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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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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외출.


BY lala47 2010-11-15

압구정동에서 친구들과 모였다.

열두명이 한정식 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육십대 여자들의 시끌시끌한 모임은 시간 가는줄 몰랐다.

이차는 윈제과에서 삼차는 리시안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일곱명은 먼저 간 친구의 전화에 약올리는 답을 했다.

\'우린 지금 리시안에서 저녁 먹는다. 약오르지?\"

책을 읽고 내가 첫사랑과 잘 될것이라는 기대로 기뻤다는 친구는 내 말을 듣고 실망을 했고

그가 시앗과 잘 살고 있다는 소식에는 잘 되었다는 친구도 있었고 분하다는 친구도 있었다.

헤어지기 아쉬운 친구들은 이달에 다시 기흥 친구의 별장에서 일박 이일 모임을 갖기로 약속을 했다.

 

주말은 아들집에서 지내기로 약속이 되어 있기에 수지로 향하는 자가용에 동승을 했다.

수지 성복동에서 내려서 아들차가 나를 태우고 아들집으로 향했다.

아빠 엄마와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윤지는 기분이 좋았다.

 

아들과 통닭을 안주삼아 맥주를 한잔 했다.

\"옆동에 가면 늘 만날수 있는 엄마 아버지가 계셨는데 이제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많이 외롭고 힘이 들었지요.\"

\"그랬구나.\"
\"엄마가 건강해지시고 밝아지셔서 다행이예요. 아버지는 겉으로는 좋으시지만

건강이 별로 좋진 않으신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랑 사시니까 이젠 좋아지시갰지.
\"그래도 이젠 아버지가 내 마음을 이해 하시는것 같아서 다행이예요.\"
\"지난 일년간 네가 힘이 들었겠구나. 엄마는 엄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지금이라고 말할수 있다.\"
\"그렇게 보여요. 이렇게 밝은 모습은 처음 보니까요.\"

\"엄마가 잘 되어야지.\"
\"물론 잘 되면 더없이 좋지만 너무 부담은 갖지 마세요. 지금처럼만 계셔도 충분하니까...

문학이나 음악이 같은 부분이 있어요. 너무 영업에만 신경쓰는 문학이나 음악에 치우치다 보면

본질을 까먹는 경향이 있어요.. 나도 음악을 하다보면 그런걸 깨닫곤 하지요. 엄마는 대인관계도 좋고

판단력이 좋으니까 그런 중심을 잘 잡길 바래요. 이제 가족사를 떠나서 좀더 넓은 안목으로 글을 쓰세요.

필요한 책은 언제든지 제가 구입해드릴게요.\"

\"그래. 필요한것은 메일로 보낼게.\"

 

토요일 아침에 자는 윤지를 내게 맡기고 아들네 부부는 일박 이일 캠프를 떠났다.

엄마 아빠의 부재에 신경을 쓰지 않는듯 윤지는 내 손을 잡고 산책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나가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미끄럼을 타며 할머니를 소리높혀 부르면서 깔깔대며 놀았지만 어두워지고 잠이 오기 시작하니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엄마가 보고싶어요.\"

울면서 계속 엄마를 찾아댔다.

\"엄마가 정말루 보고 싶어요.\"

난감했다.

\'주차장에 나가서 엄마 기다릴래.\"
\"엄마는 코오 자고 올거야. 주차장에 나가도 엄마는 오늘 안와.\"
 내말에 윤지는 기절할듯이 울어댔다.

할수 없이 지하주차장에 윤지를 안고 나가서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렸다.

\"저 차가 엄마 찬가? 아니네..\"
윤지는 오는 차마다 들여다 보며 우는것을 멈추곤 했다.

이제 제법 무거워진 윤지의 체중에 내 팔은 불이 나는것 같았다.

내 목을 잔뜩 끌어안은 아이를 내려놓을수도 없었다.

\"할머니 차에 가서 앉아서 엄마 기다리자.\"
겨우 허락을 얻어서 내차에 들어가 앉았다.

 

차에 앉으니 며늘애가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윤지는 엄마가 자고 온다는 말에 다시 울기 시작했다.

내 핸드폰을 움켜쥐고 도무지 내게 주지를 않았다.

윤지의 울음소리에 아들 부부는 일박의 캠프를 취소하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했다.

\"엄마랑 아빠랑 지금 갈게. 울지 말고 기다려.\"
고개를 끄덕거리는 윤지는 졸기 시작했다.

\"야! 자지마. 엄마 기다린다면서 왜 자는거야?\"
내 말에 윤지는 내게 화를 내다가 잠이 들었다.

진작부터 엄마가 오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말고 거짓말을 했으면 우는 일이 없을껄 그랬다는

후회를 했다.

포천에서 허겁지겁 달려온 아들네 부부는 자는 윤지에게 뽀뽀를 하며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그런 아들네 부부의 모습에서 가족의 사랑을 읽었다.

 

아침에 윤지는 아빠에게 머리핀을 꽂아달라고 말했다.

아빠가 꽂아준 머리핀을 엄마가 다시 꽂아주니 떼를 쓰며 울었다.

\"아빠가 꽂아준거란 말이야.\"

다시 아빠에게 가서 사실을 일러바쳤다.

\"엄마가 뺐어. 아빠가 꽂아준 핀을 엄마가 뺐어.\"
아빠가 다시 꽂아주니 헤헤 웃었다.

딸아이를 길러보지 않던 나는 그런 윤지의 모습에 기가 막혔다.

 

\"할머니 일루와. 할머니랑 먹을래.\"

\"너랑 안놀아. 할머니 화났어.\"
윤지는 내 얼굴을 들여다 보며 해헤 웃는다.

\"할머니 죄송합니다라고 말해. 어제는 제가 실수 했어요. 하고 말해.\"

엄마가 시키는 대로 윤지는 두손을 모으고 내게 고개를 숙이며 할머니 제가 어제 실수 했어요를 말한다.

웃지 않을수 없었다.

 

힘이 들었던 하룻밤이었지만 돌아오면 다시 보고싶은 손녀의 모습이 아른거린다.