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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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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에서 벌 서다.


BY *콜라* 2010-11-19

 

다음 지하철 올 때까지 두 팔 들고 꼼짝 말고 여기 서 있어

 

11, 엄마 병원에서 피곤함에 쩔어 전철역에 섰는데

조간 신문이 올라 온 저녁 가판대를 지나칠 수가 없어 잠깐

아주 잠깐 서성댄다는 것이 그만....

남편을 깜빡 놓칠 뻔 했다.

 

그리하여 화가 난 그가 멀쩡한 마누라를 지하철 역내 큰 기둥에 두 팔을 위로 치켜 올리게 하고

꼼짝말고 서 있으라고 윽박질렀다.

아, 대한민국에서...  

 

하라믄 한다.

뭐...  벽돌 깨며 6.29도 겪었고 황우석 사태 때 MBC앞에서 1인시위도 했는데

명동 복판에서 프리허깅이라도 못할까.

 

나도 안다.

문제는 좀 있다. 내가..

 

세 살부터 시작된 호기심이 나이 들면서 그 폭이 기하급수로 늘어나

거의 병적인 경지에 도달

특히 직업이 직업인지라 지하철을 탈 때

가판대 앞은 장난감 가게를 만난 아이처럼 눈빛이 반짝인다. 

 

그것도 노하우가 붙어

요즘은 전철을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내 최소 20개 신문과 10개의 잡지 헤드라인을

맛뵈기 기사까지 한 눈에 훑어 내린다.

하지만 간간이 첫 지면에 올려진 뉴스가 내 관심사일 때는 

기사에 몰입, 전철 한 두 대 보내버리기 일쑤다.

문제는 남편과 함께 갈 때다.

 

손을 꼭 붙들고 끌고 가듯 가지 않으면

어김없이 가판대 앞에서 발길, 눈길을 멈추고 읽고 있노라면 

내가 멈춘 것을 모른 채 들어 온 전철을 급히 탄 남편과 

이산가족이 된다. 

 

가판대 앞에 가로로 좌악 진열해 둔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보느라

고개를 갸우뚱 기울여 보다가

문득 떠나는 전철을 보면

창문 너머로 웬 남자가 손짓 발짓 눈을 부릅뜨고 난리다.

낯이 몹시 익은 저 남자 왜 저러지?

전철이 속력을 내는 순간 떠오르는 그는  

!! 내 남편이다.

 

여보!! 자기야~~~

불러도 야속한 전철은 남편만 싣고 떠나버리고

발을 동동 구르는 쪽은 나보다 그쪽.

~~~ 때리며 바라보고 있노라면 핸폰이 울린다.

 

@!! 너 안 따라오구!! 그럴래~ !! 다음 정거장서 내려서 기다릴께 얼릉 와~

시작은 야아~~로 큰 소리였다가 마무리는 얼릉 와~ 아이 타이르듯 달랜다.

이번 차 가면, 다음 차 타고 가서 만나면 될걸 왜 소리지느냐고 되레 난리 치는 무대뽀 마누라를

귀찮아서... 피하는 거다.

 

오늘 아침에도 

전철에서 모노 판토마임하는 사람마냥 팔, 다리 휘두르며

눈을 부라리는 그와 다음 전철을 타고 가서 조우를 했다.

 

24시간 붙어다니다가 잠쒸 이별 뒤 다시 만남은 반갑기만 한데

밴댕이속알딱지 같은 그는

잔소리 잔소리 하면서

그렇게 만인이 스쳐지나가는 전철 플랫홈 기둥에

벌을 세워 놓고 좋아라 한다.

 

그런다고 내가 기 죽을까

내친 김에 두 팔 위로 쭉 뻗고 

다리를 좌우 좌우 흔들며 .

나는 절대 벌 서는 게 아니라, 요가 중이라는 듯...

 

그런데

전철안전문 위에 얼비친 내 실루엣이

그렇게 기를 쓰고 요가한 여자의 몸매치곤   

배가

. 나왔다.

많이

 

그 배가 말을 건넨다.  

\"뚱땡이 배! 뚱땡이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