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동생한테 전화를 해 보았다
서로 안부를 묻던 중
\"근데 엄마가 좀 아프셔!\"
\"뭐, 어디가? 얼마나? 언제부터?\"
내 입에선 연거푸 질문이 쏟아졌다
\"응, 오늘 아침에 갑자기 힘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셔서
놀라 뛰어 갔더니 우시면서 우리랑 같이 살면 안 되겠냐구\"
그 소리를 들으니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엄마랑 여동생네가 원주로 내려간 것이 이제 2년이 되어가는데
처음엔 새 아파트에서 살림까지 다 새로 장만해 혼자 지내시는 것에
부푼 가슴이셨는데 혼자 사시는 게 노인이 좋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식사는 잘 챙기시는지, 끼니는 거르지 않으시는지 궁금해 전화를
해보면 씩씩한 목소리로 잘 지내신다더니 마음은 그게 아니셨던 거다
나 역시 혼자 지내보지 않은 게 아니라서 젊을 때야 얼마든지
혼자가 편할 지 모르지만 나이 들어서 느끼는 그 쓸쓸함이야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임을 왜 모르랴!
혹시라도 우리가 걱정할 까봐서 잘 지내신다고, 안심을 시키신 것이다
게다가 마음이 약해지시니 10년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연거푸 꿈에
나타나시더란 얘기까지 하시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여동생도 요 며칠 새 자꾸 아버지가 나타나시길래 무슨 얘길 하고
싶으신건가 괜히 마음까지 이상해진다고 하니 나도 자꾸 불길한 생각이 든다
올해 친정 엄마 연세 77세로 내년이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연세가 되시는데
그동안 아버지도 혼자 외로우셔서 어머니를 데려가시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 통화를 한 이후 내내 마음이 불안해졌다
아직은 엄마가 우리 곁에 더 계셔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큰데...
저녁때 다시 전화를 해보니 다행히 여동생이 엄마를 모시고 가서
엄마가 이제서야 안심이 되신다는 얘길 듣고 나니 내 마음도
놓이는 것 같다
부디 엄마가 건강한 모습으로 조금 더 우리와 함께 계셔 주길
간절히 두 손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