑갑한데  그 분들은 날마다 그렇게 안 보이는 세상에서

귀로만 듣는 세상을 살아야 하시다니....

혼자 있는 시간에는  얼마나 서럽고 외로우실지는 짐작이 어렵다.

병원 팀은 연로하신 동네주민들에게 링거영양제를 놔 주셨고

약도 지어 드리는 아름다운 봉사가 이루어지는 그런 날이었다.

일년에 한번씩  여러마을 주민들의  화합마당을 열어 드리는 날이었다.

 

몇달 전부터 홍보를 했고 농삿일을 다 끝낸 주민들이 하루 쯤 휴식과 치료를 받으면서

웃 마을 아랫마을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사랑방을 차린 어제 오늘이

준비하는 내 몸은 바쁘고 힘들었지만 성탄행사를 뺀 일년 중 행사의 마무리 인 셈이다.

여름수련회를 끝내고 휴가를 떠나려했지만

막내의 수능이 걸려 참았고 이젠 성적은 어떠하든 끝냈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껴 둔 휴가를 계획하기로 했다.

수능이 끝난 아들에게  동행할 것을 권했는데도 두 분이서 오붓하게(?) 다녀오시란다.

그러면서 수능 끝내고 누나들한테 얻어서 아껴두었던 용돈을  내민다.

짜아씩~~~제법인데~~~

눈치는 있어가지구...ㅋㅋㅋㅋ

 

내일하고 그 뒷날 이틀정도는 행사 마무리를 다 해 놓고

일주일치 부식도 장 봐다 놓고 떠나려는데 날씨는 안 추울란지....

작년에도 이 맘때 휴가를 떠났더랬는데 숙소들이 비수기라 너르고 싼 집이 많아서

기분좋게 휴가를 마친 기억이 있다.

집나가면 개고생이라고 했던가?

개고생이라도 좋으니 여행은 몸도 마음도 살찌우고 쉼을 얻는 귀한 시간이다.

남편은 올해는 장거리 여행 보다는 어디든 생각을 키우는 조용한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시댁과 친정은 하루씩 찾아 뵙고 건강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겠고.

그래서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민박을 정해 두거나 철지난 펜션을 싸게 얻어서

세월도 낚고 고기도 낚을 모양인데...............???

난 안 그러고 싶은데 어떻게 절충을 한다??

그 귀하디 귀한 시간에 바다를 상대로 맞짱을 뜨라구?

온통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고 가 보고 싶은 곳 천진데.......

떠나기 전에 사나흘 공을 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