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아파도 내가 저보다 더 아플까?
아무리 섭섭하고 안타까워도 저보다야 더 할까?
수능 당일
도시락을 싸는데도 평소에 잘 나오던 하트모양 계란 후라이도 그랬고
잡채유부 국을 끓이는데 육수 맛도 그랬다.
완전 꽝~~
아는 언니가 미리미리 전날 준비완료를 해 놓으랬는데
냉장고에 넣어 뒀던 계란으로 바로 하니 피지직~~~
노랗게 이쁘게 나와야 할 후라이가 거무틱틱했다.
밥 위에 하트를 넣어 줄 요량으로 하트 모양 틀로 한 후라이는 삐죽삐죽했고
씽크대에서 요리를 하다가 뭘 자꾸 떨어트렸다.
작은 집기를 떨어트리고도 너무 크게 깜짝 놀랬고
밥상을 차리면서도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막내는 안 깨워도 이른 아침에 스스로 일어났고
아침밥도 한그릇 뚝딱 잘 먹어 주었다.
행여라도 주눅들고 부담 가질까봐 잘 다녀오라고만 했다.
새로 구입한 보온도시락에 평소에 막내가 좋아하는 반찬 서너가지와
소화 잘 되라고 골드키위도 넣어줬고 따끈한 보이차도 보온물통에 담아 줬다.
감기가 덧나 기침이 좀 심한 막내는 쌍화탕을 먹고 홍삼까지 먹어도
집을 나서는데도 쿨룩~쿨룩~~배를 싸안고 기침을 했다.
혹시라도 수능 당일 감기가 걸릴까 봐 건강을 잘 챙기라 했건만
걱정이 현실이 되어 시험장에 보내는 엄마마음이 무거웠다.
기침을 하면 집중력도 떨어질거고 다른 수험생들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건데....
이래저래 안타까운 마음으로 할머니들하고 지내고 있었다.
다른 엄마들처럼 학교까지 배웅도 못했고
현관에서 잘 다녀오라고만 했다.
막판에라도 온 힘을 다해 공부에 집중하는 막내가 대견했고
본인도 큰 실수만 않는다면 그런데로 잘 나올거라 예상하고 갔다.
워낙에 말수가 적은 아들이라 그런말을 할 정도면 어느정도 자신감도 있는 모양이었다.
수능 전날에는 큰누나가 선물을 한 가득 싣고 손수 뜨개질한 순모 목도리까지
예쁜 상자에 담아 응원해 주었다.
전국에서 지인들이 엿과 찹살떡 그리고 응원문자들을 보내 줘서 참 고마웠다.
자신감과 따뜻한 응원을 안고 고사장에 간 아들을 기다리는 온 종일
기침은 안 나왔을까?.....
열은 안 났을까???
답안지는 순서데로 잘 메꾸고 있을까??....
마지막 시험을 다 끝내고 남편과 함께 돌아 온 아들
난 직접 시험 잘 쳤냐고 묻기가 겁이나 둘째한테 혹시 들은 이야기 없냐고 물었다.
잘 봤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세상에나....
첫 시험부터 꼬이기 시작했다니.
가져 간 시계가 갑자기 고장 나 언어시험을 다 못 쳤다니 이게 웬말이란 말인가?
80분 안에 다 쳐야하는 언어시험을 시간이 너무너무 많아서 천천히 치고 있는데
갑자기 시험 끝내라는 감독관의 말에 화들짝 놀라서 시계를 확인하니
아까~~아까~~멈춰져 있더라는 기절할 일이....
시간이 너무 남아서 천천히 확인 또 확인하면서 시험을 치고 있었는데
그게 시계가 멈춘 상태였으니 그 당황스러움과 어리둥절.
그 때 부터 그 다음 문제부터는 아무답이나 찍기로 마킹을 했다니...
첫시험이 그랬으니 다음 다음 시험은 기억도 실력도 다 혼돈.
막내는 언어 성적이 아주 좋았다.
