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뵙습니다
안부를 묻기도 죄송스럽습니다만 평안들 하셨고, 지금도 평안 하시리라 믿습니다. 만석이도 님들의 염려 덕분에 이렇게 건재합니다.
워낙 유명인사라(케케케) 제가 병원에 간다고만 해도 걱정하고, 며칠이라도 잠수를 하면 더 큰 걱정거리가 된다는 사실을 긴 시간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용서하소서.
손목을 다쳐서 자판을 두드리기가 어려워서 글쓰기를 멈췄던 때가 3월 9일. 그러니 족히 아홉 달을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노닥거리는 성미는 아니니, 그저 발 묶어 주저앉아 있지는 않았습니다. 한눈을 좀 팔았지요. 02학번으로 대학을 다닌 뒤 졸업과 함께 얻은 병이, 전도유망했던 내 진로를 달리하게 만들었기에, 순응하기가 힘들어서 좀 허우적거렸습니다. 살아야한다는 절박한 시간을 보내고, 이제 는 살 만 했던가 봅니다.
못난 저를 아니, 보잘것 없는 제 글을 갈급하게 기다리는 님들이 계신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스스로 저를 호되게 꾸짖었습니다.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내 글은 계속 될 것이다.”라고 장담했던 초심이 내 가슴을 때렸습니다. 하여 주위를 접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그 일이 좀 길어졌습니다.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제 글방을 다시 열려고 합니다.
글방을 열기에 앞서서 한 며느리의 시어머니라는 입장에서, 며느리 적(跡)의 일을 돌아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제 스스로도 읽기에 수치스러운 일을, 저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인 양 보였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서 질타와 비웃음을 받았을까요. 그동안 제 글방을 드나들면서 후회와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하여 제 글방도 정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편으로 생각하면 글을 시작한 의도가, <만석이의 고부백서>를 본보기로 젊은 며느리들이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나가기를 희망하는 데에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만큼은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으로 자위(自慰)를 해 보기도 합니다. 또한 부끄러운 이면에 그때의 감정에 제법 충실했다는 자긍심도 있습니다. 하여 이제 작가글방의 <시어머니는 왜?> 코너는 접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제 상황을 글로 올리는 데에 좀 더 솔직할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혹자는 책자로 만들자는 제의도 있으나, 아직은 정리가 좀 필요해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를 얻어 세상 구경을 하게 되는 날에는, 넓게 읽혀지는 모범적인 <고부(姑夫)백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제부터의 제 글은 시어머니로 사는 일을 적어 올리는 데에 충실할 것입니다. 그동안 손자도 둘이나 보았고, 다시 벌려놓은 작은 사업(?)도 있습니다. 글을 올리면서 그 글 속에 저의 삶이 녹아들겠지요. 아, 건강은 아주 좋은 상태입니다. 힘에 부치거나 조심하느라고 망설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기에 용기를 내어 오늘 이 글을 올립니다. 혹 기억의 저 편에 있는 ‘만석’이어도, 다시 사랑 주실 것으로 믿고 힘을 내겠습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앞으로는 자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