다른 과목보다 더 자신있던 과목이었는데
첫 시험부터 망치고 나갔으니 뒤에 친 시험은 더 엉망이었단다.
막내 앞으로 온 합격엿을 큰누나 줘 버려서 그랬나?
택배로 도착한 가락엿이 갈라져 있어서 그래을까?
온갖 궂은 생각이 스치는데 시간은 도로 물리지 못하고
수능은 지나갔고 막내는 풀이 죽어 있었다.
그래도 내 서운함을 뒤로하고 고생했다고...
그 동안 수고했다고 위로해 줬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고 남편은 막내를 데리고
당구장엘 가잔다.
그 동안도 가끔 막내와 당구장엘 갔지만 시간에 쫓겼는데
오늘은 당구장에서 짜장면도 시켜 먹으며 실컷 하자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이 당구장에서 시켜 먹는 짜장면이란다.
아들은 두 말 않고 따라 나섰고
두어시간을 부자가 당구장에서 놀다 나왔다.
남편은 기분이 가라앚은 아들을 위로하느라 당구를 져 줬는 듯...
\"아~~
오늘 당구 안 되더라~~
어이~아들
수능 준비는 안하고 당구장에 살았냐?ㅎㅎ\"
평소엔 당구장에 안가는 아들이다.
남편과 가는게 전부인 아들인데 일부러 져 준 남편은 그렇게 넘어갔다.
일찍 자라고 했지만 시험지를 확인 하느라 인터넷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막내아들.
그냥 놔 두는게 나을 것 같다.
일찍 자라는 밤인사만 하고 안방에서 잠을 청하는데
눈만 멀뚱멀뚱~~
잠은 안오고 수능을 망친 막내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니
억울하고 안타깝고 불쌍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할머니들 식사를 해 드리고 집에 왔는데 아들이 없.................었다.
이 이른 시간에 어딜갔지?
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이방 저방을 다 찾아봐도 없었다.
남편한테 물어봐도 모른단다.
갑자기 불안하고 가슴이 철렁~~
두근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긴 복도를 돌아 1층으로 내려오는데
지하실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두계단씩 뛰어내려가는데 다리가 휘청거리고
두 방망이질 하는 가슴은 터질것만 같았다.
야단도 안 쳤는데
속 상할까 봐 자세히 묻지도 않았는데...
지하실에 불을 켜려는데 불이 켜 있다.
그리고 막내는 양손에 글러브를 끼고 운동화를 신고 가죽샌드백을
힘껏 치고 발로 차고 있었다.
\"막내야~~
여기서 뭐하냐?.\"
나의 씩씩거리는 급한 물음에 아들은 씨익 웃고는
\"스트레스 푸는 중입니다.
차고나니 좀 풀리네요.
엄마 미안해요.
진짜로...\"
불쌍한 짜씩.....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는지
아들의 몸에서는 김이 풀~풀~났고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베어나와 있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만 올라가자.
지하실이라 춥다.
안 미안해도 돼.
점수 나오면 그 성적에 맞는 대학교 찾아보자.
아마 찍은 답이 다 정답일거다.
얼마나 착한 우리 아들인데.......\"
나의 위로에 아들이 소리내어 웃는다.
그래.
웃으니 엄마도 억지로라도 좋구나.
그 까이꺼.
대학이 뭐길래.
대학 안 나오고 잘만 사는 사람들 있던데
어느 대학보다는 어느 과가 더 중요하다잖아.
좋은 학과 선택해서 열심히 해보자.
그래도 속 상하지?
얼마나 준비를 잘 했는데...
멀리 안 가고 지하실 헬스장에서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줘서 고맙다.
이 엄마가 헬스장 잘 만들었쟈??ㅎㅎㅎ
지금 아들은 수시 넣어 둔 대학의 면접을 준비 중이다.
내일 아침 일찍 간다며 나름 예상 문제를 뽑아서
최선을 다하는 막내에게 행운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